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 아이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ㅣ 풀빛 그림 아이 59
이명애 그림, 허은미 글 / 풀빛 / 2016년 12월

  예나 지금이나 12월이 되면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 크리스마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12월이 되면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 장식으로 뒤덮이고, TV와 라디오에서는 캐롤이 흘러나와 나의 기대감을 키워줬다. 물론 모든 두근거림은 크리스마스에 받게 될 선물 때문이었다. 누구나 산타할아버지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굴뚝이 없는 우리 집에 산타할아버지가 못 들어오실까 걱정되어 밤새 현관문을 열어놓고 잔 것이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셨던 엄마는 순간 도둑이 들었는가 싶어 엄청 놀라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는 웃으시고, 지금까지 두고두고 그때 일을 얘기하신다.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엉뚱한 행동이었고,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는 나보다 더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된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이야기는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기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엄마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잠이 드는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가 되는 꿈을 꾸게 된다. 기차에 같이 탔던 사람들은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의 모습을 하고, 아이의 생일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와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매우 바쁜 할아버지를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오는 편지를 읽어드리고, 순록을 관리하는 일도 아이가 맡아 한다. 그리고 가장 멋있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선물 가방을 썰매에 싣고 할아버지와 함께 선물 배달을 가는 일이다.  

  아이와 산타할아버지가 썰매에 타고 밤하늘을 나는 장면은 정말 멋있다. 깜깜한 밤하늘을 그것도 구름 위를 날며 바라보는 눈 내리는 지구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 책의 묘미는 글 한자 없는 온통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페이지에 있다. 아이가 잠들며 꿈속으로 떠나는 그 순간 기차는 길다란 기찻길을 따라 터널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 또한 그림을 보며 같이 상상의 속으로 초대를 받게 된다. 아이가 드론에 매달려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 또한 글이 필요 없다. 그림을 보며 독자는 느낌으로 아이가 깨어나며 현실로 돌아오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신랑과 함께 나란히 누워 책을 보고 마지막장을 넘기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자라 같이 책을 보며 산타할아버지를 상상하며 쫑알대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책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아이를 그리는 행복감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아이와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며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몇 번이나 계속해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