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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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조금 서럽게 울던 그 아이를 기억한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던 뺨과 손의 감촉을 감동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책이 그렇게 읽고 싶었을까?
기혼이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딩크 여성 18인의 인터뷰가 왜 그렇게 궁금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절차로 여겨졌었다.
'엄마가 된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큰 확률로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아마도.
그렇지만 당연한 듯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명의 인터뷰이들은 직업이나 사는 곳이 제각각이고 또 각자 다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나는 그 모든 이유에 공감했다.
100% 단호하게 '절대' 갖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닌 사람도 있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영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도 있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것, 고독사에 대한 고민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나는 이분들이 손주를 바라는 양쪽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뿐만 아니라 아무런 권리가 없는 타인으로부터의 간섭과 오지랖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길 응원한다.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느닷없이 저출산 운운하며 애국자 행세하는 사람들에게 신경 끄고 본인의 삶을 챙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애가 없어봐서 잘 모른다고? 자녀없이 둘이 잘사는 삶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지 않은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정서적 거리두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왜 낳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안 낳은 게 기본적인 형태니까 왜 낳았느냐고 물어야지, 왜 안낳느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저는 정말 왜 낳아야 하는지 많이 생각해봤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해할 만한 답을 얻은 적이 없어요. p.21

무자녀를 향한, 짐짓 현명한 척 늘어놓는 조언도 가세한다. "부부가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나쁠 때 애가 없으면 헤어지게 된다.'
이 말에 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나쁠 때 애가 없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혼하고 행복해질 수 있겠죠." p.28

저는 결혼으로 남편이라는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지만 또 다른 제 가족이죠. 꼭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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