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오승현 지음, 안다연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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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동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는답니다. 단순히 지식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토론 및 체험학습을 통해 노동 현장을 간접 경험하지요. 가령 나중에 노동조합에 가입했을 때 꼭 필요한 단체 교섭을 모의 실습 형태로 익히죠. 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1년에 6번 정도 모의 노사 교섭을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p208)

(독일) 중등 과정에서 노동 교육은 더욱 심화됩니다. 일반 사회과 전체 분량의 약 3분의 1~ 4분의 1을 노동 교육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파업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할 일들을 아주 자세히 배우거든요. 예를 들면 기자 회견문 작성법, 항의 문건 보내는 법, 벽보와 현수막 제작 방법, 서명 운동 전개하는 방법, 노동조합 간부가 언론과 인터뷰할 때 지켜야 할 원칙과 요령 등을 배운답니다.

( 같은 책 p 208~209)

우리나라 정교 교육 과정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배우게 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려야 할까?

그러는 사이 우리 청소년들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

어쩌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는

출판되면 안 되는 책이다.

학교 말고 따로 노동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짜증 나고 슬프다.

유럽 선진국들이 초등학생부터 노동 권리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 같은 책 p65)

어쩌면 위의 내용처럼 자본은 약자에게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역사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백설 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가 탄광에서 일하는 어린이를 빗댄 것은 아닐까" (위 책 p66)

이야기에도 흔적이 남을 만큼 자본은 잔인하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주 5일 40시간 근무(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또한

그냥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자본과 피나는 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872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법'이 제정됐습니다. (위 책 p 69)

1886년 시카고 노동자들의 궐기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번져 나갔죠. 그렇게 해서 1900년대 초반에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정당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등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성장이 마침내 노동권과 노동 3권을 헌법적 권리로 쟁취하게 만들었답니다.

노동 3권은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가리킵니다.

(위 책 p70)

(위 책 p71)

"1987년 우리나라 현대 중공업에 노조가 처음 생기고 회사에 제일 먼저 요구한 게 뭘까요? 임금 인상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바로 '두발 자유'였답니다."

(위 책 p 82)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당시 노조가 요구했던 것이 '두발 자유'였다니!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자는

말 잘 듣고 불만 없고 요구하지 않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그래서 통제 가능한 노예를 요구한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노동에 대한 통제권이 두발과 복장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 노조가 탄생한 시간도 선진 유럽과 미국에 비하면 정말 짧고,

그나마 남북 대치 상황으로 노동 권리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탄압받는 빌미가 되어

우리나라 노동 현실은 아직도 열악한 것 같다.

그것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에게 드러나게 된 것이 아닐까?

이런 열악한 환경에 <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기본적으로 노동이라는 의미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다. 책 뒤로 가면 갈수록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던지...........

한 번 읽고 말기에는 너무 아깝고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가 정말 이 김에 하고 싶었던 말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

(위 책 p 75)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에는

노동의 개념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달라지는 노동 환경까지

노동 운동의 역사

자본주의 발달과 노동과의 관계

노동법 내용

외국과 우리나라가 노조를 대하는 태도 (기업과 법원, 정부가 노조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선진국의 노동교육

노동자들의 법적 노동 권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알바 노동자의 법적 노동 권리 ('알바생'이라고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개념으로 부르지 말라는 정리도 함께)

등등 .........

이외에도 실제 사례들을 풍부하게 담아 설명하고 있어서

차근 차근히 읽어 보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제목처럼 살아가면서 가장 우리 삶과 밀접한 공부임에도

그 누구에게도 배우거나 들은 적 없고

어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직접 어려움에 처하기 전까지 고민하지 않는 내용들이 잘 실려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자로 일하기 전 미리 꼭 읽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노동'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누구나가 읽으면

실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 위 책 p 87)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라고 한다.

내가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 없고

나 또한 내 이웃의 노동에 같이 연대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시련이 된다.

다음으로 책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법으로 정해진 나의 노동 권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

임금은 다음 4가지를 꼭 지켜야 합니다.

첫째 반드시 현금 지급을 해야 하고, 상품권, 쿠폰, 상품 등은 안 됩니다.

둘째 본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합니다.

셋째 주기로 약속한 액수를 다 줘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을 제하고 주거나 하면 안 됩니다.

넷째 매달 1회 이상 정해진 날에 줘야 합니다. 몇 달에 한번 씩? 연봉제니까 1년에 한 번? 그런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위 책 p 105)

이외에도 법정 근무 시간, 주휴수당, 휴일 근무 시 임금 ..... 등등 노동권리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위 책 p124)

빅맥 지수 란?

"맥도날드의 대표적 햄버거인 빅맥의 가격을 기준으로 각 국의 상대적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맥도날드 매장이 있고 빅맥은 전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되어 있어 나라별 비교가 가능하죠. 만약 최저 임금으로 저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빅맥을 산다면 몇 개씩 살 수 있을까요?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최저 임금 빅맥 지수'랍니다. 빅맥을 사 먹기 위해 각 나라별로 얼마나 일을 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지요. "(위 책 p 168)

이 빅맥 지수가 최저 임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라고 한다.

"혹시, 최저 임금에 미달된 임금을 요구했는데도 사업주가 주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까?

관할 지방 고용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고용 노동부 전자민원마당(https://minwon.moel.go.kr)에서 임금 체불 신고를 접수하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3년 이내 신고가 가능하고 별도의 서류는 필요 없습니다. (추후 사업주와 다툼이 있을 때는 노동 계약서가 꼭 필요하겠죠) 일을 그만둔 후라도 최저 임금에 모자라는 액수만큼 받아 낼 수 있습니다. "

(위 책 p 192)

알아두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이다.

정말 노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다.

이제 이 책을 시작으로,

다음에는 차례차례 주제별로 책이 한 권씩 따로 나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실제 알바 노동자들이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노동 계약서 쓰기, 주휴 수당 요구, 휴일이나 휴가 요구 등을 펴내는 책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노동은 우리 인생의 이야기다. 그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를 시작으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다양해지고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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