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괴짜 친구에게 고정순 그림책방 2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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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검은 바탕에 불규칙한 하얀 반점들이 보인다. 순간 밤하늘의 별을 떠올렸으나 책을 읽고 나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침묵 속에 음표들의 움직임은 아닐지 생각해 봤다.

“태양이 산꼭대기를 다니는 여름날이었지.”

하얀 바탕에 적힌 문장은 여백의 공간이 자리한 순수 그 자체다. 아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도 저마다 자신만의 소리를 연주하는 숲의 노래를 듣는 일이 더 행복한지 숲의 색은 화려하게 물든다.

”호숫가에서 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거든.“

피아노 건반 하나를 가볍게 누르고 그 음이 사라질 때까지 귀를 기울이며 건반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강과 아름다운 꽃과 지저귀는 새 등 자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피아노 곁을 떠나지 않는 피아니스트가 되면서 자연은 사라지고 어둠만 가득하다. 연주할 때마다 내는 허밍 소리로 희미한 자연을 찾아 나서는 걸까? 꽃의 화려함이 붉은색을 띠며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피아노 연주할 때마다 키 작은 접이식 의자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낡고 삐거덕거리는 보잘것없는 의자에만 앉아 괴짜처럼 보였다지만 세심한 손길로 의자를 매만지는 모습에서 유일한 쉼이자 위안이 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어둠을 걷힌 의자의 힘이 느껴졌다.

멋진 연주를 하고서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광대라 여기며 단짝인 작은 의자와 함께 나선 산책길에서 만난 빨간 의자가 눈에 띈다. 이어서 숲길이 보이고 어릴 적 들었던 숲의 노래가 들리면서 자연의 색이 솟아오르는데 뭉클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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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아웃풋 - 당신을 평생 부자로 만들 행동의 법칙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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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행동하는 자만이 성공에 이른다. 이 책은 성공은 행동의 차이로 정해지기에 행동을 지속한 사람 중에서 특출나게 성공하고 부를 손에 넣는 이가 나온다는 ‘아웃풋’을 강조한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행동을 지속하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된다.”

행동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의 위치는 백만장자일 것이고 누군가의 위치는 그 반대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일과 공부, 투자의 기본이 되는 사고와 행동에 관한 것이다. 저자인 가미오카 마사아키는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투자자로 브프라임 쇼크, 리먼 쇼크, 동일본대지진 등이 일어났던 주가 대폭락 시기에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15,0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주식투자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분야 유튜버다.

성공한 인물을 따라 빠르게 첫 움직임을 시작하고 계속하게 만드는 4가지 속전속결 방법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책이 핵심을 먼저 내세우니 집중이 잘되고 간략한 요약 또한 한눈에 들어왔다.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기에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야 하며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움직여야 한다. 질보다는 양을 우선하여 성장을 가속화하고 착수까지의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함으로써 도파민이 분비되고, 카운트다운이 일종의 자기최면과 같은 암시 효과를 가져와 뇌과학적으로도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 하는 것도 행동의 하나이므로 도파민이 분비되어 자연스레 의욕이 샘솟게 된다는데 일단 실행하기 쉬운 말로 내뱉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시작의 의미로 손뼉을 치면 뇌를 지배하여 서둘러 행동하게 된다고 하니 의욕에 불을 지피는 것 같아 벌써 의욕이 샘솟는다.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성공은 ‘시간차로 손에 넣는 것’임을 알고 있다. 지금 하는 고생도 시간차로 기회나 성과가 되어 돌아온다. 나는 이것을 ‘성공의 시간차 공격’이라 부른다. 언제나 성공하는 사람은 시간의 파도를 타는 일에 능숙하다.”

모든 면에서 빨리 움직이고, 현장에서 검증하고, 되도록 그날 안에 개선하여 이후의 행동에 여유를 만들어야 하며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당장 행동하고 개선해 버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미루기에 달인으로 살아온 시간을 한순간에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말로 내뱉는 일부터 시작해 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발전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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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 우크라이나 전쟁의 뒷면, 흑백논리로 재단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관하여
김민관 지음 / 갈라파고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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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담아내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최대한 세밀하게 담아내려고 한 이 책은 JTBC에서 외교 안보 분야를 취재해 온 김민관 저자의 책이다. 2022년 3월과 7월, 두 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25건의 기사를 썼지만 방송 보도 분량은 2분 남짓이라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에 책을 통해 전쟁의 뒷면을 보고자 긴 호흡을 글로 써냈다.

‘전쟁에선 그 누구도 관찰자가 될 수 없으며 모두가 참상의 일부일 뿐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전쟁터가 되는 순간, 혼란을 뛰어넘는 고통과 두려움으로 인해 정신은 혼미해지고 눈앞에 일어나는 일들의 해석조차 불가능하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보다 벗어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는 현장에서 마비된 판단력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이 그렇게까지 가까워지는 순간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그 이전의 내가 무척 멀고 낯선 존재처럼 느껴졌다. 잠깐 머물렀던 나조차 이렇다면 내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내 주위를 지나가는 이 많은 피란민은 어떨까.”

설령 이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이들이 전쟁 이전의 삶으로 말끔하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며 취재의 뒷맛이 너무나 썼다고 저자는 말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사라져 버린 터전, 참상의 잔재들로 인해 당연히 전쟁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북한으로 인해 불안하지 않으냐”

저자는 가끔 불안하긴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저자는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불안하긴 하지만 그 불안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불안의 연속에 익숙해진 우리, 불안이 터져 전쟁할 수밖에 없는 그들. 지구상의 많은 나라 중 이들과 비슷해질 1순위에 놓인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익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가슴 아프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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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pagos 2023-12-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갈라파고스 출판사 편집부입니다.
정성껏 써주신 서평 잘 읽었습니다.
혹시 서평의 일부(3문장 정도)를 저희 SNS에 카드뉴스 형태로 게재해도 괜찮을지 여쭙습니다. 감사합니다.
 
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최유안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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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위치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적 시선은 비슷한 경로를 통하여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대학교수, 문화예술 행정기관 센터장인 행정가, 비엔날레 예술 감독 전시기획자라는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의 여성들이다. 외부적인 시선이야 성공한 여성상으로 비치지만 내부적으로 그녀들이 마주한 현실과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앞방 교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간극이 낳은 상황을 피하고 싶어 무어라도 말할 거리를 찾았지만, 어떤 말도 침묵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기에, 그저 가만히 올라간 입꼬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음성으로 들리는 말보다 소리 없는 대답이 때로는 더 무섭거나 많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이 두 단어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일반인으로 조직에 잘 붙어 시키는 일을 적당히 하며 시간 때우는 것이 기꺼이 즐겁기에 승진이 반갑지 않고 현상 유지의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는 평온한 자의 소심한 허세를 내비치지만,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일로 다가왔다.

“삶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괜찮다는 걸 초회는 알았다. 삶은 화려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은 그저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꾸려 나갈 뿐이었다. 그거면 될 때 일었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듯 느껴지는 것은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었고 행복이 지나치게 작고 세심한 순간에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반복적으로 알게 되는 순간일 뿐이라며 이어간 침묵은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기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행복은 물질에 대한 배타적 의식도 아니고, 지식이나 정신에 대한 맹목적 추구도 아니다.”

작가는 ‘고위직, 권력을 지닌 여성’이라는 설정으로 탄탄한 출발선에서 세상의 시선을 끌어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장애물과 마주하게 되고, 한발 다가가면 오히려 가중되는 혼란만이 이상한 질서와 부딪히게 한다. 뒤로 물러나 다시 원위치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그들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어떤 역할이라기보다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이라는 생각이 잠시 자리하기도 했다. 사회의 말, 세상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나’라는 대상을 통할 수밖에 없기에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행보를 따라 차분하게 읽기 좋은 소설로 다가왔다.

모든 걸 내려놓으면 행복이 보인다는 말은 욕망을 내려놓고 주위를 보라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바람 빠진 치열함 속에서의 욕망은 심심한 행복을 건지는 격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차열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언젠가 다시 재생되어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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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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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문제라면 해결이 빠를지도 모른다. 모든 게 다면적이고, 불완전하고 모순되며 지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해결이 더욱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감은 고조되기에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일로 심리적 위안 삼기도 한다.

환경, 생태 전문 최평순 PD가 출간한 책으로 그가 연출한 대표작은 이름만 대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작품으로, 하나뿐인 지구,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 등이 있다.

최평순 PD가 직접 촬영한 호주 산불 현장 코알라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있다. 이런 직접적인 모습을 접하면 ‘인류세’라는 말이 무섭고도 심각하다는 사실이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지구 온난화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미 인류세의 명징을 느끼고 있지만, 힘없이 나약한 존재가 인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은 참 미안하고도 가슴 아픈 일이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를 이르는 말로 인간이 보금자리를 뒤바꾼 지질시대를 뜻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의 우선순위가 뒤바꿀 수 있는 일로 혼란스럽기에 정신 차려야 될 상황에 놓여있는 게 분명하다.

“비정상의 일상화라. 두려운 말이다. 정상이 아닌 것이 정상이 되는 시대. 그 말을 과학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섬뜩하다.”

과거에는 비정상 상태로 간주되었던 재난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비정상의 일상화라는 말이 무섭게 다가왔다.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가 비정상의 일상화라는 긍정의 뉘앙스만을 바라보며 적응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까? 지구의 위기가 내 몸을 가해하고 내가 거주하는 공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상에서 돌봄의 전략은 시대와 공명한다는 말은 지금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예술품이 된 플라스틱 돌, 기후 우울을 이기는 만화 등 이슈화의 최전선과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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