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천천히 읽기 13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도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즐겨 쓰다 보니 어떤 도구는 마치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 것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옷이다. 하얀 옷에 떡볶이 국물이 튀면 우리는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안타까워한다.
소로의 옷에 대한 생각은 사뭇 다르다. 소로는 옷이 빗자루나 볼펜처럼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고, 그러므로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3개월 동안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과, 3개월 동안 똥꼬가 찢어진 바지만 입고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소로의 우선순위를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의 말은 묵직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아무리 잘 차려 입어도 사람이 보잘 것 없다면 과대포장의 죄를 범하는 셈이다. 과대포장을 해놓고 질소 충전이라고 핑계대는 과자회사를 우리는 얼마나 욕해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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