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일이 되길 - 어느 소아과 의사가 아이들 곁에서 마주한 삶
강두철 지음 / 샘터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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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내일이되길

처음 교사가 되어 학교로 출근했을 때, 물론 좋기도 했지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컸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그때 한 선생님이 처음인데 실수 좀 하면 어떠냐며 나를 안심시켰다.
“실수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사람이 죽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과연! 하고 나는 설득 당했다. 병원이나 위험한 약품 등을 다루는 실험실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좀 풀렸다.

이 책은 이십 년 넘게 아픈 아이들을 만나 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쓴 진료실 안팎의 기록이다.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간 아이도 있지만, 재발해서 다시 찾아오거나 끝내 세상을 떠난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를 대할 때 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

아픈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불안한 보호자의 날카로운 음성을 견디며 저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어린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한다. 그들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한다.

좋은 대학을 나온 의사 선생님. 거기다 글까지 잘 쓰고 선뜻 다가가긴 어려운 사람으로 저자를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아빠를 사고로 여의었다. 사고 소식에 늦은 밤 달려간 응급의료센터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낯선 모습으로 누워 있는 아빠의 병상 옆으로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들고 났다. 바로 옆에서는 간호사들이 가벼운 농담을 나누며 소리내어 웃었다. 나는 순간 야속한 마음이 들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순간이 이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아픈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 괴롭기도 했다. 저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감당해 온 시간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해 온 사람. 이제는 나도 그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다.

#소아과의사 #에세이
#강두철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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