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 윤동주가 직접 뽑은 윤동주 시 선집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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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로 알려진 윤동주, 시인이기 보다는 독립운동가로서 역사 앞에 당당히 서 있는 현 시대의 영웅이자 한 시대의 한 남자였던 인물이다.

마광수는 그의 시에 대해 부끄러움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고, 이는 지금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하나의 해석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만, 그의 시 속에서 나는 우울을 발견한다. 한 여인에 대한 애절한 짝사랑도 발견한다.

19편의 시를 들고 스승을 찾아갔지만, 항일적인 시들로 인해 출판이 보류되어 어쩌면 완전히 사라져,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우리 앞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등장했다.

이 책은 1948년 윤동주 추모 3주년에서 친구들이 서로 보기 위해 만들었던 최초 책의 복각본이다. 복각은 이전의 판대로 그대로 만든다는 의미다. 아마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나오는 시 19편이 처음에 스승에게 가지고 갔던, 출판하려 했던 시들일 것이다. 부끄럽고 내성적이고, 왠지 모를 우울 속에서, 그리고 울분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 속에서 한 여인에 대한, 순이에 대한 짝사랑도 이 시 속에 담겨져 있는데, 이 시를 출판하려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결국 친구들에게도 밝히기 싫어했던 자신의 사랑을 시로서 표현해서 출간한다는 것은, 자신의 내밀한 사랑을 드러낸다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에는 모든 시들이 항일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자신의 우울과 불안, 그리고 부끄러움에 대한 내밀한 속삭임 같다. 왜 윤동주는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까? 시에 보면 간에 대한 것도 있어서 간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또 시에 보면 심적인 원인으로, 요즘으로 치면 우울증 같은 것을 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는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인이다. 그의 모든 시들을 해부해 그 속에서 독립운동에 대한 정서와 연결시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시 속에 말하고자 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보고, 순수한, 수줍음 많은 한 시인으로 그의 시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시대의 억압을 벗어나 시대에서 자유로운 시인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시대가 만든 시인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시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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