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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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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아이자, 걸밥을 먹으며 살아왔던 저자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이름과 함께 그에 걸맞는 평범한 삶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환경은 평범한 삶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보호받을 수 있는 가족도 없었고, 사회도 없었기에 그는 살아남고자 도둑질을 하는 등 나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는 일이 많았지만, 결국 그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것도 수감 생활 중이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만난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이 그의 인생을 변하게 했다. 임승남이 변화해가는 그 과정을 읽으며, 세상이 비록 나를 포기하는 것 같더라도 나 자신이 나의 인생을 아예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희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책 한 권을 읽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꿨듯이 우리에게도 삶을 달라지게 할 무엇인가를 발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인 최후진술에서 인간 임승남의 면모가 두드러졌다. 그가 쌓아온 신념의 진실됨이 한껏 느껴지는 진술이었다.

그가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면서 그 길을 얼마나 잘 걸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저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깨닫고, 어둠 속에서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처럼 사회에 작은 보탬이나마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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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초 단위의 동물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2
김병운 외 지음, 민가경 해설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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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림초단위의동물 #김병운 #서이제 #성수나 #아밀 #안윤 #이유리 #최추영 #열림원

열림원의 젊은 작가 단편집 그 두번째 책인, <림: 초단위의 동물>을 읽었다. 제목의 ‘-림’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라고 한다. 등단 여부에 상관없이 이전에 없던 이야기들을 갖은 젊은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을 풀어낼 수 있도록 지면을 내준 열림원의 단편집다운 제목이다. 기존에 알던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새로운 작가들의 이름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의 본문 편집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양끝 맞춤에 익숙했는데, 왼쪽 정렬로 문장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조판되어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이었으나, 집중하여 읽을수록 자연스레 흘리는 조판 방식에 오히려 가독성이 붙었다.
웹진 림 계정에 들어가보니, 같은 방식으로 텍스트가 흐르고 있었다. 웹진에 올라간 소설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책을 처음 받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강렬한 색감의 표지였다. 물성이 있는 책의 아름다움이란 정말 매력적이다.

여러 작가의 단편들이 엮인 몇몇 단편집을 읽을 땐, 본문 소설 외에도 기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작가 노트’! <림: 초단위의 동물>에도 작가 노트가 나온다. 성수나 작가님의 작가 노트가 인상 깊었다. 청소년과 아이들에 대한 다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아밀 작가님의 작가 노트도 매우 재밌었다. 하고자 하는 건 해내는 뚝심이 느껴졌다.

일곱 소설들 모두가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모든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이전과 다른, 그러나 또 같은’ 몸들의 각기 다름이 재밌게 다가왔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단편은 <달리는 무릎>이다. 평소에 내가 자주 넘어져서 그런가 넘어지는 첫 도입부부터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무릎에 살면서 달리기로 에너지를 얻는 외계인 이야기가 귀여우면서도 신비로웠다. 선생이 되면 돌아와서 자랑하겠다는 외계인을 떠올리며, 성공과 실패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뛰어드는 '몸'이 되는 주인공을 보며 나또한 어떤 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요즘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소설들을 읽고 싶었다. 열림원의 젊은 작가 단편집 서평단에 선정되어 소설들을 읽으며 기대했던 바가 모두 충족됐다. 우리는 각기 다른 몸으로 살아간다. 각자의 기억, 기분, 감정, 빛깔들이 어우러진 몸들. 그 몸들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보다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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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한 문장

❝한편 인간은 초 단위의 시간에 살고 있다. 그것은 기계적 시간이자, 노동을 위해 발명된 시간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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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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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의 대표작인 『롤리타』와 『도창백한 불꽃』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프닌』이 나의 첫 나보코프이다. 나보코프의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코믹하고 가장 애달프고 가장 단순한 소설이라는 말에 기대를 하며 읽었다.

프닌은 러시아 사람이지만, 미국에 정착해서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능숙하지 못한 영어 실력,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는다. 그가 기차에 잘못 탄 순간부터 그는 소설 속의 우스운 인물이 되어버린다.

소설을 읽으며 줄표를 사용해서 한 단어와 단어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독자인 내가 상상할 여지를 주기보다는 모든 것을 전부 세세하게 그려준다. 물음표를 찍을 새도 없이 그냥 쭉쭉 읽어 내려갔다. 사실 이러한 부연설명의 과다함이 가독성을 조금 방해하기도 하였으나… 재밌는 지점들이 많아서 좋았다. 각주가 많은 것도 좋았음!

나보코프는 소설을 쓸 때 시점전환을 사용한다는데, 이 소설에서 아주 제대로 사용한 것 같다. 그런점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보여줬는데, 프닌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같지만 시점이 프닌, 화자, 그리고 나보코프 그 각각의 다름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나보코프 자체가 프닌을 엉뚱하고 우습게 만들지만, 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프닌, 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프닌, 무시를 당하는 프닌이 너무 짠했다. 특히 6장에서 프닌이 설거지를 하는 부분이 그러했다.

“프닌이 주방에서 설거지 준비에 나섰다. 실크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틀니를 뺐다. (중략) 여러 가지 한입 음식들을 접시에서 긁어내려 갈색 종이봉투에 담았다. 오후에 때때로 찾아오는 지저분한 흰 강아지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불행이 개의 행복을 방해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258, 259

“프닌은 행주를 한구석으로 집어 던진 뒤, 뒤로 돌아 열린 뒷문 문턱 너머 캄캄함을 응시하며 잠시 서 있었다. (중략) 그는 많이 늙어 보였다(이 빠진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깜빡이지 않는 초점 없는 눈을 눈물이 얇은 막처럼 덮고 있었다).” -260

소설의 막바지에서 프닌은 결국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던 웬델을 떠난다. 그에게 고독과 외로움이 없는 곳이 올까? 고향을 떠난 이상 그건 어려울 일이다. 그가 앞으로 마주할 사회는 그를 계속해서 우스운 러시아인 취급할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프닌 흉내’ 놀이에 집착하며 그를 조롱하는 코커럴을 보며, 신형철 교수님 칼럼이 떠올랐다. <해도 되는 조롱은 없다>

어떠한 ‘개그’나 ‘유머’를 보고 웃을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윤리적인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프닌의 영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로, 그의 행동이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로, 외모가 멋지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비웃을 수는 없다. 그가 했던 말과 행동들은 그의 현상황(미국에서의 이민자)에서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외모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영화 <그린 북>을 봤고,,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다. 아우ㅠㅠ
+근데 나보코프 어렵다… 창백한 불꽃도 궁금해졌다.

#프닌 #블라디미르나보코프 #나보코프 #프닌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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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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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에 신청하여, SF보다 얼음의 가제본을 받아 읽었는데, 표지 이미지와 비평을 읽고 싶어서라도 다시금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될 것 같다.
*보다 시리즈가 좀 더 다양한 분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게 반갑다.

날카롭게 벼려진 얼음으로 폐부를 찌르는 듯한 차가운 이야기부터, 시리지만 몸을 던지고 싶은 포근함을 가진 이야기까지. SF 보다 얼음을 이루고 있는 스토리들은 ‘얼음’이라는 한 주제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가장 오랜 여운을 준 소설은 구병모 작가의 <채빙>이다. 사한과 현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신처럼 숭배되는 존재가 ‘얼음새꽃’을 가져오는 한 사람으로 인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어느 것도 할 수 없이 얼음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나까지도 그 기한 없음과 상실감에 머리가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다. 이미 한차례 문명이 지나간 듯한 세계부터 다시 알법한 세계가 도래하는 시간까지, 시간대의 흐름 또한 매력적이다.

가장 날카롭게 무서운 얼음의 모양을 가진 소설은 남유하 작가의 <얼음을 씹다>였다. “인간은 다른 이의 살을 영양분으로 섭취하여 생존해야 할 만큼 고귀한 존재가 아니다.”는 소설 속 문장과 죽은 인간을 ‘식량’으로 취급하는 것이 당연한 세계관을 보고 있노라면, 이 소설이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중했던 사람의 죽음이 슬픔이 아닌 식량이 생기는 데에 대한 반가움으로 다가온다니... 생각만해도 뒷목이 서늘하다. 딸의 시신을 지키고자 한 유리아에게 내려지는 처벌 또한 잔인하다. 처벌의 방법을 보면, 다시금 인간은 정말로 잔인하게 느껴진다. 한편, ‘다른 이의 살’이라는 표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보자면, 생각하게 되는 것이 더 많아진다. 다른 동물의 살을 영양분으로 섭취하여 생존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지금. 그것이 정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일까?

위 소설들을 제외하고도 곽재식 작가의 <얼어붙은 이야기>나 <귓속의 세입자>처럼 다소 가볍고, 또 그나마 현대 사회와 맞닿아 있는 듯한 얼음 이야기도 나름 즐겁게 읽었다. 다른 이야기들처럼 시리고 차가운 이미지는 적었던 것 같긴 하지만, 모든 얼음이 다 같은 온도를 가졌다면 읽는 즐거움이 덜했을 것 같다. 시린 세상 속 따뜻함마저 느끼게 하는 인물이 나오는 <차가운 파수꾼>을 읽으면서는 노이 같기도 이제트 같기도 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처음 보는 존재를 통해 위로를 얻는 <온조를 위한>을 읽으면서 우리는 때로 설령 그 존재들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존재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한다는 사실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SF 보다 얼음의 이야기들은 전부 각기 다른 사람 또는 존재와의 부딪힘을 통해 얼음이 깨어지기도, 다시 꽁꽁 얼어붙기도 한다. 그 모든 얼음의 시리고, 날카롭고, 다양한 변화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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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멜랑콜리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장문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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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우리의 도시는 본성상 멜랑콜리하다.”

이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자신의 도시 ‘토리노’에 대해 한 말이다. <토리노 멜랑콜리>는 이탈리아의 산업 도시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 ‘토리노’가 어째서 멜랑콜리한 도시가 되었는지, 그 역사와 배경을 소개하는 책이다. ‘피아트’라는 자동차 회사의 광활한 무대가 되었던 토리노는 현재 도시를 가득 채우던 노동자들과 열기, 들끓던 것들은 사라진 채 김이 빠져버린 잿빛 도시가 되었다. 책에 따르면 토리노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불안정해졌으며, 더 이상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가 아니게 되었다. 이는 결국 시대가 변하며 “급속하고도 완벽한 탈산업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임이라. 이와 더불어 토리노를 들썩이게 하던 ‘노동 운동’의 패배도 그 원인일 것이다.

아녤리의 피아트가 토리노를 성장시킨 것만큼은 분명하다. 책에도 나와있듯 당시의 ‘노스탤지어’를 갖고 있는 토리노 노동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은 빛바랜 잿빛 도시 멜랑콜리한 토리노가 되어버렸지만, 당시의 토리노는 혁명의 불씨, 노동의 열기로 북적북적한 도시였다. 아녤리의 전략적인 포드주의로 발 빠르게 산업화의 길을 연 피아트는 토리노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경제에도 큰 힘이 되었다. 이는 얼핏, 전쟁 이후의 한국을 연상시킨다. 급격한 경제성장이 나라(토리노는 도시이지만)를 일으켜 세웠고, 거기에 노동자들의 노동이 큰 힘을 더했기에, 그에 대한 묘한 자부심이 있다. 토리노의 노동자들이 그 당시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화상을 입곤 했음에도, 그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듯, 우리나라의 노동자들 또한 그럴까? 당시의 치열하고 지난했던 노동이 지난 지금, 현재의 노동이 향해가고 있는 길은 어디일까.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고 있을까.

“피아트가 승리했다.”와 “피아트 해고 노동자 중 300명 이상이 자살했다.”는 두 문장이 대조되며 배어나오는 짙은 비극성은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결국 가장 뜨겁게 노동 운동이 일어났던 도시도 자본에게는 질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어떠한 패배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시감 또한 느꼈다. 최근 한국에서의 파업 중 ‘승리의 성취감’을 느꼈던 파업이 있을까? 당장 머릿속을 스쳐가는 철도 노조 파업이나 화물연대 파업이 그려진다. 여타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 ‘편할 권리’ 등에 못이기듯 협상을 마무리 짓던 그들. 나도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일 뿐인데, 그들의 파업에 진심으로 연대한 적이 있었던가?

“21세기의 자본주의에서 노동이 자본의 힘에 비해 너무나도 약해 그 관계가 종종 시야에서 사라지곤 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에 굉장히 공감했다. 정책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노동자가 회사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의무들이 좀 더 큰 위력을 가진다. 주52시간 제한과 최저시급으로 최악만을 막았던 노동조건들이 현재는 말장난 속에서 다른 양상을 띄어가는 것 같다. 그 당시보다는 나아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만 순응해야 하는 것일까. 피아트의 노동자들처럼 ‘행진’을 하고 파업을 주도할 용기가 없음에도 자유를 바라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피아트가 뜨거운 혁명의 열기에 휩싸였을 때도 모든 자유를 원한 노동자들이 그 혁명의 길에 뛰어들진 않았다.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위로를 받았다. “순응성이 자율성과 꼭 배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문장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순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듯한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각자의 자유와 덕을 좇고 있고, 이는 언젠가 반드시 터져나와 거리를 가득 채울 것만 같다는 믿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멜랑콜리한 토리노를, 당시의 영광을 상실한 듯한 토리노를, 여전히 열정있게 바라보는 저자처럼. 우리가 현재 이 사회와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열정을 갖고 믿음을 갖는다면 잿빛 도시에서 다시 광채를 띈 도시로 변모할 수 있을 것 같다.

“혁명의 실패가 멜랑콜리를 낳지만, 멜랑콜리의 극복이 혁명의 시작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의 도시이자 파시즘의 덫에도 쉽게 걸리지 않은 독립성의 도시이며 혁명의 도시이기도 한 토리노는 그와 동시에 실패로 인해 자아난 멜랑콜리가 만연한 도시이기도 하다. 멜랑콜리는 결국 애도를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토리노를 비롯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들이 자아내는 멜랑콜리를 극복할만한 올바른 애도의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20세기의 토리노를 톺아보며,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 유의미한 질문들을 던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혁명에 성공해서(잠깐의 달콤한 성공이었지만) 자유시간을 즐기고, 행진하며 자본에게 자신들을 드러내 보여주던 장면들에서 희열을 느꼈다. 어쩌면 나 요새 정말 힘든지도…

*혁명을 원하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달라고 하는 노동자들의 입장도 있었다. 노동자들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고도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일 나라면 어느 스펙트럼에 존재하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뜨겁던 열기가 식어버린 토리노지만, 그 멜랑콜리마저도 궁금해서 언젠가 이탈리아에 간다면 꼭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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