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ㅣ 사계절 1318 문고 1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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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죄를 짓고 죽은 영혼이 인간계에서 다시 누군가의 몸을 빌려 일정 기간 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래대로라면 죄를 짓고 죽은 영혼은 윤회사이클에서 제외되지만 보스의 추첨에 운좋게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계에서 남의 몸으로 한 번 더 수행을 쌓는 동안 전생의 잘못을 깨달으면 무사히 윤회 사이클에 복귀하게 된다.

그런 사정으로 고바야시 마코토의 몸에 들어간 영혼. 고바야시 마코토는 중3으로 자살을 선택했고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온화해 보이는 가족과 살고 있다. 그러나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천사 프라프라가 귀띔한다.

볼품 없는 외모에 내향적인 성격의 마코토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스스로도 자신은 아웃사이더라고 경계선을 긋고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마코토에게도 뛰어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수준급인 그림실력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는 영혼. 그런 와중에 마코토가 삶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피어난다. 게다가 반 년 후엔 고교입시를 치러야 한다.

영혼은 무사히 미션을 수행하고 윤회사이클에 복귀할 수 있을까? 마코토는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남보기에는 명랑 그 자체였지만 사실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우울하기만 했던 10대 중반이 떠오른다. 당시엔 우울해지기도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어른들은 10대의 우울감과 두려움을 '배부른 소리'로 간주했으니까. 그때의 내가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건 어떻게든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어찌 보면 막연하고 철없는 희망 덕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색을 알지 못해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운 10대에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금이 끝이 아니라고, 지금까지도 잘해왔다고 응원을 보내주는 게 어른이 할 일이 아닐까?

내 말은, 그렇게 단정 짓지 말라는 거야. 남들이 말하는 내성적이고 얌전한 마코토라는 인물이 진짜 마코토라고 할 순 없어. 혹시 주위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그런 이미지로 마코토를 꽁꽁 묶어 놨는지도 모르잖아. P.70

이 세상이 너무나도 컬러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헤맨다.
어느 것이 진짜 색깔인지 몰라서.
어느 것이 자신의 색깔인지 몰라서.
P.167

#모리에토 #사계절출판사 #청소년소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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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소형 지음 / 뜨인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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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맞는삶을가꿉니다

그림 작가이자 정리 수납 전문가인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한 그림일기를 엮은 책.
평범한 생활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생활 철학이 귀여운 그림들과 소박한 문체에 스며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을 따라하기보다 나만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정성껏 가꾸는 마음이 참으로 귀하고 예뻐서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우리집이 깔끔해졌어,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버리고 덜 사들이고(잠깐, 이건 아닌 것 같기도....) 여하튼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에 비해 내 생활이 궁색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집안일은 쌓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작게 쪼개서 매일 하는 게 좋다. 일어나서 이불 정리, 이 닦고 밀대 걸레질, 샤워 후 욕실 청소. 매일 하는 습관 뒤에 작게 붙여 주는 것이다. 고정 지출은 월급통장에서 야금야금 빠져나가게 두고 목돈이나 불규칙한 경조사비는 비상금 통장에 두어 안정적인 금전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집안일도 쌓이기 전에 매일 소소하게 유지되는 정도로 한다. 시간이 드는 일은 서너 시간, 비상금 통장 같은 주말 시간을 쓰는 것이다. P. 84~85

일상을 만드는 것은 특별함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일탈하고 싶어지는 심심하고 건강한 루틴을 만들자.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자. 그것을 대단한 책임과 의무로 여길수록 소풍은 즐거워진다. P.130

#소형작가 #뜨인돌 #에세이 #그림에세이 #정리정돈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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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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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마음을 꺼내어 놓고, 그저 쉬어가세요‘라는 띠지의 문구를 보고 ’아, 이건 전형적인 힐링 소설이겠구나‘하는 뾰족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어느 인심 좋은 시골집에서 푸짐하게 차린 음식으로 거하게 대접 받은 기분이 되어 마음이 눅진하게 녹아내린다.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공허하고 답답해질 때, 고향처럼 한결같이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것만 같은 ‘소양리 북스 치킨’. 책과 커피가 있는 북 카페, 휴식을 취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있는 북 스테이로 이루어진 곳.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어진다. 마음을 툭 내려놓고 자연의 냄새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진다.
공들여 만든 요리처럼 문장마다 담긴 빛깔과 냄새가 오감을 행복하게 매료해서 처음 가보는 오솔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읽었다.
다정하고 믿음직한 친구가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처럼 위로와 휴식이 된다.

소설 속 책 추천과 음악 소개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알라딘 장바구니와 멜론 플레이리스트가 묵직해졌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p.225

#책들의부엌 #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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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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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학기에 사이버대학 3학년에편입하면서 '학우님'이라는 호칭을 추가로 얻게 되었다. 사이버대학이라도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프라인 수업도 있었고 대면 행사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신편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이프랜드(ifland)에서 진행되었으므로 난생 처음 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접할 수 있었다. 축제도 이프랜드에서 진행되었다. 싸이월드 이후로는 처음 아바타를 선택해서 꾸몄다. 아바타는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의자에 앉으려는데 민망하게 삐걱삐걱 어색한 팔동작을 반복하며 의자에 부딪히고 있었다. 다행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메타버스란 이런 거다. 조금 어색하고 조잡한 가상현실 플랫폼. 그런데 이 메타버스가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꿀 미래 인터넷이라고 한다.

이 책은 탈현실화된 미래의 모습과 메타버스의 관계를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탈세계화, 신냉전, 기후위기와 정체성 위기, 그리고 코로19로 더욱 두드러진 탈현실화를 오늘날 가속화되는 다섯 가지 트렌드로 보았다. 이 가운데 21세기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칠 흐름은 단연 탈현실화이고 이 탈현실화의 한가운데 바로 메타버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코로나 사태를 통한 초가속화 현상 덕분(?)에 10년 먼저 지금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소 어설프고 조잡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확인되었다.

제페토(ZEPETO)에서 명품을 사고 팔며 이프랜드에서 모임을 가지고 어스 2(Earth 2)에서 디지털 지구의 가상 부동산을 사고 파는 현상이 더이상 낯설고 괴상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할까?
탈현실화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무엇이며 현실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질문을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혀를 내두름과 동시에 과학기술의 현주소에 한 발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우리의 미래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터다. 더불어 지식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양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근사한 철학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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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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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인터내셔널 북어워드 베스트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수상작이자 묵시론적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윈터는 일곱 살 때부터 15년간 살아온 비밀 종교 조직 '신천국'에서 추방당한다. 신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매그너스의 부인이자 언니인 재키와 조카 트룰리를 조직에 남겨둔 채였다. 엄마의 옛 절친인 줄리의 도움으로 세상에 적응해 나가지만 곳곳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조기치매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건물들이 공격 당해 파괴되고 정전 사태로 도시는 어둠에 휩싸인다. 위험을 무릅쓰고 윈터를 찾은 재키는 의문의 표본을 건네고 떠나고 윈터는 재키가 말한 대로 표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사람을 향해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추위, 연료와 식량 부족, 감염자들로 들끓는 도시. 아무나 믿을 수도 없고 혼자서는 갈 수도 없다.

재난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고 지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푹 빠져서 읽었다. 잘생기고 지적이며 날렵한 짐승 같다고 생각했다. 테드창의 <숨>을 읽었을 때처럼 작가의 박학다식함에 혀를 내둘렀다.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이렇게까지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가 한국계라서일까?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요소들이 있어서 여러 번 울컥했다.
죽을 것 같은 괴로움 속에서도 남을 돕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따뜻했다. 무엇보다도 2019년에 쓰여진 이 소설이 지금의 팬데믹 상화을 예견한 것만 같아 섬뜩하고도 경이롭다. <라인 비트윈: 단 하나의 빛>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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