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 가는 성평등 수업 - 모두가 행복해지는 성 인지 감수성 바로 알기, 2020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변신원 지음 / 비엠케이(BM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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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왕비는 왜 제일 예뻐야만 했을까

ㅡ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는 왕비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같은 책 p 23)

이렇게 왕비의 입장이 되어보니 사악한 왕비가 갑자기 짠해졌다.

두 번째 이야기

'슈렉'ㅡ 그래 맞아!

세상에 사랑의 모습은 모래알 숫자만큼 다양한 거다. 남들이 외모가 중요하다지만 난 상대의 외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유머가 제일 중요할 수도 있다. 남들이 기준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랑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동화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성차별이 어떤 것인지 실례를 드니까 너무 와닿았다.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쓴 손 편지

"중학교 가면 까불지 마. 여자는 얌전해야지. 장난이고 친하게 지내자."

답장

"여자로 태어 난 건 죄가 아니야."

그런데 남학생이 이 대답에 기분 나빴다며 여학생을 때렸다.

이때, 선생님은 자초지종을 듣고도 여학생을 바라보며,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 장난으로 그런 건데 그렇게 말하니 기분 나빠 그런 거야........."

집에서 부모님은

"그러니까 평소에 까다롭게 굴지 마, 여자애가 보듬을 줄 알아야지."(같은 책 p34~35)

여학생은 정말 억울했겠다. 정말 야단맞아야 할 사람은 남학생인데......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에 오래 되어온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이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 여에 대한 고정관념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게 되는 상황들이 많다.

이야기로 차근차근 상황을 풀어나가니 책이 무지무지 재미있다.

페미니즘, 젠더(사회학적 성) 이슈, 여성 권리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일상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법을 말하고 있다.

밀리의 삭발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당당히 "머리카락이 짧다고 모두 남자는 아니다"라고 항의했고, 팀원들도 모두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응원을 보내고.... (놀라운 점은 이 일이 2017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열린 축구 대회라는 사실! 최근까지 이런 생각을 그것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졌다니.....)

(같은 책 p43)

내가 살아온 경험에서도

부당한 대우는 당당히 맞서고 요구해야 한다.

'핑크 셔츠 데이'라고 아시나요?

전학 온 남학생이 핑크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같은 학교 내 두 친구가 학우들에게 핑크 셔츠를 나눠준 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의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중 하나이다.

부당하게 폭력을 당한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핑크 셔츠를 나누어준 두 명의 학우들의 용기에 감동했다.

반창고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차별이 숨어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말 그대로 <이야기로 풀어가는>이다. 다양한 사례들과 일상 이야기들이 많아서 정말 재미있다.

차이와 차별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예를 들고 있다.

가끔씩 차별에 대해 말하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바로

능력에 따라 차별하는 건 당연한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를 들면, 능력이 되니까 공부를 잘해서 더 많은 간식을 가져간다면 그것은 당연한가?

저자는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개인적으로 나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성 없는 사회의 자유(같은 책 p 65)

스웨덴의 공중화장실 ㅡ 성구분 없이 장애인과 성소수자가 모두 함께 쓰는 화장실.

생물학적 차이를 역할의 차이와 연결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에 근거하여 매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성 역할보다 자기다움에 바탕을 둔 매력적 인간으로 성장하기,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같은 책 p 67)

지하철 손잡이

ㅡ 남성의 높이에 맞춘 지하철 손잡이에서 여성과 아이를 배려해서 손잡이를 낮게 결국 높이가 다른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들의 평균 높이가 남성에게 맞춰져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식탁 높이, 책상 높이가 좀 높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다.(늘보의 생각임을 밝힌다. )

우리나라에서 성 역할 강화

근대화 시기 남성을 이상적 노동자로 모델화하기 위해 여성이 육아와 가사 노동을 전담하도록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함으로써 성 역할 구분이 더 뚜렷해졌다. (같은 책 p86)

<우리 사회에 숨은 차별 ㅡ 고정관념 >

1. 우리 시대 아직도 '순결' 교육?

ㅡ 성범죄자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많다. 그러니 이제 그만!

2. 이성 교제 ㅡ 기존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 데이트 비용? ㅡ 친구끼리도 돈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지불할 수 있다. 그러니 돈을 더 냈다고 관계에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4. 체력이 약하다? ㅡ 남성이 사회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더 약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성에게 체력이 필요하다면, 여성 체력 기준을 강화하고 체력을 높이자.

조선시대 송덕봉이 남편 미암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같은 책 p108)

부인이 조목조목 따지는 말에 남편 미암은 오히려 부인의 현명함을 칭송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이 편지가 16세기 중반의 일이고 보면 가부장적 남편, 순종적 아내의 모습이 우리의 전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민족은 양성평등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 여성인권 선언문 배경, 언어 속 성차별 등 어찌 보면 어려운 주제들도 글을 참 쉽게 이해되게 쓴다.

그간 많은 고민이 자연스레 삶에서 녹아들어서 일까? 글도 군더더기 없고 쉽게 이해된다.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고.....

(같은 책 p 133)

성폭력 교육은 어떤 관점에서?

가해자가 되지 맙시다. 상대방의 성적 의사를 존중하고 모든 행동에 동의를 구합시다.

(같은 책 p 140)

일상 속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과 대처법에 대해서,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같은 책 p146~147)

또한, 가정폭력 신고자는 신고의 비밀이 유지된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웃의 폭력을 외면하지 말자

(같은 책 p 186)

이외에도 저자는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북한 성문화 차이도 언급하고 있다.

읽으면서 성이란 단지 여성과 남성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폭력과 억압 부당한 대우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평등이란,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진정한 자기다움이란, 사람 사이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

결혼 출산, 가정의 구성, 아내의 역할 등 우리 사회 전반적인 삶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말레피센트 이야기로 시작해서 성 착취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 사회의 젠더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감동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기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결코 어려운 이론으로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고 글도 쉽고

또 최근에 발생한 여러 사례들을 들고 있어서 젠더 문제가 지금도 부딪히고 있는 논점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부당한 가족관계에서 때로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조용히 응원할 준비를 해야겠다.

저자분이 정말 아시는 것도 많고,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글이 정리가 잘 되어있다.

성 평등에 대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글이 어렵지 않아 중학생 이상 토론거리로 삼아도 좋을 것 같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기에도 좋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성 인지 감수성도 높일 수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성 평등'에 대한 시대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서 너도 나도 같이 읽어보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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