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천천히 읽기 2
소로가 콩코드를 돌아다녔듯, 나 또한 마포구 일대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 눈에는 사람들의 고생이 보이지 않았다. 내 눈앞에서 사람들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소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한 반면 나는 내 삶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마 소로의 눈에는 나 또한 목이 비틀리는 고행을 하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내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인류를 구원하는 거창한 일일 리 없었다. 헌신적인 조력자가 위기에서 구해주는 드라마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런 고행의 쳇바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을 소로는 알고 있었다. 공자도 칠십이 되어서야 터득했고, 부처도 갖은 고행 끝에 이룬 것을 말이다. 나도 어서 고행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