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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경궁에 동물원이 생겼을까? - 순종 황제 vs 이토 히로부미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1
허균 지음, 고영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평점 :
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51번째 권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 출간하는 한국사 법정 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은 지난 '흥선대원군은~' 편에 써두었으므로, 생략한다.
이 책은 교과서로만 근현대사를 배운 학생들에게는 낯설을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나는 예전에 '창경원'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것을 들었었다. 그 곳은 소설속에서 남녀의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 종종 등장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창경원의 자리에는 동물도, 식물도 없다. 그 곳에는 창경궁이라는 이름의 궁궐이 조성되어 있다. 어째서, 동물원과 궁궐이 같은 장소에 시간을 달리하여 위치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은 그 자리의 원주인이 궁궐이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궁궐 자리에 동물원을 설치한 것이 궁궐의 주인인 순종 황제의 뜻이 아니었다는 고백이 나온다. 일본 제국이 조선의 국민들을 위해서 동, 식물원의 조성계획을 수립했고, 순종 황제에게 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 순종 황제측의 주장이다. 어느 황제가, 구중거처라 불리는 자신의 거처에 타인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원하겠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한국사 법정 시리즈 중에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다른 권들은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지식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소개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창경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적인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흥미진진함이 구성작가의 기교 때문이 아니라, '창경궁'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미스터리함에서 왔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장편으로 서사화해도 흥미로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궁궐'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 공부를 할 때 가장 곤란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궁궐, 등의 건축이다. 대개 이해하기보다는 벼락치기로 암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