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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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DNA"와 "자기복제"가 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것에 변이를 일으킨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자극하는 유전정보만으로는 생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생물, 광석처럼 생긴 그것의 모양새는 둘째치고서라도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를 하지못한다. 이처럼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DNA와 자기복제 현상에 대해 밝혀진 것은 최근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많은 사람들의 얽히고, 얽힌 사연이 있다.

이 책의 매력적인 점은 그것인데, 전문지식들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노력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는 것이다. DNA구조를 밝혀내서 노벨생물학상을 받았던 두 사람이 논문발표 당시 각각 20대와 30대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좀 씁쓸하다. 실질적인 연구자료를 만들었던 로자린드 프랭클린은 자신의 연구가 도용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채 연구실험의 폐해(X레이선에 대한 잦은 노출)로 일찍 죽었다. 자신을 실험실노예였다고 말하는 글쓴이의 자조적인 문장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순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학문의 세계 역시 이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역사의 큰 획(landmark)을 긋고도 배경으로 쓸쓸히 사라져간 누군가가 여자였다는 사실때문에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인물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말해, 이 책은 어렵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페이지가 수두룩하다. 각종 도식과 그림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실려있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게 노력해서 읽고나니 우리 몸의 세포와 그 행동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얻을 수 있었다. 뭐, 대개의 인문학도가 그렇겠지만, 난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을 몰랐다. 막연히 병을 일으키는 두가지이니 같은 물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균은 살아있는 생명체고, 바이러스는 무생물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이러스는 무생물이기에 항생제가 없다. 가장 흔한 감기 역시 바이러스로 전염된 것이라면 약이 없다. 우리가 병원에서 받는 약은 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열이나지 않게 해주고,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숨쉬기 편하게 기도를 확장시켜주는 것이지, 그 바이러스자체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싸워 이겨야 할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은 우리 몸이 매일 새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형태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지만, 내 몸을 이루는 성분들은 2~3일이 지나면 완전히 새것이다. 해변가에 있는 모래언덕이 파도에 의해 쓸려나가고 쓸려오면서 언덕을 이루는 모래들이 어제와 오늘 다른 것처럼 우리 몸도 똑같이 전환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쳐다보고 있느라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생물학의 근,현대 역사도 재미있었지만,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정수는 역시 생물의 신비-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몸의 신비-라고 생각한다.    

내 몸을, 살아있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보고 싶다면, 한번쯤 이 책을 시도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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