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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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의 대표작인 『롤리타』와 『도창백한 불꽃』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프닌』이 나의 첫 나보코프이다. 나보코프의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코믹하고 가장 애달프고 가장 단순한 소설이라는 말에 기대를 하며 읽었다.

프닌은 러시아 사람이지만, 미국에 정착해서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능숙하지 못한 영어 실력,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는다. 그가 기차에 잘못 탄 순간부터 그는 소설 속의 우스운 인물이 되어버린다.

소설을 읽으며 줄표를 사용해서 한 단어와 단어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독자인 내가 상상할 여지를 주기보다는 모든 것을 전부 세세하게 그려준다. 물음표를 찍을 새도 없이 그냥 쭉쭉 읽어 내려갔다. 사실 이러한 부연설명의 과다함이 가독성을 조금 방해하기도 하였으나… 재밌는 지점들이 많아서 좋았다. 각주가 많은 것도 좋았음!

나보코프는 소설을 쓸 때 시점전환을 사용한다는데, 이 소설에서 아주 제대로 사용한 것 같다. 그런점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보여줬는데, 프닌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같지만 시점이 프닌, 화자, 그리고 나보코프 그 각각의 다름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나보코프 자체가 프닌을 엉뚱하고 우습게 만들지만, 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프닌, 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프닌, 무시를 당하는 프닌이 너무 짠했다. 특히 6장에서 프닌이 설거지를 하는 부분이 그러했다.

“프닌이 주방에서 설거지 준비에 나섰다. 실크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틀니를 뺐다. (중략) 여러 가지 한입 음식들을 접시에서 긁어내려 갈색 종이봉투에 담았다. 오후에 때때로 찾아오는 지저분한 흰 강아지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불행이 개의 행복을 방해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258, 259

“프닌은 행주를 한구석으로 집어 던진 뒤, 뒤로 돌아 열린 뒷문 문턱 너머 캄캄함을 응시하며 잠시 서 있었다. (중략) 그는 많이 늙어 보였다(이 빠진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깜빡이지 않는 초점 없는 눈을 눈물이 얇은 막처럼 덮고 있었다).” -260

소설의 막바지에서 프닌은 결국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던 웬델을 떠난다. 그에게 고독과 외로움이 없는 곳이 올까? 고향을 떠난 이상 그건 어려울 일이다. 그가 앞으로 마주할 사회는 그를 계속해서 우스운 러시아인 취급할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프닌 흉내’ 놀이에 집착하며 그를 조롱하는 코커럴을 보며, 신형철 교수님 칼럼이 떠올랐다. <해도 되는 조롱은 없다>

어떠한 ‘개그’나 ‘유머’를 보고 웃을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윤리적인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프닌의 영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로, 그의 행동이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로, 외모가 멋지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비웃을 수는 없다. 그가 했던 말과 행동들은 그의 현상황(미국에서의 이민자)에서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외모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영화 <그린 북>을 봤고,,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다. 아우ㅠㅠ
+근데 나보코프 어렵다… 창백한 불꽃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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