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엔 똑같은 사람들이 하나도 없지만 어찌어찌 구별해 놓은 묶음들이 존재한다. 인종별로, 지역별로, 나라별로 구분지어진 세상을 우리는 살아간다. 국제화와 세계화를 표방하며 국경이 무너지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늘 한곳에 박혀서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나같은 존재에겐 그저 바람결에 스쳐가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가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내 삶 깊숙히 침투해 있는게 있다면 미드정도(?) 석호필이라 불리우는 사나이가 나오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시작으로 각종 미드를 섭렵했는데 가십걸도 꼭꼭 챙겨보는 미드중에 하나다.

 이 책의 배경은 바로 가십걸의 주무대인 뉴욕! 목차 바로 뒤에 있는 뉴욕지도에 눈길이 간다. 셀레나와 블레어같은 부유한 아이들이 화려한 삶을 사는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도 보이고 댄과 바네사같은 가난한 아이들이 살던 동네 브루클린도 보인다. 바로 이곳! 맨해튼과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까지가 우리의 주인공 벤 라이더 하우의 활동무대다. 

 백인 청교도 중산층 인류학자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 벤 라이더 하우는 미국에서 제일 재미없는 학교로 뽑힌 시카고대학에서 이민 온 한국여자 개브를 만나 결혼한다. 졸업후 <파리리뷰>라는 계간지의 편집자로 일하는 벤과 변호사로 일하는 개브. 개브의 한국식 효심의 발동으로 이래저래 고민하다 장모인 케이의 집 지하에 얹혀살며 장모님과 함께 델리를 운영하게 된 벤. 델리를 사는 것 부터 시작해서 델리를 파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의견차이와 언어의 차이, 성격의 차이 등등 서로 다름을 원인으로 한 갈등과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 사람사는 냄새 폴폴 풍기는  델리 운영기가 펼쳐진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사람이다. 사교계의 명사로 벤의 상사인 75세의 노인 조지는 늘 삶을 재밌는 퍼포먼스로 만드는, 진정 즐길줄 아는 여유자적한 미쿡사람이다. 편집자가 1년 가까이 무단결근을 해도 자아를 찾으러 유럽에 갔다왔다거나, 스키를 타러 갔다거나 소설을 썼다는 우리나라 같으면 씨알도 안 먹힐 그런 답변에 껄껄껄 웃으며 "아주 잘 했네. 열심히 하도록!"이라는 말을 던지는 남자 조지. 좀 대책없는 양반이기는 하지만 조지같은 상사밑에서 일하면 정말 즐거울 것 같지 않은가! 게으름뱅이가 되느니 차라리 뭐라도 하겠다며 몸을 사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분주히 다니며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천하무적 에너자이저 전형적인 한쿡 아줌마 케이. 말 수가 적고 온다 간다 흔적없이 유령처럼 다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열심히 일하는 에드워드. 냉장고 기술자인 그의 가슴 속엔 늘 노래가 한가득 들어있어 그가 있는 곳에는 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진정한 음악가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 세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늘 즐겁게 살아가는 조지의 여유가 부럽고, 자녀들을 잘 키우려고 어쩔수 없이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어 건강마저 지키지 못하는 케이의 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한국에 있건, 미국에 있건, 어디에 있건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는 잘 보이지 않아도 늘 가정을 지키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에드워드에게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났다 헤어지는 뉴욕에서 무서운 장모님과 델리 운영하기! 생각많은 남자 벤의 목소리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많이 다르지만, 온통 다른 것 투성이지만 다름에서 출발하여 그 차이를 조금씩 극복하고 서로 닮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 가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다채롭고 흥미롭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한 시끌벅적한 그의 삶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질 것이다. 아빠가 되는 또다른 모험을 시작한 벤과 개브와 그 가족들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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