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문학을 좋아하기는 하나 실존주의를 표방하는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유명한 작품임에도 늦게 읽게 되었다.200페이지도 않되는 짧은 작품은 첫장을 펼치자마자 건조한 문체로 시작된다.'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라고.읽는 내내 내가 느낀 것은 인간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이며 그럼에도 인간은 가치가 있다는 역설적인 것이었다. 작가는 인간이 이처럼 구원의 여지가 없고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듯하나 이를 통해 오히려 인간을 사랑할 것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마치 체벌을 통해 아이를 올바로 이끄려 하는 것과 같이.한 문장,한 문장 모두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무래도 얼마 전에 읽은 '모래의 여자'때문인 듯하다. 읽는 내내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그 것 또한 꽤 즐거운 것이었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젊은이들의 '지상의 양식'이 되었다고 한다. 수십년 전에 발표된 '이방인'은 아직도 유효하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러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련지.....
내가 세계 문학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 시절이었다. 그 당시 공부를 잘 하던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을 따라서 도서관이란 곳을 난생 처음 가보았다. 요즘도 가끔 가는데 그러다 보면 그 친구의 이름이 적힌 독서 목록 카드를 보곤한다. (예전에는 도서관 책 뒤에 목록 카드를 붙여놓곤 했는데 전산화 되기 전의 책들 중에서는 떼기 귀찮아서인지 그 것들이 있는게 눈에 띠곤 한다.) 제목이 간단해서 집어든 책은 나를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테스의 운명,그녀는 분명히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을텐데......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작가는 한 여인의 연애,운명에 초점을 부각시키는 듯하면서 시대적 상황의 모순,갈피를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잘 씌어진 연애소설은 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의작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테스' 또한 한 여인과 그녀를 둘러싼 사회의 모순,아픔을 그려내면서 '인간이 사회에 이토록 짓밟혀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내게 안겨 주었다. 그 후 나는 이 책을 다시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너무나 테스의 운명이 기구하고 슬펐기에 가슴이 답답해서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요즘 가끔 이 책을 꺼내 들면 그 당시 생각이 나 웃음이 난다. 어린 시절 내게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테스'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나는 좋아하는 책을 책장에 꽂아두기만하고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나중에...... 더 나중에...... 이 것만 보고나서 저 책을 읽어야겠구나.......우스운 말같지만 그런 것이 사실이다. 책은 읽기 위해 있는 것이란건 자명한 것.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은 마치 아이가 맛있는 걸 받았을 때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는 그런 것.그러다 '이젠 보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때면 책장에서 빼내들고 읽기 시작한다. '이젠 100페이지만 남았구나. 조금 천천히 읽자. 그럼 낫겠지......' 내겐 마르케스의 작품들이 그런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마르케스의 단편집으로 특유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뒤에 있는 산문들은 더 좋다. 마르케스의 산문은 극히 적거나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읽은지 꽤 되었기에. 하지만 그러기에 한 번 더 볼 수 있는 핑계가 되지 않을까이 책은 그렇다.2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내가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흥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 나서였다. 문화유산중에서 건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건축의 문외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후 지적 호기심에 이것,저것 찾아보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건축 기행이라지만 지식의 나열보다는 건축에 대한 느낌이라든가 삶의 향기를 나타내는 수필에 가깝다. 공대생의 입장으로서도 흥미가 가는 것이 건축이란게 첨단 공법과 인문학,인간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는 종합 예술이기때문이다. 한 마디로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사실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감수성을 진하게 맡을 수 있다. 역사와 인간의 교감,자연과의 교감,인간의 삶의 진한 체취.누구나 여행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일상에 지쳐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다. 서류와 상사,명령,신용 카드,연봉이 아닌 시장과 먹거리,자연의 위대함에의 경외감,역사와 하나가 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가끔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면 책을 꺼내든다. 건축 기행은 결코 낭만주의니 고전주의니를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나는 여행인 것이다.
아베 코보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본적도 없다.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는 알아도 다른 작가들은 잘 모른다. 보통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히 인간의 부조리와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에 문득 일본이 부러워지는 것은 내 착각일까?작품은 '남자'가 곤충 채집을 떠났다가 영영 실종되고마는 것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새로운 곤충을 찾아 사막으로 떠난다. '남자'는 모래를 퍼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기이한 부락에 도착하고 부락 주민들의 계략에 빠져 모래 구덩이에 빠져 구덩이에 있는 집의 주인인 '여자'와 함께 평생 모래를 퍼내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남자'는 발버둥도 쳐보고 협박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나 결국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포기하고야 만다. 벗어날 수 없는 모래,벗어나고 싶지 않은 모래,까끌한 모래,입안에 도는 모래의 맛,촉감.'남자'는 일탈을 꿈꾸었으나 영원한 탈출을 한다. 벗어나기를 그렇게 염원하면서도 벗어나기를 그렇게 거부하는 모순을 보인다. 인간의 비참함이 부각되며 머리속엔 물음표만이 떠돈다. 모래가 머리속을 비비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