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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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만한 책,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에 그 이야기를 품고 기억할만한 책,

어린왕자는 그런 책이다.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갈리마르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판된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이쁜 표지를 가지고 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씌여진 뒷표지의 문구가 동심을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숨은 매력은 바로 두개의 커버다.

위의 파란 배경의 이쁜 커버안에 아래 귀여운 테마의 어린왕자가 그려진 커버가 하나 더 있다.

커버 디자인 둘 다 마음에 들 뿐만아니라 재질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종이로 70주년 기념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이 들어가 있다.


이쁜 겉표지와 속지를 지나가면 아래와 같은 차례를 만나게 된다.

단순히 어린왕자 이야기를 다시 접할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독자에게 이 책은 3개의 구성으로 어린왕자를 다시 읽을 것을 가이드한다.

250페이지가 안되는 두껍지 않은 책으로 아래 3장의 구성이 독특하다.

​- 어린 왕자의 탄생
- 어린 왕자
- 어린 왕자 읽기

우선 “어린 왕자의 탄생”은 말그대로 어린 왕자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프랑스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미국에서라고 한다. 그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배경스토리를 설명해준다.

글만으로는 지루한 역사책이 될 수 있겠지만 생텍쥐페리와 그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사진과 그의 그림 등 어린 왕자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운 자료들이 가득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린 왕자라는 작품이 쉽게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텍쥐페리 작가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작가 개인에게도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동심을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어린 왕자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또한 생텍쥐페리의 데생과 수채화는 그가 대충 끄적였을 것 같은 삽화들도 사실은 많은 노력과 연습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어린 왕자”

헌사로 시작하는 어린 왕자는 지금 다시 읽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어른들에게 뼈를 때리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독자층을 어린이로 할 지 어른으로 할 지 많은 고민을 했고, 결론적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가 되었지만 전세계 독자층으로 보았을 때, 어린 아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인기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깊게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 읽기”는 어린 왕자를 읽고 어떻게 해석이 가능한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것도 진리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히 동감하거나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거나 하는 정도로 이 장을 읽어야한다. 아니면 또 다시 어린 왕자에게 혼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다시 “어린 왕자”로 돌아가서 줄거리를 써보려고 한다.


화자는 비행중에 불시착한 곳에서 만난 어린 왕자로 부터 느닷없이 어린 양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상자안에 들어있는 양을 그려주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어린 왕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6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묘사하고 있는 형태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다.
바오밥나무, 장미 이야기, 어린 왕자가 여행을 통해 만났던 많은 인물들,, 
(왕, 허영심 많은 사람, 술꾼, 사업가, 가로등을 켜는 사람, 지리학자 노신사)
그리고 나서 어린 왕자는 지구로 오게 된다.
뱀을 만나고 꽃을 만나고 메아리를 만나고 장미꽃들과 여우를 만난다.
다시 이야기의 화자와 만나 우물을 찾고 서로에게 소중한 이야기를 나눈뒤 슬픈 이별을 맞이한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짧게 만들 수 있겠지만 어린 왕자는 요약본으로 읽어서는 안되는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독자라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어른에 대한 냉혹한 비판과 소중한 것에 대한 회상과 죽음과 이별의 경계와 소설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부분을 모두 느끼고 소화해야한다.
오로지 자신만의 감정과 느낌으로 그것을 만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아래 말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몇백만 개의 별들 속에서 단 한 송이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가 되고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다가올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부랴부랴 급향열차에 몸을 실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찾으러 가는지는 잘 몰라. 그래서 초조해하며 제자리만 맴도는 거야...”


내가 초등학교 때 어린 왕자를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적이 있다. 선생님은 어린 왕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렸을 때, 성장기에, 어른이 되어서 계속 다시 읽어야 한다고 했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섯번 이상 각기 다른 시점에 접했던 어린 왕자는 나에게 다른 느낌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매 만남마다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얻는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를 추천해주고 싶다.
삶의 각기 다른 지점에서 살아가는 것에 지칠 때 쯤 어린 왕자를 찾아 읽기를 바란다.
어린 왕자를 통해 동심을 되찾고 사랑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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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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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서비스들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사진과 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 시키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음 한 켠에 놓여져 있는 공포심이 존재한다.
그렇게 노출된 개인 정보를 통해 어떤 공격이 나에게 다가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런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아직도 SNS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팔로우 미 백은 그런 공포심을 교묘하게 건드리며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서 처음에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작가 자체가 덕후이고 SNS에 시간을 쏟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또한 연예인 팬픽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언뜻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류의 작품이 등장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니 흡입력은 인터넷소설 못지 않고 지금 현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이 있으며 작가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어가서 인지 심리 묘사가 굉장했다.
 
소설의 구성은 현재를 표출하고 있는 신문조서 부분에서 진행되는 부분과 과거 시점의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신문조서에서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 조금씩 노출해가면서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긴장감을 놓치않도록 하는 심리스릴러 소설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메인이되는 에릭 쏜, 테사 두 명이 있고 그 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매개체로 트위터가 등장한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포스 디멘션의 리드 보컬 도리안 크롬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아이돌 스타 에릭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팬들의 삐뚤어진 사랑의 결말이 만든 비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수로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외모, 몸매와 같은 회사에서 만든 외형적인 이미지에 반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차원에서 회사는 그에게 트위터 공식계정에 글을 쓰도록 종용한다.
물론 자유로운 그의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에게 반할만한 이야기를 골라서 작성하고 또한 팬들을 주기적으로 팔로우 하면서 팬을 늘려나가길 바란다.
 
비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팬들을 바라보던 에릭은 어느 날 ‘테일러’라는 새로운 트위터 계정을 하나 만들고 익명의 가면을 빌려 에릭 자신을 비난하는 의미의 글을 작성한다.
 
테사는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자기 방에 갇혀서 밖에 나올 수 없는 상태다. 활발한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녀 에릭의 수많은 팬들중 한명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에릭의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이유는 그녀가 쓴 팬픽 덕분이다.
 
에릭은 테일러 계정을 통해 테사와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에릭의 팬이지만 그 속내를 숨기고 에릭을 비판하는 캐릭터로 테사에게 접근한다.
테사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에릭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한 테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돌 스타와 팬의 관계가 아닌 익명의 가면을 쓴 아이돌 스타와 팬의 로맨스가 진행되고 공황장애를 딛고 테일러를 만나러 가려는 테사에게 그 둘의 대화를 엿보고 있던 누군가가 접근한다.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둘은 결국 만나서 사랑을 확인하게 될 것인가..
신문조서 부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을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누가 범인인 것인가..
 
이야기를 쫒아가다보면 결말에 대한 궁금증으로 400페이지 분량의 소설이 짧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충격적인 반전도 숨어있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가상의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픽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소셜미디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정의를 가지고 현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재미와 반전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SNS가 가진 매력과 한계 그리고 스타와 팬의 관계와 삐뚤어진 사랑을 다루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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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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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은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밤에 깨어나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계단실의 여왕
 
책의 구성과 제목에서 얼핏 유추해볼 수 있듯이 메인은 “계단실의 여왕”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다.
 
첫번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의 주된 내용은 살인을 결심한 사람이 악인이라고 생각한 사람에 대해 복수하는 내용이다.
사이키에게 딸을 납치했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온다. 딸을 감금하고 있고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이키를 매그놀리아 거리로 불러낸다.
처음 사이키는 매그놀리아 거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범인의 전화를 통해 3달전 사건을 기억해낸다.
3달전 그날 사이키는 빌딩 꼭대기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를 목격했었다.
구경꾼이 많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일행과 함께 그 남자가 자살을 할지 말지에 대해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여러 사람들이 빌딩 위에 남자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참다 못한 사이키가 후딱 뛰어내리라고 하자마자 그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다.
 
범인은 사이키가 그 남자를 죽인 것과 다름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다수에 가려져있는 자신을 과신하여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게했고 또 그의 딸을 납치하게 되는 결말로 이끌었다.
마치 우리 사회에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아무렇지 않게 나쁜말을 배설해대는 악플러들을 비추는 것 같아 씁쓸했다.
 
범인은 3달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살하는 것은 바로 범인이었다. 자신이 자살하기 전에 사이키가 그의 딸이 갇혀있는 곳을 알아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만든 것이다.
 
과연 사이키는 무사히 그의 딸을 구할 수 있을까?
 
 
두번째 소설, “밤에 깨어나”는 묻지마 습격 사건이 주가되는 내용이다. 다카하시가 주인공인데 묻지마 습격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된다. 다카하시를 감시하는 자경단 세력과 그의 동네 주변인물들, 그 사이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다카하시와 그의 친구의 전략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과연 그는 자신에게 씌여진 혐의에 대한 결백을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소설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묻지마 습격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과 또한 다카하시로 대표되는 범인으로 오해될 만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세번재 소설은 사와이라는 주인공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적인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게 되고 이 상황이 우연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로 부터 비롯된 결과인 것을 깨달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5년전 그는 친구 니시다와 함께 니시다 집안의 칼을 훔치고 그것을 하야카와에게 뒤집어 씌우는 방법으로 일을 꾸몄다. 그 일로 하야카와가 자살하게 되었고 하야카와의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사와이와 친구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는 말을 전한다.
바로 그 사람이 사와이와 가족들을 노리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사와이는 니시다를 만나게 되고 니시다도 자신의 딸이 납치되는 상황에 치닫게 되는데,
 
과연 사와이는 복수의 덫에서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네번째 소설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강력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상황 전개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계단실의 여왕이라니 제목에 대한 부분도 소설을 읽고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은 주인공이 아파트 계단실 7층과 8층 사이에서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신고를 할 것인지 그냥 지나갈 것인지 부터 시작해서 한참을 고민을 한다.
그 고민 하나하나를 자세히 묘사하는데 상황이 매우 웃기다. 쓰러져 있는 여자가 아파트에서 오가며 봤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왜 여기에 쓰러져 있는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가 위층에서 계단실로 내려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온 그녀에게 느닷없이 어떤 남자가 나타나 강압적으로 몇가지를 물어본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쓰러져 있는 그 여자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거절하지 못하고 같이 그 여자를 찾아준다고 한다.
 
과연 주인공은 쓰러진 여자와 험악한 남자 사이에서 잘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스릴감과 웃음을 주는 짧지만 강력한 단편이었다.
 
이야기들이 모두 고퀄리티다.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쓰였지만 심리 묘사와 상황 설정, 인물과의 관계도 허투로 만든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계단실의 여왕에서 보여주는 심리 변화에 대한 전개는 감동스러울 정도로 재미를 준다. 오랜만에 읽을 부분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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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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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미가 물씬 풍기는 겉표지와 무엇인가 몽환적이며 판타지에 걸맞는 제목 오직 달님만이에 이끌려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우선 내용누설을 조금만 하고 가야겠다. 책의 겉표지를 유심히 봐야한다. 이는 굉장한 누설이기 때문에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현이라는 여자다. 모현을 중심으로 인물의 관계를 잠시 소개하고 가자면, 우선 극초반 등장하는 단오는 모현의 언니 희현의 남편이다. 무당 천이와 수령 홍옥이 등장하며 초반 공포 분위기를 책임지는 호랑이가 나온다. 모현의 동무 여민과 모현의 조카 미유도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언급하고 넘어간다.



이야기 구성은 잘 짜여져 있다. 극 초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보여주고 집중하게 한 다음 장소와 배경이 달라지며 이야기 전개가 펼쳐진다. 그리고 나서 갈등이 점점 고조되며 서서히 감춰져있던 실체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되고 어느 판타지에서나 등장할만한 대결장면이 펼쳐진다.



깔끔한 결말과 초반의 떡밥회수들을 보며 나름의 철저한 구성으로 독자의 흥미를 적절히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제물로 바쳐질 모현을 형부 단오가 산길로 데리고 가고 있다. 단오는 그 일을 여러번 해오던 경험이 있었고 모현은 언니 희현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로 한 상태였다.

하지만 단오에게는 다른 흑심이 있었고 산중 깊은 곳에서 모현을 겁탈하려고 시도한다.

모현은 죽기 살기로 도망치고 위기의 순간에 느닷없이 호랑이의 공격을 받고 단오는 죽게 된다.

모현도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랑이에가 물려 정신을 잃었지만 깨어나보니 자신은 살아 있었고 호랑이에게 물린 상처도 벌써 아물어 가벼운 상처처럼 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던 모현은 홍옥의 보호로 간신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제물을 바치는데 차질을 빚게된 천이는 삐뚤어진 주장을 굽히지 않고 홍옥과 대립하게 된다.

대신 자신을 희생하면 희현은 잘 살게 될거라고 믿었던 모현은 조카 미유를 통해 희현이 이상한 행동을 하며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천이는 자신과 대립하는 홍옥을 독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실행에 옮긴다. 일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살해당하는 사람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모현에게 접근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명이라고 소개하는 낯선 남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옛 조선시대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신화에만 등장할 법한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동양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소설에 잘 녹여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지루하지 않고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흡입력을 보여준 한국적 판타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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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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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끝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한 손바닥 만한 크기로 굉장히 얇고 가볍다.

처음 받아들었을 때 느낌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안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였다.



가벼운 책의 첫인상과 대비되도록 그 내용은 묵직했다.



책의 부제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이다.

과연 우리는 일에 대해 어떤 거짓말을 듣고 있으며 스스로에게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이 책이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당신이 힘든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일에 대한 거짓말 때문입니다.”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솔깃할만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자기 일에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 보다는 오히려 일을 저주하면서 버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작가 폴커 키츠는 독일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법률가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인용된 자료와 책들은 대부분 독일어로 표기되어 있다.

책에서 사용한 단어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위해 병기하는 단어에 독일어가 표기되어 있다. 독일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길만한 부분이지만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리둥절하게 하는 장치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행복과 불행의 단어 ‘일’

2장 일에 관한 마법 구슬 같은 신화

3장 직장 생활에 대한 거짓된 환상들

4장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사람

5장 시간과 돈의 정직한 교환

6장 일에 대한 환상을 걷어 낸 세상

7장 솔직함을 통한 새로운 동기 부여



다른 장들은 메인이 되는 3장의 거짓말들의 실체를 들어내는데 필요한 부수적인 논지들이다.

이 책에 핵심은 일에 대한 거짓말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말들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일에 대한 거짓말은 다음과 같다.



- 열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 자유롭게 무언가 만들어 낸다

-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

-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위에 문장들이 거짓말이고 우리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말들이다.

이토록 적나라하게 들어내서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은 드물다.

근래에 본 책들 중에서도 굉장히 직설적이고 충격적이다.



7장에서 마무리하며 한번 더 우리에게 현실에 눈을 뜨라며 더 큰 충격을 쥐어준다. 언어 그대로 팩트 폭력에 가깝다.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인용하는 것보다 내가 읽으며 많은 공감을 느꼈던 부분만 일부 가지고 오면 다음과 같다.

“이 회사는 여러분이 일하며 행복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그럼으로써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생계를 경제적으로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러분의 일은 사회에 의미를 가집니다. 일의 역할은 여러분 인생에 의미를 불어넣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인생의 의미는 여러분 스스로가 책임지면 됩니다.”

“직장에서 여러분은 호감 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온갖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은 업무의 한 부분이자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이 얼마나 확실하고 직설적이며 진실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말인지 몇 문장만 읽어봐도 알 수가 있다.

우리가 일을 통해 느끼는 심리적인 고통은 우리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진실에 조금이라도 눈을 떠서 그 고통을 덜어내야 한다.



오늘날의 우리 모두에게 일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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