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함께여서 좋다? - 치매간병을 힘들게 만든건 착한며느리 증후군이었다
정유경 지음 / 노드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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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라서............ 정말 그런가? 의문을 제기하는 문장이다.

그래도 함께여서 좋다? ㅡ 속마음이 은근히 드러나고 뭔가 할 말이 많은 문장이다.

처음에는 정말 알츠 하이머 (치매)에 관한 책인 줄로만 알았다.

두 번째 부분을 읽으면서 완전 충격이었다.

(이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글을 쓰신 며느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계신 건가?

아님 내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나?

혹시 이 글이 사실은 3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계신 건가?

아직도 며느리에게 이런 의무가 남아 있는 시대인가?

정말 읽으면서 분노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대표적인 갑질! 시집살이!

이런 것이 아직도 있다는 말인가?

여성을 노예나 하녀로 부리는 시부모가 알츠 하이머에 걸렸을 때 며느리가 겪어야 할 고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것을 며느리 탓으로 돌리고 25년 만의 여행(나이 50이 넘어서)도 첩보 영화 찍듯이 하고 출산하는 날 남편을 일부러 심부름 시키는 시어머니, 분가해도 새벽 5시만 되면 매일 시댁으로 전화해야 했고, 자정이 넘어서 못질도 시키고(며느리에게) 등등!

며느리를 완전 노예로 아시나? 너무 교양 없고 막 되먹은 정말 텔레비전 막장 드라마에서만 보던 시부모님의 모습 아닌가? 정말 읽으면서 분노가 ! ! !

어머니는 남편을 따로 만나 '절대로 (일을) 못하게 해라!'라고 했던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두 분의 노후를 위해 함께 늙어가는 아들, 며느리가 당신들의 수족으로서의 역할을 원했던 것........ (같은 책 p158)

처음부터 시부모가 이런 의도로 며느리를 고르고 들였다는 것에 정말 분노가! (으악!)

정말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으로 사람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있구나에 할 말이 없다. 이건 아들을 사랑하는 행위도 아니다. (며느리를 처음 들일 때 시부모들의 나이는 50대였다고 한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왜냐하면 나이로 보면 그렇게 구시대 사람도 아닌데)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이들은 25년간 며느리를 학대한 것이다. 시부모란 이름으로!

(시부모 학교가 있으면 이분들을 그곳으로 보내 합격할 때까지 못 나오게 해야 한다.)

이렇게 희생만 강요하는 시부모이시니

당연히 치매란 병이 걸렸을 때도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

어쩐지!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었을 때 이상했다. 시어머니가 계시고 치매는 시아버지가 걸렸는데 왜 병간호를 며느리 혼자 다 하는지..... 시어머니는 센터에 가고 친구 만나러 다니고......

그리고 그 주변에 가족들 또한 이 며느리에게만 모든 것을 짐 지우고.......

(동서도 밉상이다! 치매 시아버지 모시고 있는데 해물탕 못 해줬다고 난리! 정말 뻔뻔하다.)

어떻게 그 세월을 사셨을까? (정말 고생하셨다고 여기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다.)

그 수모를 몇 십 년 동안 다 당하고 몸이 망가져 운동도 50이 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0시 넘어 늦은 밤에 먹은 '제대로 된 식사'를 먹고 나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건강은 더욱 망가져 가는 걸 느꼈다. 걸을 때 무릎을 완전히 펴거나 굽히지 못하고 골반이 아파서 보니 좌우 대칭이 맞지 않았고 이상하게 걷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사십대에 팔을 올리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목구멍엔 구슬이 막고 있는 듯했고 심장은 터질 듯 답답했다. 절뚝절뚝 걷는 내 체형이 변형되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남편은 나를 위해 운동치료를 할 수 있도록 등록시켜줬다. 아버님이 요양사와 나가신 뒤 어머니에겐 말도 못 하고 50살이 되어서야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같은 책 p 132~133)

사진의 내용은 '시어머니 심술 열전'이다. 그 심보가 '놀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시아버지 병원에 데려다주고 (야간에도 소변 문제로 며느리는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돌보는데) ,

며느리가 이제 좀 쉬어야 되는데 그 꼴을 못 보고 시어머니가 잠시도 가만 안 둔다.

(시어머니에겐 시집간 딸도 있는데 참!........... 역지 사지 못하고, 같은 인간으로서도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시어머니 못 됐다.)

'그분은 무리한 일을 시켜서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웃음을 흘렸고, 혹여 참고 참으며 고통을 매 비치지 않으면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같은 책 p 192)

지금 내가 읽으려고 도서관에 신청해 놓은 책에 의하면,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이런 부류에 대해서 '소시오패스'라고 한다고 하던데......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책에 나온 것만 가지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 이 시어머니 성향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면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 4부분 중에

두 번째 부분을 읽어 가면서 갑자기 읽는 내가 점점 화가 나면서

오던 잠도 달아나고 책 속에 점점 빠져들었다. 나도 모르게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읽게 되었다.

그래서! ? 이 며느리가 어떻게 했을까?

며느리가 참고 참다가 결국은........ 그 대목에서 괜히 나도 눈물이 나왔다.....

(여기서 다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스포일러 )

이 모든 과정을 지나오며 늦지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읽으면서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책도 내고 자신을 조금씩 회복하고 사신다고 하니 정말 정말 다행이다.

며느리 정유경 씨가 타라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을 읽으며 통곡했다고 한다.

나도 읽고 싶다.

그리고 이 말이 참 의외로 가슴에 와닿았다.

그토록 원하던 남들이 말하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란 걸 얻게 되었다.

(같은 책 p 195)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

".... 건강하지 못한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그들을 먼저 치유해 주어야 한다. 만일 당사자가 치유할 의지도 없고 계속되는 불안정한 정서 상태라면 더 이상 영향을 끼치기 전에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같은 책 p215)

완전히 공감하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 전체가 불안정한 감정에 전염된다. 이것은 가족의 정신과 육체를 썩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하라"(같은 책 p 229쪽 요약)

".... 두려운 당신이니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당신이 '자신의 중심'이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코앞의 사건과 상황에 끌려가지 않는 당신이 되길 바란다. ............... 당신과 자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신에게 간절히 바라는 위로다."(같은 책 p 303)

마지막 글에서 왠지 울컥..... 힘든 일을 겪은 며느리인데 오히려 내가 더 위로받고 있었다.

에필로그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과 시월드 관계를 분석한 대목도 와닿았다.

"내 마음 '중심에 내가 없는 오지랖'과 '원 가족만을 지키는 정성스런 시월드의 이기심'이 딱 맞는 퍼즐 조각이 되어 맞아 떨어졌다."(같은 책 304)

며느리와 시월드와의 관계 ㅡ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 각자 떠올리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치매노인 간병기 이기도 하다.

이 책의 첫 장과 네 번째 장은 알츠 하이머 간병을 하는 동안의 어려움, 환자의 특성, 어떤 치료들이 도움이 되는지 저자의 경험이 있어 쉽고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이해되어서 좋다.

실제로 이 병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이 병이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것 같았다.

또한 치매노인에 대한 이해력이 생겨서

실제로 봤을 때 이들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마음도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시간이었다.

치매 노인 간병인들이 함께 읽기에 좋을 듯하다. 이런 경험은 서로 나누는 게 좋다.

4장의 차례를 덧붙여본다.

* 덧붙임: 연락처를 속옷에 적어놓은 방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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