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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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의 화자는 프랑스 남서부 시골 마을의 뷔그 농장에서 살아가는 스물여섯 살의 프랑신 베르나트이다. 클레망스와 제롬의 불륜으로 노엘이 태어났다. 클레망스는 프랑신의 남동생 니콜라의 아내이며 제롬은 외삼촌이다. 불륜이었다는 사실을 안 니콜라는 제롬과 다툼을 넘어서 싸움을 치른다.

니콜라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리카락이 달라붙고 얼굴 위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가슴이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멍이 들고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겨드랑이에서 팔을 따라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잔뜩 집중해서 제롬을 주시했다. 등을 펴지 못하는 외삼촌을 보면서 니콜라는 앞으로 닥칠 일을 예감했을 것이다.

니콜라와 제롬이 싸움을 벌인 뒤 열 번째 날이 시작되는 밤에 결국 사망한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시골에 틀어박혀 산 것은 제롬 탓이었다. 궁핍하게 산 것도 그랬다. 하지만 프랑신은 그런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 어떤 삶도 부럽지 않고, 다른 많은 삶과 다름없이 현재 삶을 꾸려 가는 일이 잘 맞는 것 같아 자신은 제롬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클레망스는 니콜라를 떠나지만, 노엘은 니콜라 손에 맡겨진다. 노엘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프랑신의 차지였다. 니콜라는 정신을 빼앗긴 상대가 있어 더 이상 아들한테 관심이 없었다. 노엘은 이가 몇 개 났지만 케이크를 먹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는 입 안에 든 것을 프랑신의 손에 뱉으며 장난했고, 그러다 숨이 가빠질 정도로 자지러지게 웃기도 했다. 평생 놀 기세로 프랑신을 보며 웃는 노엘이 짜증 나기도 하지만 간식을 먹이는 일에 집중한다.

어느 날 밤에 클레망스가 프랑신의 방 창문을 두드렸다. 집을 나가던 저녁과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 똑같은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으며 얼굴은 하얬고, 글썽이는 눈물이 반짝이는 밤색의 작은 두 눈으로 밤중에 홀로 걸어왔다고 한다. 결국 노엘때문에 클레망스는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뒤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클레망스는 철로 위에서 기차에 깔려 죽은 니콜라의 시체를 발견한다.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다리는 벌린 마치 죽은 새처럼.

프랑신의 주변은 늘 요란하다. 크게는 사망사건이 일어나거나 작게는 어린 조카의 놀림 등으로 고요가 깨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심하고 팡탄하며 자기 안에서 자유로운 삶을 묵묵히 이어가는 이 책의 화자 프랑신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는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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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뇌사고 - 돈 되는 생각의 탄생
간다 마사노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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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지식보다 훨씬 중요하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잠재의식이 우리가 명확하게 상상한 대로 기적을 탄생시키는 일에 힘을 실어준다. 인간만이 가진 높은 지적 능력 중, 원하는 끝 그림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구성원 모두가 구체적으로 ‘상상’해 기존의 사고 범위를 뛰어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탄생시키는 게 마인드 파워 전문가 조성희가 말하는 전뇌 사고 모델의 설명이다.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전뇌 사고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책의 중고가가 40만 원까지 올랐을까?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친숙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전뇌 사고는 현상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대신,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상적인 미래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방식을 사용하면서 과제의 해결 과정을 도출한다. 이야기를 사용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치환하는 것, 그 결과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라도 간단히 실현하게 되는 마법이 바로 전뇌 사고라고 한다.

실체 없는 사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방책을 제시한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공 사례에는 반드시 공통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패턴을 응축한 것이 바로 전뇌 사고의 모델이다.

전뇌 사고 모델 사용법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고객이 120%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라
2단계: 고객의 현재를 생각하라
3단계: 고객이 행복해지는 클라이맥스를 찾아라
4단계: 클라이맥스로 가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라
5단계: 오프닝을 연출하라

사업의 핵심 타깃을 명확하게 잡아 고객의 문제점에 공감할수록 사업 배경이 확실해짐을 인지하고, 고객이 행복해지는 클라이맥스를 찾아 성공을 이끄는 계기를 만든다. 고객에게 강렬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성공을 좌우하는 사업의 오프닝을 연출하여 결정짓게 한다.

다섯 가지 단계를 적용한 예시는 책에 상세히 나와있다. 어떻게 일상적인 대화에서 창조적이며 현실성 높은 아이디어가 태어날 수 있을까?

전뇌 사고에는 간다 마사노리가 찾아낸, 창조적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하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독창적 사고 전환법이 담겨 있다. 일본의 대표 경영 컨설턴트이자 작가, 글로벌 마케터인 그는 (주) 알마크리에이션 대표이사이며 일본 최대의 북클럽 리드포액션 주최자이다. 지큐 재팬이 뽑은 일본의 톱 마케터이자 마케팅 업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ECHO상 국제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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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에서 삶을 본다 - 국제시장 노점에서 대한제강으로, 오완수 회장의 인생 이야기
오완수 지음 / 아템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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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세우고 운영하며 후대에 남기기까지의 열정을 우리 사회 곳곳의 건물과 다리, 도로의 철근이라는 뼈대에 심어놓은 오완수 회장의 인생 이야기다.

1954년 ‘대한상사’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던 대한제강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범냇골의 조그만 공장에서 동래공장으로 이전하고, 현재의 신평 공장과 녹산공장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설비를 확장하거나 노후한 설비를 교체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역량을 높이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대한제강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이 오직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구면서 성실함과 신용, 과감한 실행력과 배포라는 자신만의 재산을 밑천 삼아 어떤 일이든지 최선을 다했던 결과가 결국에는 대한제강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오완수 회장은 매일 아침 5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화기를 들고 전국 주요 거래처와 통화하는 일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거래처를 챙기면서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할 일에도 악착같이 매달려 성사시키곤 하셨다고 한다.

한창 사업이 힘들었던 때는 마음먹기에 따라 문제를 수월하게 풀 수도 있었지만, 정치권력의 힘을 빌려 쉬운 길을 가지 않았고 늘 현장에서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켰다고 한다.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에 IMF 위기를 넘길 수 있어 어려운 시기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위기관리 능력은 자기 업종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서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회사가 가진 내부 역량이나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해 대비할 줄 아는 데서 나오는데 그런 능력은 단시간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성실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쌓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굴지의 대한제강이다.

이 책은 오완수 회장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10년간의 기록이라고 한다. 자서전이자 대한제강의 역사를 차분한 마음으로 정리한 것 같다. 대한제강이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묵직한 삶과 성실함, 노력의 산물들은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히 전달되어 한 기업체의 이미지를 그려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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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 우린 애초에 고장 난 적이 없기에
알리사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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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준 게 얼만데!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
다 너 잘 되라고 이러는 거다.

생각해 주는 ‘척’
구별하기 쉽지 않은 그들의 속마음. 가스라이팅에 쉽게 이용당하는 데는 ‘따르는 게 맞다’라고 느끼게 하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배려와 걱정 때문이다. 직장 상사의 경우 내려다보는 그들의 위치 또한 무시 못 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을 겪으며 나를 잃어보고 나서야 삶의 기준을 만들게 되었고 직장 내 괴롭힘, 가스라이팅, 공황장애 등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정보를 세상에 공유하며 나다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인정받는 삶을 살아내며 주문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예의 없는 독불장군 취급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자신을 지키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인형이 되기로 한 결과, 10년간 공황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가스라이팅에 시달려 아직도 정신과 약의 힘을 빌리며 살고 있다.

“이 책은 걱정이라는 그럴싸한 포장 안에 폭언과 정신적 폭력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고 틀린 거라고 말해주는 확성기 역할을 하는 책이다.”

가스라이터는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단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화가 중요하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상처가 되는 일은 인지를 시켜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말은 쉽다.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말은 하고 봐야 한다. 말은 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를 미리 걱정하는 마음에 포기하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그려보는 일이 힘들어 시작조차 할 생각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똑같은 일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다. 놓치기 싫은 직장이라면 일단 대화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 이 책에는 가스라이팅 대처법과 병원 치료, 트라우마 치료 등 세상으로부터 빼앗긴 나를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며 가스라이팅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알리사의 실제 마인드 셋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면 된다.
둘째, 나만의 무기를 찾아라.
셋째, 내가 하는 것이 곧 정답이다.
넷째, 자신과 자주 대화하자.
다섯째,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해 보자.
여섯째, 있어 보이는 삶보단 나누는 삶을 산다.
일곱째, 불안함을 인정하자.
여덟째, 모든 답은 나에게 있다.

나를 되찾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이 책에 담겨있다. 특히 독서에 대한 열정에서는 배울 점은 많다. 차근차근 따라 해보면 나답게 사는 법은 물론 세상 사는 맛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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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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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빈자리로 슬퍼하는 여자와 사랑을 지워버리고 싶은 남자가 전송하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

‘쾅’

말다툼으로 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집 밖으로 나간다. 닫은 문이 울리던 소리가 아직도 클라라의 귓가에 남아 있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행선지도 알리지 않고 사라진 날이다. 그리고 벤은 더 이상 클라라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영원히 침묵하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지 그녀는 해지된 벤의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죄책감에 상실감을 더한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전송하는 메시지는 벤과의 추억을 덜어내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남자와 키스라니.

연인의 바람을 목격한 이성적이고 냉철한 경제 전문 기자 스벤은 사랑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받는 이가 ‘벤’이라는 사람인 메시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에 활력이 찾아온다.

이별이 새로운 시작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메시지 로맨스는 결국 서로를 간절히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나에게도 우연히 잘못 전송된 메시지를 받게 되면 일부러 정성껏 답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처럼 설레는 로맨스가 시작되진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추억 소환까지 일으킨 소설을 만나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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