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여성은 구여성과 다른 삶을 살았을까? - 구효부 vs 신문물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5
손경희 지음, 조환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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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는 일종의 과도기이다. 전근대라는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시기이며, 그 가운데 충돌이 있거나 새로운 부류가 등장하기도 하는 시기다. 예전에 근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글로 풀어 쓴 책을 리뷰하면서 이런 내용을 적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도 큰 맥락에서는 그러한 근대물의 주제와 맛닿아 있다. 구여성이 전통을 상징한다면, 신여성은 새롭게 등장한 스타일이다. 이들은 근대에 있어 등장했던 수 많은 갈등 중 하나의 모습이었고, 오늘날의 여성상이 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느꼈던 계기는 이인직의 '혈의누' 시리즈였다. 문학전집에서 즐겨 읽었던 이야기 중 하나였던 '혈의 누'와 그 2부 '모란봉'의 여주인공은 어릴적 부모와 헤어졌다가 외국으로 유학가게 되고, 신여성다운 교육을 받는다. 그 곳에서 역시 유학생인 남자와 교감을 가지게 되는데, 그 남자는 조혼 풍습에 따라 이미 고향에 부인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결혼보다 사랑을 택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이 귀국한 뒤 그들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갈등은 구체화되면서 커져가는데...

 상당히 통속적인 이야기이지만, 꽤 재미있게 읽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근대 소설이다. 아쉽게도,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창 갈등이 고조되던 중에 연재가 중단되어 미완으로 남아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결 여부에 관계없이 신여성과 구여성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느끼기엔 좋은 교재였다.

 그 외에 가끔 배우는 당시 인물들의 삶을 보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혼하고, 새롭게 신여성을 만나 사랑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어렴풋이 기억을 뒤져보면, 그 유명한 시인 '백석'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그들 중 일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중국 몰락의 원인을 유교로 꼽았던 근대의 중국 지식인들처럼, 그들에게는 구여성 자체가 조선을 몰락하게 한 구시대의 인습 중 하나로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구여성들은 대개 참 가련했다.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여성의 지위 때문에 그녀들은 남편에게 버림받고도 여전히 시집에서 노동력으로 종속당해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녀들의 삶이 어떠했을까? 이 책에는 다소나마 그러한 삶의 애환이 나와있다. 그녀들의 한 서린 주장은 이유없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판결은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판결에 관계없이, 그들이 우리와 관계없는 과거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대는 우리의 과거와 현대의 교차점이다. 현대의 씨앗인 셈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통해 현대를 좀 더 잘 알고 나아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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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조선을 수탈했을까? - 조선 농민 연합회 vs 조선 총독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2
김인호 외 지음, 황기홍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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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52번째 권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 출간하는 한국사 법정 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은 지난 '흥선대원군은~' 편에 써두었으므로, 생략한다.


 이 단행본의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찬반이 갈리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혹 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에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의외로 자주 주장되는 내용이다. 또, 그 영향력이 미미한 것도 아니다. 주류 사학자들에게서도 종종 주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접근할 때는 가장 먼저 냉정해야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대개 일정한 이론적 틀을 가지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하나의 이론을 형성한다. 따라서, 그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들의 이론틀이 근거하는 전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제는 종종 주관식 내지 서술형 시험에도 출제되는 주제이므로, 정리해두면 좋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한국사 법정 시리즈가 가지는 고유의 서술방식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주제를 잘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주제가 주제여서일까.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조금 지루하다. 설명할 것이 많다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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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경궁에 동물원이 생겼을까? - 순종 황제 vs 이토 히로부미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1
허균 지음, 고영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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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51번째 권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 출간하는 한국사 법정 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은 지난 '흥선대원군은~' 편에 써두었으므로, 생략한다.


 이 책은 교과서로만 근현대사를 배운 학생들에게는 낯설을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나는 예전에 '창경원'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것을 들었었다. 그 곳은 소설속에서 남녀의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 종종 등장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창경원의 자리에는 동물도, 식물도 없다. 그 곳에는 창경궁이라는 이름의 궁궐이 조성되어 있다. 어째서, 동물원과 궁궐이 같은 장소에 시간을 달리하여 위치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은 그 자리의 원주인이 궁궐이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궁궐 자리에 동물원을 설치한 것이 궁궐의 주인인 순종 황제의 뜻이 아니었다는 고백이 나온다. 일본 제국이 조선의 국민들을 위해서 동, 식물원의 조성계획을 수립했고, 순종 황제에게 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 순종 황제측의 주장이다. 어느 황제가, 구중거처라 불리는 자신의 거처에 타인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원하겠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한국사 법정 시리즈 중에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다른 권들은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지식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소개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창경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적인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흥미진진함이 구성작가의 기교 때문이 아니라, '창경궁'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미스터리함에서 왔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장편으로 서사화해도 흥미로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궁궐'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 공부를 할 때 가장 곤란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궁궐, 등의 건축이다. 대개 이해하기보다는 벼락치기로 암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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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일본어 원서 초급 : 라쇼몽 외 - 히라가나만 알아도 일본 원서를 읽는다 리스타트 일본어 7
바른일어연구회 지음 / 북스토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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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타트 시리즈는 예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이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단순히 문법지식을 요약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모습이 당시엔 참 혁신적이었다. 곧, 이런 스타일은 유행이 되었는지 유사 컨셉의 도서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처음 만난 리스타트 시리즈에 대한 호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처음엔 그저 보기만 해도 죽죽 늘 것 같지만 그렇게 '그저 보기'만 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선했던 책의 스타일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지루해진다. 그리고, 점점 다른 책에 눈이 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이미 책은 책꽃이 어딘가에서 먼지에 싸여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 나를 보고 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특히 어학공부는 시작보다 지속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질보다 양이랄까. 물론, 좋은 시작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작과 꾸준한 지속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학공부에서만큼은 '꾸준한 지속'의 압승이다.


 여하튼, 이렇게 '지속'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변한 이유는 이 책 역시 계속해서 반복해 보아야 학습효과가 있을 종류의 책이기 때문이다. 책 자체는 리스타트 시리즈 답게 구성되어 있다.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 깔끔한 편집과 적절한 학습분량, 그리고 공부에 필요한 간결한 단어 해설 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장기간의 반복이 없다면 결국 한 순간의 흥미로 끝나버릴 뿐이다.


 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나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에 관심이 없다면 좀처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공부를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다면, 사전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해 조사를 해보거나 영화 '라쇼몽'을 한 번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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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잡학사전 - 별별 궁금증에 대한 통쾌한 해답 천하무적 지식 시리즈
엔사이클로넷 지음, 이규원 옮김, 이강훈 그림 / 좋은생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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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사전에 이어서 같은 시리즈를 2번째 읽었다. 같은 시리즈인만큼 구성상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주제가 다를 뿐이다. 굳이 다른점을 꼽자면, 표지의 색깔이 다르다는 점과 추천사를 쓴 사람이 다르다는 점 정도일까. 안광복씨는 독서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이 책에 대한 예찬과도 같은 추천사가 앞부분에 놓여 있다.


 건강사전처럼 이 책도 흥미로운 지식들이 간결하게 편집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지식들을 소개해 본다.


 양의 수를 세면 정말로 잠들 수 있을까 라는 대목이 있다. 잠을 자기 위해 양의 숫자를 세어보는 경험이 누구나 대개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을거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데, 어떤 사람은 또렷한 정신상태로 밤을 새며 양을 세기도 한단다(...) 어??거나, 이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그럼 왜 잠이 안올 때 양의 수를 세라고 했을까? 아마도 양이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가족끼리 들이나 산으로 나가 소풍을 즐기는 일이 많다. 유럽인들에게 양이 뛰노는 초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가장 전형적인 풍경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그런 풍경을 상상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축문화의 오랜 전통이 없는 곳에서 그저 형식만 흉내낸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34p


 처음엔 생뚱맞은 답변같다가도,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들어가며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대려고 하는 모습에 은근히 흥미가 동한다. 이런식으로 간결하게 일상적인 질문에 답해가고 있다.


 이런 지식들은 어찌보면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 정도로 보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쉽고 간결하며 납득되도록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들을 쌓아놨다가 써먹는것은 물론, 독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꼭 써먹어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여행갈 때나, 잠들기 전에나 지하철에 앉았을 때나 자투리 시간에 한토막씩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자신을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사족 : 러시아가 이슬람국가가 될 수도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황제가 기독교를 선택한 이유는, 이슬람교가 엄격하게 술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만약, 이슬람을 선택했더라면 보드카문화는 오늘날 같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D


사족2 : '교가'라는 것이 한국과 중국 일본에만 있는 문화라는 것 혹시 알고 있는가? 우리는 의외로 특별한 문화속에 살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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