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를 바꿨더니 관계가 찾아왔습니다 - 품위 있고 간결하게, 내 편으로!
김범준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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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를바꿨더니관계가찾아왔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저자가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하며 경험한 대화들을 바탕으로 격조 있는 말투의 활용을 담아낸 실용적인 책이다.

나는 1일 발설량이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고 "아니 그걸 왜 그렇게?!"하며 지적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남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활용도가 높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말이 많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말이 간결하다. 대화의 과정에서 자신이 절제해야 할 때를 알고 또 그것을 실천한다. 말센스가 있기에 오히려 누구를 함부로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p.29)

대화에서 핵심은 결국 '말 잘하기'가 아니라 '말 줄이기'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말의 양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나를 편하게 하고, 세상과의 불화도 만들어내지 않는 소통의 기본이다.
(p.203)

관계 유지는 적당한 뻔뻔함 속에서 가능하다. 내 마음대로 하려는 욕심은 버리되, 가끔은 미소 가득한 자신감이 소통을 이끌어낸다. '뻔뻔' 속에서 '펀펀(fun fun)'이 가능함을 알아차릴 때 대화력이 높아진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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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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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조금 서럽게 울던 그 아이를 기억한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던 뺨과 손의 감촉을 감동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책이 그렇게 읽고 싶었을까?
기혼이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딩크 여성 18인의 인터뷰가 왜 그렇게 궁금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절차로 여겨졌었다.
'엄마가 된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큰 확률로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아마도.
그렇지만 당연한 듯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명의 인터뷰이들은 직업이나 사는 곳이 제각각이고 또 각자 다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나는 그 모든 이유에 공감했다.
100% 단호하게 '절대' 갖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닌 사람도 있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영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도 있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것, 고독사에 대한 고민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나는 이분들이 손주를 바라는 양쪽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뿐만 아니라 아무런 권리가 없는 타인으로부터의 간섭과 오지랖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길 응원한다.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느닷없이 저출산 운운하며 애국자 행세하는 사람들에게 신경 끄고 본인의 삶을 챙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애가 없어봐서 잘 모른다고? 자녀없이 둘이 잘사는 삶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지 않은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정서적 거리두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왜 낳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안 낳은 게 기본적인 형태니까 왜 낳았느냐고 물어야지, 왜 안낳느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저는 정말 왜 낳아야 하는지 많이 생각해봤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해할 만한 답을 얻은 적이 없어요. p.21

무자녀를 향한, 짐짓 현명한 척 늘어놓는 조언도 가세한다. "부부가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나쁠 때 애가 없으면 헤어지게 된다.'
이 말에 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나쁠 때 애가 없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혼하고 행복해질 수 있겠죠." p.28

저는 결혼으로 남편이라는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지만 또 다른 제 가족이죠. 꼭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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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소녀 - 제4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이윤주 지음, 이지은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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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걸스 스토리, 마시멜로픽션대상수상작
초등학교 5학년생인 오로나는 개인방송 '금요일의 불시착'을 운영하는 외계인 덕후 크리에이터로 검도를 잘한다.
얼마전 외계인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외계인의 흔적을 추적하는데 주변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쁜 외계인이 휴대폰 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하고 죄책감을 이용해 지구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기발하고도 참신한 상상과 친구들과의 우정이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과연 여학생 심사위원들이 뽑은 작품인만큼 또래 아이들이 원하는 정서가 잘 녹아있다. 예쁘고 착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던 옛날 동화와는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적극적이고 강한 여자아이가 대세인 것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여성성, 남성성으로 인간을 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이야기말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본인의 꿈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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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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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소민 작가가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에 언급한 대로 이 책은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에 나올 것 같은 설명으로' 시작한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p.6)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시작부터 선을 긋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이 소설에 매혹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스토너는 힘든 노동으로 일찍 늙어버린 부모님의 배려로 새로 생긴 농과대학에 입학하는데 2학년 영문학개론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듣고는 문학과 사랑에 빠져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박사과정을 밟던 중 제1차세계대전으로 동료들이 군대에 자원하거나 징집되었지만 그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대학에 남아 공부를 계속한다.
첫눈에 반한 이디스에게 청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딸 그레이스를 얻지만 이디스는 부모에게서 벗어나려고 결혼에 응했을 뿐, 그에게 단 한 번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디스는 신경증적이고 자기중심적일 뿐만 아니라 허영심이 많은 사람으로 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모든 것을 바꾸고 싶어했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자 집을 바꾸고 외모를 바꾸는 일에 몰두하며 스토너를 박대한다. 스토너는 묵묵히 아이를 돌보고 홀로 식사를 해결하고 강의를 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 그에게 위안이 된 것은 바로 문학에 대한 사랑이었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p.157)

아내의 눈에 띄어 분노를 사지 않으려고 그림자처럼 살던 스토너에게 영혼의 단짝과도 같은 캐서린이 나타난다. 그의 강의를 들으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캐서린은 유일하게 스토너를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토너가 처음으로 캐서린을 찾아갔을 때, 그를 걱정하는 캐서린에게 스토너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예요." (p.262)

나는 이 말이 그의 삶을 관통하는 관조와 인내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출세지향적인 동료교수 로맥스의 협박으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지만 훗날 캐서린의 책이 출판되었을 때 헌사에 암호처럼 그의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한다.
스토너가 이디스와 로맥스를 미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캐서린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 깊은 고독 속에서 인내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낸 스토너에게 깊은 연민과 존경을 동시에 느낀다.
하지만 정말 불행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평생 만족할 줄 몰랐던 이디스와 일그러진 출세욕과 자격지심으로 그를 미워했던 로맥스가 아닐까?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소설이지만 수수하고도 정교한 문체가 엄청난 흡인력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스토너가 많은 시간을 보낸 대학의 제시홀과 캠퍼스 풍경, 섬세한 심리묘사도 소설의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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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요정의 선물 신선미 그림책
신선미 글.그림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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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상상으로 내 안의 그리움에게 말을 건다. 무방비하게 왈칵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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