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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국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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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쇼트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호시신이치의 이야기들은 정말 멋지다. 
몇 페이지 안되는 짧은 이야기안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기발한 발상아래 치밀한 구조로 글이 쓰여진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을까" 라는 감탄사는 늘 내뱉는 말이니,
시리즈 중 마이국가가 가지는 특별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나을 듯 싶다. 
마이 국가는 호박마차나 봇코짱 등 다른 쇼트쇼트 시리즈에 비해 현실적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나 조만간에 실현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마이국가>가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이「인간심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마이국가>부터 <시끄러운 상대>, <우정의 잔>, <조정>, <밤의폭풍우>, <의식>, <죽고싶어하는 남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게는 개개인의 심리에서부터, 크게는 집단의 사고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이국가>처럼 주인공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들도 많은데 그 상황이 주인공 A씨(또는 B씨,N씨...어쨌거나)의 선택에 따라 바뀌거나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하고 끌려갈 수 밖에 없는 흐름를 가지고 있어서 주인공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고 있던 독자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만든다.

<우정의 잔>역시 한편의 스릴러로 만들어도 될만큼 오싹하다. 평화로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와인에 대해 한 마디씩 내뱉는 노인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간호사.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인의 친구이다.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노인에게 얽매여 죽을때까지 그를 위해 살 수 밖에 없는 친구.

<죽고싶어하는 남자>에서의 주인공은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읊어대는 남자다. 대기업의 사장이지만, 죽고 싶어하는 친구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인생이다.

세 명 모두 견딜 수 없는 괴로움에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이야기를 읽고 있던 나도 같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이제까지 읽은 쇼트쇼트시리즈 중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런 분위기 탓일 것이다. 반전에 따라 주인공의 희비가 교차하는 극적인 긴장감.

마지막으로 <시끄러운 상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닌테도를 사고, 메모리를 사고, 게임을 사고, 더 좋은 효과를 위해 진동팩을 사고...자동차를 사고 수리를 하고 더 좋은 타이어로 갈고...카메라 본체를 사고, 인물렌즈를 사고, 광각렌즈를 사고, 메모리용량을 올리고...기업이 지금 우리에게 하고 있는 일과 별로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른 의미로, 무서운 이야기였다.  

여담이지만, 호시신이치가 작가,수필가 외에 신문사설이나 한줄논평을 쓰는 사람으로 활동했다면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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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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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DNA"와 "자기복제"가 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것에 변이를 일으킨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자극하는 유전정보만으로는 생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생물, 광석처럼 생긴 그것의 모양새는 둘째치고서라도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를 하지못한다. 이처럼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DNA와 자기복제 현상에 대해 밝혀진 것은 최근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많은 사람들의 얽히고, 얽힌 사연이 있다.

이 책의 매력적인 점은 그것인데, 전문지식들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노력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는 것이다. DNA구조를 밝혀내서 노벨생물학상을 받았던 두 사람이 논문발표 당시 각각 20대와 30대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좀 씁쓸하다. 실질적인 연구자료를 만들었던 로자린드 프랭클린은 자신의 연구가 도용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채 연구실험의 폐해(X레이선에 대한 잦은 노출)로 일찍 죽었다. 자신을 실험실노예였다고 말하는 글쓴이의 자조적인 문장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순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학문의 세계 역시 이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역사의 큰 획(landmark)을 긋고도 배경으로 쓸쓸히 사라져간 누군가가 여자였다는 사실때문에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인물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말해, 이 책은 어렵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페이지가 수두룩하다. 각종 도식과 그림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실려있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게 노력해서 읽고나니 우리 몸의 세포와 그 행동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얻을 수 있었다. 뭐, 대개의 인문학도가 그렇겠지만, 난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을 몰랐다. 막연히 병을 일으키는 두가지이니 같은 물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균은 살아있는 생명체고, 바이러스는 무생물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이러스는 무생물이기에 항생제가 없다. 가장 흔한 감기 역시 바이러스로 전염된 것이라면 약이 없다. 우리가 병원에서 받는 약은 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열이나지 않게 해주고,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숨쉬기 편하게 기도를 확장시켜주는 것이지, 그 바이러스자체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싸워 이겨야 할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은 우리 몸이 매일 새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형태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지만, 내 몸을 이루는 성분들은 2~3일이 지나면 완전히 새것이다. 해변가에 있는 모래언덕이 파도에 의해 쓸려나가고 쓸려오면서 언덕을 이루는 모래들이 어제와 오늘 다른 것처럼 우리 몸도 똑같이 전환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쳐다보고 있느라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생물학의 근,현대 역사도 재미있었지만,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정수는 역시 생물의 신비-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몸의 신비-라고 생각한다.    

내 몸을, 살아있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보고 싶다면, 한번쯤 이 책을 시도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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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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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나는 쌍꺼풀수술을 하자마자 대놓고 말하고 다녔다. 수술했어요, 수술한지 몇달 됐어요......그러나 00학번으로 대학교에 입학했을때 만났던 친구는 쌍커풀수술 사실을 마치 금기마냥 쉬쉬하고 다녔다. 항상 붙어다녔던 나에게조차 3학년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최근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자친구가 성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이란 질문에 대한 답변에 "상관않는다"가 41%, "처음부터 말하고 사귀었다면 괜찮다(속였다는 사실에 더 화가난다)"라는 대답이 9%였다고 한다. 과반수가 긍정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때를 맞이해서 성형에 대한 정보들을 단순한 관심,흥미거리로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체계적으로 학문처럼 정리한 책이 나왔다. 유명한 의사나 병원을 소개하거나, 칼을 대면 무조건 예뻐질 수 있다라고 부추기는 상업성 책이 아니라는 것은 책의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씨크릿 쇼핑' 보다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책.
이 책은 예쁘지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가 함께있는 여성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이다.
막연히 예뻐지고 싶다라는 바람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얼굴에 어디가 제일 마음에 안들어, 이것만은 죽어도!' 처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여성에게 200% 활용될 수 있다.

○첫 단계 - 확신해요?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어디에요? 댓가를 치르더라도 예뻐지고 싶어요?단순한 상상이나 망상, 자기혐오같은 정신적문제는 아닌가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둘째 단계 - 어떻게 예뻐지고 싶어요?
마음에 안드는 부위를 교정하고 싶은 건가요?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싶은가요? 예뻐지고 싶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셋째 단계  - 효과적인 방법을 써보지 않을래요?
어떻게 바꾸고 싶다라는 큰 테두리가 생겼으면, 방법을 연구해봐요. 여러 곳에 손대면 오히려 실패하는 수가 있어요! 가장 크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위만 고쳐보고,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고 고치도록 해요!
○넷째 단계  -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하세요.
손 댈 부위를 찾았다면, 이제 어떤 방법으로 시술할지 결정해야 해요. 한 부위를 고치는 방법도 최소한 3가지 이상이 되니까 의사가 권하는 방법말고, 자신에게 맞는 시술법을 찾아요.
○다섯째 단계 - 유명 의사라고 무턱대고 믿거나 닥터쇼핑같은 것은 금물이에요.
해당 시술로 유명한 곳을 찾되 직접 찾아가서 의사와 상담해보도록 해요. 하지만, 20~30명씩 찾아다니며, 닥터쇼핑을 하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나쁜 방법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홈페이지 문구만 믿고 결정하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에요. 한 곳을 고치러 갔는데, 2곳,3곳을 더 손봐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라면 당장 나오도록 하세요.
○여섯째 단계 - 시술 후 자신의 만족도를 측정해보세요.
만족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문제가 되지요. 수술이 정말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꿈속에서 그리던 그런 상상속의 얼굴이 되지 않아서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리고, 누구누구처럼 원하는 얼굴로 바꾸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손대다 보면 성형중독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세세한 부분을 보지말고, 자신이 원하던 이미지에 얼마나 근접했는가를 생각하세요. 정말로 잘못된 시술이라면 소송이든 재수술이든 처음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무조건 '마음에들지않아요!' 라고 소리지르며 찾아가면 더 손해를 볼 수 있어요. 

위 내용은 책의 목차와는 다르다.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자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정리한 순서다. 글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조곤조곤 잘 짜놓았나 싶을 정도로 구성이 알차고, 읽기가 편했다. 책을 든 독자에게 자신의 결심을 다시 확인케 하고, 의지를 시험하면서 계획을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

정보가 없어서 수술대 위에 오르기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광고글에 속아 얼굴이 엉망이된 여성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성형에 대한 이야기들이 음지에 있는 동안 많은 여성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글쓴이의 의지가 아니라 세상의 필요에 의해 사회의 필요에 의해 수요가 넘쳐나서 나오게 된 책.
성형수술을 한번쯤 꿈꿔본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앞으로 20년간은 내 책장에 두고,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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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인열전 - 파격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조선의 뒷골목 히스토리
이수광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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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언발란스한 표지 디자인.
구수한 황토색 표지와 현란한 핑크색 띠지가 따로 논다.
옛날 이야기를 하되 똥꼬발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건가? 

실제로 그러했다. 유명한 서민들의 이야기라길래 조선시대판 '생활의 달인'을 생각했지만, 실상은 '세상에 이런일이' 에 나올만한 기인들의 이야기가 나를 참 난감하게 했다.


기생과 악단을 불러 잔치를 열정도로 세가 컸던 거지왕 개수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국화 8개를 방으로 들여 주거니 받거니, 대작했다는 신용개

장원급제부터 2등,3등까지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었을 정도로 글을 잘썼던 대리시험자 유광억

책을 판 돈으로 하루 3끼 밥대신 술만 마셔 신선이 되었다는 조생

아들이 없는 집에 찾아가 대신 씨를 뿌려주고 돈을 받아올 정도로 정력이 셌던 김생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미친 천재화가의 대명사가 되버린 장승업

 
이 외에도 여럿이 있어, 모두 24인의 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다.
진짜같기도 하고, 그럴 듯 해보이기도 하고, 어쩔 때는 너무 허무맹랑해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재미있고,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역사적 진실을 찾으려 하거나 정확한 근거자료를 궁금해 하면서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아,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 때도 지금과 다를 게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이었구나,

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그 시절의 분위기는 이러했구나' 이렇게 흐름과 분위기를 느끼는 게 중요한 듯 하다. 고맙게도, 이야기마다 그에 어울리는 선한 옛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우리의 상상을 도와준다.  

옛날 왕들, 양반들 이야기만 나오는 사극을 볼 때는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이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만 모인 시절같더니,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옛날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하긴, 우리네 역사고, 우리네 사람들인데 크게 다를게 있을까. 

끝으로 마지막 마당에 나오는 '검녀'를 읽고서는 한참 웃었다. 우리도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었구나. 개인적으로 무협지를 좋아해서 한참 푹 빠진 적이 있었는데, 무협지들의 배경은 항상 중국이어서 조선시대 설화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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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 기업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가격의 비밀
요시모토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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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서적 참 많다. 서점에 가면 널리고 널린게 생활 속 경제서적이다. 막말로 신간코너에 있는 책 중 반은 '돈'에 관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물가도 오르고, 먹고 살기 힘들고, 돈은 안모이니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돈'에 모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 많은 책들 중 과학적인 법칙에 근거하여 경제학을 말하면서 생활에 적용하라고 가르치는 '논리적'인 책은 과연 몇개나 될까?

이 책이 그 유일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챕터만 읽고 나면, 책 표지에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산관리 전문가를 당신 옆에 두는 것과 같다" 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분이 아닌 전체 경제기반을 설명하면서 너무나 과학적인 법칙에 의거하여 결과를 산출해내고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법칙은 경제학개론 에 나오던 전문지식들을 아주 단순하게 축소시켜 설명한 것들이다. 경제학 책을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저절로 이해가 가게끔 만들어놓았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겠지만, 경제학은 경영학의 베이스이기때문에 필수전공으로 이수해야한다. 경제학 영문원판도 어려웠지만,  600페이지에 달하는 해설판은 나를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으면 시험때마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됐을 텐데.....그저 안타까울뿐이다ㅜ_ㅜ)

'논리적'인 책이지만, 아주 '실용적'이다.
내 친구 중에  A라는 아이는 절대로 다이소(천원샵 체인점명)에 가지 않는다. 그 곳의 물건이 싼 것은 원가가 싸기 때문이고, 원가가 싸다는 것은 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일반적인 이유에서였다. 나도 정말로 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그곳에서 물건을 사지 않았다. 그런데 chapter4의 「100엔숍 물건이 저렴한 진짜 비밀은?」을 읽고 난 후 사무실의 사무용품까지 다이소에서 사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접시나 머그컵을 사러 다이소를 가면 '천원값어치만큼 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 저질의 물건도 있지만,  '이건 진짜 쓸만한데?플라스틱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싸지?' 이런 생각이 드는 물품이 있다. 타점포에서 만원으로 표기된 물건임에도 물류비용의 절감, 반품비용의 절감, 비수기의 활용 등 갖가지의 상황이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춰 1000~3000원의 가격대를 만든다. 환불이 없기 때문에 도매가에서 반품 및 교환에 드는 비용을 빼고 넘겨받는 물건. 놀고 있는 공장에 수주를 주어서 만드는 물건. 재고를 두지 않기 때문에 물건보관 및 물류창고설립비용을 절감해서 싸게 파는 물건.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주 합리적이고 지극히 당연하다.

아니, 사실 감동받았다. 심화전공이 생산공정과 물류였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생산공장의 경우 일단 설비를 들이고 나면 생산을 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유지보수비가 끊임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 많이 생산하든, 적게 생산하든 일단 생산하기 시작하면 비용은 같다. 대량생산을 하지 않을 바에야 기계설비자체를 들이지 않는 것이 낫고 백화점에서 이러이러한 상품을 만들어라...하고서는 실제로 몇 백개 정도밖에 주문하지 않으면 공장입장에서는 대단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천엔샵에서는 이 공장이 주문량을 소화해내고 노는 동안에 똑같은 고품질의 물건을 백화점보다 몇십배나 많이 주문한다. 공장주로써는 더 생산해도 공장유지에 드는 비용은 별로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개당 아주 싼 가격에 넘겨주게 된다.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비는 크게 감안하지 않았지만(실제로 많이 차지하지 않으므로)  다이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기에 그 곳의 물건도 저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책이 나를 설득해준 덕분에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여덟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는 챕터 하나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무조건 아껴라,감성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등의 지시어만 있는 책들은 내팽겨치고, 우리의 이성에 호소하는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생각의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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