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숙 형님, 저는 형님의 참동생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로지 당신의 노력의 선물입니다. 이로써 내 앞에는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싸우는 문이 열리었습니다. 다시 만날 동안 길이 행복하소서.‘ p.50

김말봉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어봐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검색해 보니 작품이 상당히 많이 떴다. 소설을 잇다 시리즈의 두 작가를 잇는 기준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김말봉 작가의 이름이 ‘끝뫼’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이런 기준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선생은 무엇 때문에 소설을 쓰십니까?”라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쓰지”하고 답했다는 김말봉 작가처럼 박솔뫼 작가도 같은 대답을 할까? 박솔뫼 작가는 회사를 다니면서 소설을 쓴다고 알고 있는데, 그에게도 소설은 같은 의미일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사실, 질문 자체도 거창한 것 같다. 특히 문학처럼 예술 앞에서는 거창한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저런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박솔뫼 작가가 쓴 <기도를 위하며>는 <망명녀>를 잇는 작품이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하나의 소설을 잇기로 결심했다면, <고행>이나 <편지>를 골랐을 것이다. 최근 <나혼자 산다>를 보며 비욘세 안무가이자 댄서인 카니가 K-막장 드라마의 “잤니? 잤어? 잤냐고?” 대사를 외치며 좋아했던 것처럼 불륜 스토리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행>은 해설을 읽고나니 더 재밌게 느껴졌고 특히 <편지>는 오독할 뻔 했는데, 나는 남편의 불륜 대상이 남자였구나(!)로 이해하고 말았다. 아마 <편지>를 이어쓴다면 오해를 잇는 작품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를 읽으며, <망명녀>를 이어 쓴 것이 가장 잘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는 김말봉의 인생과 윤숙의 캐릭터를 겹쳐보이며 이어 썼고 에세이에서는 김말봉이 지냈던 교토와 부산을 떠올리며 옛 시대의 작가를 떠올린다는 것이 좋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한테는 책임이 있어. 계획성 없이 사는 망나니랑 세상을 등지고 우물에 틀어박힌 녀석하곤 다르다고. 난 내 방식대로 할거다." p.211

너구리를 떠올리면 귀엽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음흉한 구석이 있을 것 같은 동물이기도 하다. 겉은 보들보들하지만 안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판타지라서 너구리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너구리들은 사실 사람들과 닮았다. 일본은 사토리 세대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의 10년 뒤 모습이 우리나라와 닮았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 한국 젊은이들과도 미묘하게 닮은 점이 있었다. 특히 히키코모리인 둘째나, 욜로를 지향하는 것 같은 야사부로가 그렇다. 장남이라고 나름 책임감이 있는 첫째도 사람과 비슷하다. 낙천적이긴 하지만 '즐거우면 됐지'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던 야사부로가 이 책에서는 뭔가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야사부로가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지금은 청년이 노력할 장면이니까.' 우리 위대한 할머니는 무엇을 노력하라는 걸까. (중략)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노력할게요." p.208

온천과 연결되는 지옥의 모습도 재밌었다. 너구리들이 등장하는 것도 판타지지만 배경이 바뀌니 더 판타지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최근 재밌게 봤던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도 떠올랐다. 드라마에서 잠깐 보여준 지옥의 장면이 겹쳐졌다. '죽음'을 하찮게 수단으로 생각한 주인공 이재가 괘씸하여 '죽음'은 이재에게 벌을 내리지만, 결말을 보고나니 '죽음 혹은 신이 이재를 정말 아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야사부로도 비슷한 의미로 주변인들이 꽤 아끼고 있는 너구리같이 보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도 여러 가지 소원이 있었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겁게 지낸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너구리다. 너구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교토에 우글거리는 너구리들이여, 분수에 맞지 않는 모든 소망을 버려라.
"특별히 바랄 것도 없네요."
(중략)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적당한 영광이 있기를."

pp.441~442

새해가 오는 것이 좋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23년은 마무리도 그렇고 24년의 시작은 마음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너구리의 '일단 다들 살아 있고'라는 말이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마무리 글을 적을 때, '이 모든 것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라고 썼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너구리가 주인공인 소설이지만 너구리도 인간과 별 다를바가 없는 고민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전골이 된 아버지의 모든 점을 닮은 자식은 없고 하나씩 닮은 것도 인간들과 비슷한 것 같았다. 너구리 전골을 먹는 인간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되었지만 원래 인간들은 별별 것들을 먹으니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요괴인 덴구나 이것저것 변신할 수 있는 너구리보다 인간이 제일 나쁜 취급을 받는 것도 이해되었다.

새해에 읽는 첫 소설이 교토가 배경이라서 좋았다. 교토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여유롭고 평온해지는 느낌을 주는 여행지라서 너구리가 돌아다니는 환상의 세계와는 잘 연결이 안되기도 했지만 교토에 가고 싶은 마음을 더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그러진 하루 Daily book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그러진하루Dailybook

2023 다이어리는 그냥 일반 공책을 사서 직접 그려서 만들어 사용했는데, 스케줄러와 일기의 내용이 겹쳐 있어서 밖으로는 잘 안 들고 다녔다. 그래서 내년에는 스케줄러랑 일기를 구분에서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마침 망그러진곰 스케줄러가 너무 귀여워서 CU에서 며칠 도전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망그러진하루 Daily book'은 매일 일기를 쓰지 않는 나에게 딱 적당한 일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망곰이는 요즘 2순위로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사실 '망그러진'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뜻이 아니라서 '망그러진 일'에는 무엇을 쓸까라는 고민이 들었는데 그날 하루와 어울리는 책 제목을 적게 되었다.
9일에는 노먼 에릭슨 파사리부의 <대체로 행복한 이야기들>을 구매했는데 그게 내 하루와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12일은 스튜어트 에머리,아이반 마이즈너,더그 하디의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를 적었다. 망그러진 곰, 앞으로 24년 잘 부탁해!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감상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은 소설’ p.4

Cephaz란 가수의 <On a mange le soleil>라는 노래가 경쾌해서 요즘 자주 듣고 있다. 우리는 태양을 먹고, 별을 먹고, 하늘을 먹는데 나중에 꺼내 쓸 희망을 품기 위해서라는 내용이다. 서문을 읽는데 딱 이 노래가 떠올랐다. 태양, 별, 하늘처럼 이 소설도 내게 그런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 읽었다.

존재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사라진 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녹은 눈과 얼음은 기화하여 구름의 일부로 소급될 것이고 구름은 다시 비로 내려 부지런히 순환하는 지구라는 거대한 기차에 도달할 터였다. 부재하면서 존재한다는 것, 부재로써 현존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 이번 겨울에 나는 그것을 배웠다. p.132

누구나 언젠가 겨울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 겨울의 길이나 혹독함, 차가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비교적 쉽게 넘어갈 수 있어도 어떤 누군가는 아예 넘어서기 힘들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그랬다. 스물 다섯의 고독한 다현이의 죽음이 가장 마음 쓰였다.

부모님이 어릴 때 겪었던 가장 힘든 시간, 잠든 어린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건 다 비슷한 마음이구나를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