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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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권을 읽었다, 우선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고자 한다.

재밌다. 469페이지에 달하는 쪽수가 무색할 정도로 술술 읽힌다.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이 없는데도 스릴있다.

마치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면서 상황을 뒤집는 바둑기사같이 주인공 한자와가 펼치는 이야기의 다음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기대감을 심어준다.



앞 시리즈 2권을 읽었고 이야기 흐름과 등장인물들의 성격 또한 어느정도 예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권 역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작가 이케이도 준의 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자와 나오키는 그 사실감에 놀라고 이야기의 치밀함과 한자와의 정의감에 놀란다.

일본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고 소설도 베스트 셀러에 올랐지만 우리나라에는 늦어도 너무 늦게 나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한국의 팬들에게 한자와 나오키 소설을 큰 재미와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주기에 충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의자 뺏기 게임

2장 기습 공격

3장 화이트나이트

4장 사다리가 없는 세대

5장 여우 꼬리 밟기

6장 장기의 말

7장 정면 승부

8장 그들이 미쳐 보지 못한 것

9장 잃어버린 시대의 모습



앞서 말했지만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 두께가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니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술술 읽힌다. 그만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짧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회사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쿄중앙은행, 도쿄센트럴증권, 도쿄스파이럴, 전뇌잡기집단, 폭스 등 여러 회사가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 한자와는 도쿄센트럴증권 소속이다. 도쿄센트럴증권은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이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자문회사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 대결구도에 놓이게 된다.



전뇌잡기집단은 히라야마가 창업한 IT벤처 기업이다. 잡기단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의 회사라 우리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이름으로 보인다. 전뇌는 중국어로 컴퓨터를 뜻한다고 한다.

전뇌잡기집단의 히라야마 부부가 도쿄센트럴증권에 방문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전뇌잡기집단에서 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고자 하며 도쿄센트럴증권이 인수자문사로 그 역할을 해줄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도쿄스파이럴과 전뇌잡기집단에 대해 조사하고 자료를 준비해서 방문한 한자와에게 전뇌의 히라야마는 자문사 일은 없던 일로 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뇌의 M&A 자문사 계약 건이 도쿄중앙은행으로 넘어간 것을 알게된 한자와는 배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이동 공지와 더불어 도쿄중앙은행에서 기습적으로 도쿄스파이럴의 주식을 시간외거래로 매수하고, 전뇌의 인수작전이 성공에 가까워 가는 것으로 보이게 될 쯤, 도쿄스파이럴의 세나 요스케는 공개적으로 M&A 거부 의사를 밝히며 상황은 미궁으로 빠진다.



도쿄스파이럴의 세나에게 다이요 증권이 폭스를 백기사로 내세워 자문사 계약을 제안하며 접근해온다.

하지만 폭스의 자본은 도쿄중앙은행과 여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괘씸죄로 또 다시 한자와의 인사조정 문제가 논의되는데,

과연 한자와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도쿄스파이럴의 인수과정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까, 읽는 내내 긴장감과 은행과 증권이 가진 다음 패에대해 궁금해진다.

너무 많은 스포일러는 다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쓴다.



전편에서부터 이어지는 도쿄중앙은행의 이사야마와 한자와의 대결 구도도 재밌고, 은행과 증권의 미묘한 관계에 대한 설정도 흥미롭다.

은행과 증권이 돌아가는 생태계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을만큼 쉬우면서 긴장감이 넘친다. 한자와 나오키4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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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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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 이끌려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살육에 이르는 병”이 연상되는 제목이다. 아무래도 유사한 제목을 통해 비슷한 인상을 주기위한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의 뒷표지에 쓰여진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그 여자는 내가 죽이지 않았어. 누명을 벗겨줘!”
24명을 죽인 연쇄살인마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있을까,,

낯선 이름의 저자인만큼 우리나라에서 첫 출판된 책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가케이 마사야”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대학생이다. 고등학교를 온전히 졸업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본인 입으로도 삼류대학이라고 말하는 대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사야의 눈엔 하나같이 천박하고 저열하게만 보인다.
대학의 구석구석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마사야에게 학창시절에 같은 반을 지낸 “가토 아카리”가 인사를 해온다. 그녀의 인사마저도 마사야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이무라 야마토는 사형이 선고되서 항소 중인 미결수다. 그는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마사야는 그런 하이무라를 만나러 구치소에 면회를 간다. 그리고 하이무라로 부터 기소된 9번개의 살인 중에 마지막 9번째 살인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마사야에게 하이무라는 어린시절 빵집아저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동네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는 착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는데,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어 구치소 면회실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마사야는 어떤 이유로 하이무라에게 면회를 간 것일까? 여기서 첫번째 의문이 든다.
마사야가 말하는 이유는 하이무라만은 현재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아가는 비관적인 자신이 아니라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줄 사람이라, 그런 눈으로 자신을 봐줄 사람이어서 하이무라를 찾아갔다고 말한다.

면회를 마친 이후에도 마사야는 하이무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9번째 피해자 네즈 가오루는 자신이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일관성있게 이야기하는 하이무라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못하고 마사야는 스스로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주변 인물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친구, 보호관찰관, 양아버지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하이무라라는 인물의 어린시절과 성장과정 주변 환경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첫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은 어린시절과 입양 후 성장과정을 따라가던 중 하이무라가 보낸 단체 사진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함께 찍힌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두번째 의문이 발생한다. 마사야의 어머니는 하이무라와 어떤 관계일까?

몇번의 면회를 통해 점점 하이무라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는 마사야에게 구치소 근처에서 서성이는 “가나야마 이츠키”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는 또 하이무라와 9번째 피해자 네즈 가오루와 어떤 관계일까?
세번째 의문이 발생한다.

소설은 각 장 말미마다 누구인지 모를 여성의 시점으로 짧은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이 화자는 과연 누구이고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지속적인 궁금증으로 소설은 빠르게 읽힐 수 밖에 없고 독자로써는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마사야는 네즈 가오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나야마 이츠키와 연결고리를 찾고 어머니 에리카에게 충격적인 하이무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몇번의 반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읽지 못한 독자를 위해 더이상의 줄거리는 책에 남겨둔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인물의 심리묘사, 대화를 통한 심도깊은 캐릭터의 구성은 소설이 마치 여러 사람의 인생을 실타래처럼 풀어놓는 모양을 띄고 있다. 이렇게 치밀한 내용을 작가는 어떻게 생각해내는 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인물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서서히 나타나는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묘사를 통한 전개 가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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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
유키나리 카오루 지음, 주원일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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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를 다룬 책은 항상 흥미롭다. 세상에 없는 능력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그 능력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이야기들은 능력이 생기는 근원에 대해 불친절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간혹 어떤 이야기들은 초능력을 너무 한정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이 책은 더 심하다. 텔레키네시스, 패럴라이저, 파이로키네시스, 사이코메트리 등 여러 가지 초능력이 등장한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 아니다.

물건을 오른쪽으로 10cm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자는 하루에 한 번밖에 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는 힘을 쓸수록 머리가 빠진다. (이건 정말 슬프다)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는 결벽증이다.

이런 하자 있는 초능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 목차를 봤을 때 실망을 했다. 여러 초능력자들이 함께 나와 이야기가 어우러질 줄 알았는데 개별 초능력자들에 대한 에피소드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실망이었다. 마지막 6번째 에피소드에 앞에서 언급되었던 초능력자들이 모두 나와서 문(?!)을 여는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야기 구성은 아래와 같이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텔레키네시스를 쓰는 법

2 패럴라이저 카네다

3 파이로키네시스는 핏짜를 구울 수 있는가

4 두근두근 사이코메트리

5 눈은 입만큼 많은 말을 한다

6 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



마지막 6번째 에피소드가 역시 메인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분량이다. 개별 에피소드도 모두 동일한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연결되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의 한계 덕분에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데 그런 상황마다 약한 초능력을 쓸지 말지 고민하는 갈등 상황이 웃프게 그려지고 있다.

텔레키네시스, 즉 염동력을 가진 능력자 이마무라에 대한 이야기는 회사원인 그에게 일어나는 애환에 대해 그리고 있다. 고등학교 때 축구부였던 그는 마지막 그의 슛이 오른쪽 10cm만 이동했어도 골이 되는 상황에 한으로 남아있다.

츠다를 만나 그는 전시된 작품을 움직여서 깨뜨려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패럴라이즈, 가위누르기 능력자인 카네다는 불의의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지하철 성추행범을 목격하게 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범인을 제압할 것인가 자신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을 것인가의 고민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파이로키네시스, 발화 능력을 가진 아키코는 핏자를 만들기 위해 마당 한켠을 뒤엎어서 화덕을 만드는 남편에게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불만을 불로 표출한다. 하지만 정확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아야코는 물건을 만지면 그 물건의 잔류 사념을 볼 수 있다. 그녀는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그녀는 담배꽁초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눈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능력을 가진 사토루는 이전에 선생님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빠와 아들 사이인 고다와 츠다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그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 한다.

앞의 5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인물과 장소는 츠다, 미츠바 식당이다. 초능력자들이 서로 또는 츠다와 연결이 되어 있고 미츠바 식당의 단골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마지막 6번째 에피소드 "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를 잠깐 언급하자면,

처음에 책 제목에서 문을 연다는 표현이 중의적인 표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문을 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보고 굉장히 1차원적인 제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라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이 자신들의 약한 초능력을 조금씩 모아 상황을 타개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표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어떻게 사람들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마지막 장에서 모두 풀어주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답답함만 남기고 끝내는 여타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속 시원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후속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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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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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작가가 두 명이다. 책날개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 이 두 명의 작가가 쓴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두 명의 작가가 어떤 식으로 협업을 했을지 궁금하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꽤 두껍게 느껴지는 두께다. 하지만 잘 짜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 구성이 2009년에 개봉한 영화 클로이를 닮았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화자의 모습을 상상할 때 클로이의 주인공들이 오버랩되곤 했다. 물론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르다.

소설의 화자는 두 명이다. 한 명은 방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28살 제시카 페리스, 제스라는 이름으로 줄여서 불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정신과 의사 리디아 실즈 박사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뉴욕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제시카는 우연히 500달러를 준다는 실험을 듣고 실즈 박사의 설문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자신의 비밀까지 털어놓은 제시카에게 더 큰 보수를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제시카는 이를 받아들인다.

실즈 박사의 실험에 참여하면 할수록 제시카는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실즈 박사가 만들어 놓은 상황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실즈 박사를 조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이 실험에 참여했다가 자살했던 에이프릴이라는 여자에 대해 알게 되고, 실즈 박사가 상황을 조작해 제시카에게 만나게 하려는 인물이 실즈 박사의 남편 토마스임을 알게 된다.

실즈 박사의 실험은 조금씩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게 되고 제시카는 토마스와 실즈 박사, 둘 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연 실즈 박사의 실험 목적은 무엇이고, 이전 연구 대상인 에이프릴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토마스, 실즈 박사 둘 중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은 결말로 향하고 있다.

처음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면서 재밌게 읽었다.

마냥 순진하게 당하기만 할 거라고 예상했던 캐릭터인 제시카의 반격도 인상 깊었고, 토마스의 일관된 캐릭터 설정도 실소하게 했다. 다만 중반 이후 무섭게 돌변하는 실즈 박사의 집착은 스토커에 못지않은 오싹함을 느끼게 했다.

띠지에서 이미 "이상한 정신과 의사를 조심하라"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다.

제목 익명의 소녀는 제시카가 실즈 박사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서 부여받은 "52번 피실험자"를 의미한다. 사실은 이 제목으로만 보면 익명이 보장된 실험에 참여하면서 그 실험 자체가 미스터리의 중심 소재로 전개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화자에 실즈 박사가 놓이면서 그 궁금증은 금세 풀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제목에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흡입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들의 예측 불가능한 전개들이 소설을 끝까지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적으로 영화화돼도 손색이 없을만한 이야기와 깔끔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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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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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게 된 동화책이다.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매 페이지마다 글, 그림이 함께 실려있기 때문이다.

어른용 동화이기 때문에 소재들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두 작가의 소개와 함께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게 된 이야기도 실려있다.

SNS로 만나 술잔을 부딪히다가 공동작업을 하게 된 이야기가 가히 평범하지만은 않다.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총 7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 사색하는 물푸레나무

- 친구의 죽음이 알려준 것

- 불결한 천국의 노래

- 구두에 대한 어떤 견해

- 언제나 전야의 밤

- 미자네 집

-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어떤 이야기는 작가가 위와 같이 첨언을 통해 배경이나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이 부분이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화자인 이야기와 소방관인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 이야기, 공기업 임원 독신 여성의 일탈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의 구두에 대한 이야기, 여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야구선수의 아내와 영어 과외 선생님 이야기,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성폭력 살인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해서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이런 사람, 이런 문제, 이런 사회 현상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있다.

글과 더불어 투박하고 날카롭지만 명확한 선과 색채를 보여주는 그림이 더해져 이야기의 구성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언급된 이야기들 중에 한 가지 사색하는 물푸레나무 이야기를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화자인 물푸레나무는 깊은 사색에 빠져 나무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든 나무는 아무 죄가 없지만 모두가 양지바른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지 않는다.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나무는 철학자의 책상이 되거나 가객의 대금이 되는 데 쓰이지만, 무관심이나 오해를 받고 자란 나무는 삽이나 곡괭이 자루 같은 것이 될 것 같다고 나무는 생각한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서, 삽자루의 몸을 가진 나무는 삽 날을 잘 지탱해 앞으로 사랑받거나 무관심이나 오해를 받을 다음 나무들을 심을 땅을 파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나무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운명을 슬퍼하면 비탄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나무가 화자이지만 비단 나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삶에 빗대어 한 번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이다.

위의 나무 이야기는 지극히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이고 다른 6가지 이야기는 굉장히 솔직하며 직설적인 이야기들이다. 삶의 불안과 공포, 권태의 양상을 소재로 한 이런 이야기들이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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