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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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책상에 있는 책 제목을 보고 한 마디 한다.

"엄마, 제목이 이상해. 어떻게 행복이 불안해?"

아들과 달리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주어진 행복 앞에 온전히 기쁨을 만끽하기 보다는 그 뒤에 올 불안이 떠오른다. <불안한 행복>의 김미원 역시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물론 아직은 큰 불행 앞에 초연하지는 못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마음은 연습이 꽤 되고 있다.

큰 기대없이 읽은 책인데, 저자의 글솜씨와 깊이 있는 독서 덕분에 술술 잘 읽히는 괜찮은 수필집이었다. 이미 <즐거운 고통>, <달콤한 슬픔>의 수필집을 낸 작가다. 9년째 장애인복지관에서 글쓰기도 지도하신다고 한다.

너무 행복하면 신이 샘을 내 머리채를 잡아챌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그래서 나는 늘 행복한 순간조차 온전하게 "행복감"에 빠져들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난 고난 중에 있을 때도 나는 정말 힘들지 않았다.

나는 내 고난과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새옹의 말이 있었으니까.

화가 복이 될 수도 있으니까.

<불안한 행복> 중에서

나이 들어가며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모든 것이 내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하여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지혜를 배운다. 두려운 것은 내가 행복하다고 충만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의 아픔을 망각하는 것이다. 행복에 도취되어 다른 중요한 것을 잃을까, 놓치는 게 있을까 경계한다.

<불안한 행복> 중에서

4개의 챕터(운다고 사랑이 / 불안한 행복 /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 / 생의 한가운데)로 43개의 수필이 담겨 있다. 짧은 글들로 이어졌지만, 어떤 수필은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수필은 소설을 읽은 듯 하며, 어떤 수필은 시 한 편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일상 속 이야기를 과거의 기억과 연결짓는 탁월함과 다른 문학 작품과 연결지어 서술하는 면모를 통해 굉장히 깊이 있게 독서를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여행도 사색을 하며 많이 하신 듯 하다. 책을 읽으며, '김미원'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책 날개에 작가의 얼굴을 나와 있어서, 수필을 읽으며 여러 번 작가의 얼굴을 보았다. '이런 분이 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인상 깊었던 수필을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에 나오는 '제비뽑기'다. 어릴적 엄마의 계모임에서 제비를 뽑아 행운을 얻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제비뽑기론을 설파하며, 자신의 현재 삶을 들여다 본다. 우리는 살면서 제비를 뽑으며 살아가는데 어떤 때는 좋은 제비를 뽑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재수 없는 제비를 뽑기도 한다. 내가 좋은 제비를 뽑으면, 다른 사람이 나쁜 제비를 뽑을 확률이 높아지니 빚진 마음으로 도우며 우애 있게 살라는 지인의 말이 나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내 삶을 관찰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김미원 작가님에게 수필쓰기를 배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도 영감을 받아서 글을 쓰고, 영화 속 내용도 글감으로 만들고, 여행지에서의 생각도 귀중한 글감으로 만드시는 능력이 대단해 보인다. <불안한 행복>을 읽으며, 작가의 생각에 동화되었다기 보다는,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생각을 기억하며, 글을 꾸준히 써봐야 겠다.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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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부르는 노래 : 바가바드기타 인도 정신문화 총서 1
배해수 편역 / 지혜의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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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총평 : 바가바드기타를 읽기 전에 필히 공부하고 봐야 하는 책!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사전 정보 없이 읽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책 <신이 부르는 노래-바가바드기타>는 혼자서 읽다가 여러번 덮었다. 읽고 읽기는 하나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글자만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혜의나무에서 출판된 이 책도 '바가바드기타 본문을 읽기 전에'라고 해서 사전 지식을 가득 담아 주었다. 내겐 이 설명으로도 어려웠다. 동영상의 도움을 받아 바가바드기타를 강의하시는 두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신이 부르는 노래(바가바드기타)는 어떤 책인가?

바가바드기타는 고대 힌두교 경전이다. 기타는 노래라는 뜻으로 '경이하는 노래'로 해석할 수 있다. 바가바드기타는 인도인의 삶의 지침서로 번역서가 굉장히 많아 인도인들도 여러 권의 바가바드기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책의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 하면, 크리슈나신이 아르쥬나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하며 힌두 사상의 정신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면, 이런 내용이다.

쿠루족의 왕권 계승자 드리타라스트라가 있었다. 그런데 장님이라 동생인 판두에게 왕권이 계승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 판두의 다섯 아들과 드리타라스트라 아들의 왕위 쟁탈전이 발생하게 된다. 판두의 아들 아르쥬나(셋째)가 왕권을 중심으로 전쟁을 한다. 이 전쟁을 준비하며 과연 이 싸움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차라리 '죽임을 당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 때, 크리슈나가 충고를 한다. 전쟁의 목적은 불의에 맞서서 정의를 회복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르쥬나에게 부과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정의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후, 전쟁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신이 부르는 노래(바가바드기타)의 구성은?

총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바가바드기타의 3종 요가는 1) 신애의 요가 2)행위의 요가 3) 지혜의 요가가 있다. 몸과 마음을 다스려서 건전한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요가이다. 이 책에서는 제3장에 행위의 요가, 제4장에 지혜의 요가가 나온다. 각각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1) 신애의 요가

신에 대한 헌신과 은총에 의해 괴로움의 세계로부터 구원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베단타 사상(모든 의무를 포기하고 나를 유일한 귀의처로 삼으리소. 나는 그대를 모든 악에서 해방시킬 것이오. 슬퍼하지 마시오)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2) 행위의 요가

올바른 사회적 의무행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즐거움과 고통, 이익과 손해, 승리와 패배를 동등하게 여기고 싸울 준비를 하시오. 그리하면 업에 의한 죄고를 받지 않을 것이요. 행위의 요가를 쉽게 풀면, 결과에 대한 욕심이 없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욕심이 전제되면 짐이 되는 것이다.

그대의 특권은 바로 행위에 있는 것이지 결과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오.

어느 때건 행위의 결과가 그 행위의 원인이 되어서는 아니되오.

그때는 무행위에도 집착하지 마시오.

이것이 바로 해방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3) 지혜의 요가

불이론적 베단타 사상으로 나와 타자를 구분하게 되면 이기적 자아 관념이 고착화된다. 나와 내가 아닌 존재는 결국 하나인 것이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 세 가지 요가도 결국에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세가지 요가를 인도인들이 수행하려고 노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탈(윤회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것)을 추구하는 그들. 이 수행법이 해탈을 달성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과연, 나에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바가바드기타는 1785년 찰스 윌킨스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번역되었다. 그 후, 괴테, 소로우, 니체, 쇼펜하우어 등에게 많은 영감을 준 책이라고 한다. 간디도 바가바드기타를 읽으며 수행했다고 하며, 인도 정신을 대변할 만한 단 한 권의 책을 꼽자면 많이들 '바가바드기타'책을 꼽는다고 한다.

이렇게, 공부하고 책을 읽으니 대단한 책처럼 느껴졌다. 드문드문 하고 있는 명상과 요가! 하고나면 정신과 육체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명상과 요가를 삶의 일부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내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을까? 인도인의 세계관 중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삶에 열심히 참여하되,

삶에 집착하지 말라!

모순되는 말이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도 행위의 요가이다. 자꾸만 좋은 결과에 집착하고 무엇인가를 바라는 나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열심히 살되, 그 결과값은 생각지 않는 것. 어렵겠지만 마음과 정신에 담아두고 노력해 봐야 겠다.


굉장히 어려운 책이었지만, 의미를 알고 읽으면, 어떤 문장에 머무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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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 - 강세환 시집 예서의시 12
강세환 지음 / 예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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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보면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의 논리를 반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책 내용 중 소크라테스의 친구인 카이레폰이 델포이에 가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어보죠. 그 대답은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소크라테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반증을 시도하죠.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은 정치가였는데, 명성은 높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함을 알고 실망합니다. 두번째로 시인을 찾아갑니다. 시인은 지혜가 있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소질과 영감에 의해 시를 쓴다는 것을 알고 역시 자신보다 나음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장인(기술자)를 찾아갔는데, 지혜는 있지만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결국 자신의 무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가장 지혜롭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이 이야기로 시집의 서평을 꺼낸 것은 고대 그리스에는 그만큼 '시인'에 대한 대우가 남달랐다는 것이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강세환 시인의 <시가 되는 순간>은 시인의 9번째 시집이라고 합니다. 시인의 많은 시들을 음미하며 느낀 것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시인이 시를 사랑하며 고뇌하는 마음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시를 통해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세상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에게 시는 한때는 친한 친구와 시집을 읽으며 동경했던 분야요, 청소년기에는 어려운 작품 해석에 불과한 정도였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지하철 곳곳에 있는 시들을 읽으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정도가 되겠네요. 왜 시인들을 쉽게 쓰면 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비유에 빗대어 표현하는지, 그 감수성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세환님의 시들은 참 잘 읽힙니다. 시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인의 생각이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시가 되는구나'는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시인만의 감수성과 고유성은 잘 묻어납니다. 시인이 어떤 사람이겠구나,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겠구나, 짐작되는 시들도 많았습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 본 느낌이랄까요?


눈길이 많이 갔던 시 몇 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가 쓴 시를 읽고

굵게 밑줄까지 긋고 그랬을까

그 시의 행간에 밑줄 그을 때

나의 시는 기억하고 있었을까

내가 쓴 시 첫 행과 마지막 행은

내 힘만으로 쓴 것도 아니다

첫 행과 마지막 행은

그 시의 운명이거나 어긋남

- 시의 운명?


늦은 밤 시 앞에 앉아 있을 때

이게 밤인지 대낮인지

하루가 가고 있는지 하루가 오고 있는지

죽은 시인이 다시 되살아났는지

어디서 시인들이 모여 시를 낭독하는지

저 빗줄기도 귀 밝은 시 한 줄 되는

이것도 그 시의 운명이거나 헷갈림

- 귀 밝은 시?


매일매일 밤은 아침이 되고 아침은 저녁이 되는데

첫 행과 마지막 행은 또 얼마나 멀리 있는지

시인의 마음은 또 얼마나 멀리 있어야 하는지

그 가슴을 맨손바닥으로 쓸어내릴 수도 없고

가슴 쓸어내리다 시까지 쓸어내리면?

다시 시를 가슴에 꼭 껴안고 한없이 깊어지기를!

- 시가 깊어져?


그러다 시의 길도 시인의 길도 끝이 없다

- 시도 힘들어요?


단상 : 시인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요. 시상은 어떻게 발견하는지, 영감이 떠오르면 시가 바로 써지는지, 아니면 고민고민하며 한 행 한 행을 써가는지 등 시인들의 머릿 속, 마음 속이 궁금해지네요.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왠지 다를 것만 같은 느낌이거든요. 나이를 먹어가며 소중한 것들 중 놓친 것을 없는지, 주의 깊에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죽음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내 삶이 정말 유한하다는 것이 가슴 깊게 느껴지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 세상을 더 많이 아름답게 보고 싶어졌어요. 그런 면에서 시인의 렌즈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울의 유혹

나는 잠시 우울을 먹고 살 것이다

서운할 것도 없다

우울도 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좋은 것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우울도 약이 된다

저녁 산책길 밖에는

딱히 갈 곳도 없다

어디를 향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향해

나를 위해

조용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도 단 한 번 웃을 일이 없었다

시를 써도 혼자 읽을 때가 더 많다

시를 쓰는 것이

결코 웃고 울고 하는 일이 아니다

웃고 우는 일을

시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우울할 때 나를 지켜보는 것도 시가 된다.

나를

화장실 거울 앞에 세워 놓고 바라보는 것도

시가 된다

우울할 때 나를 다독이는 것도 시가 된다

우울하다고 낙실할 것도 아니다

- 전망은 없다 절망도 없다


단상: '우울할 때 나를 지켜보는 것도 시가 된다'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명상을 하며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참 새롭더라고요. 나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 보고, 나의 몸에도 따듯한 관심을 주려고 해요.




당신의 삶 중 시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제목을 보니 궁금해진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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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주영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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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총평 : 이별 후에 읽으면 좋을 예쁜 시집

내 돈으로 시집을 샀던 첫 경험의 기억이 생생하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해질 무렵인 초등학교 6학년. 절친인 지혜와 학교 근처 서점에 가서 각자의 돈으로 서로 다른 시집 한 권씩을 사서 읽고, 바꿔 보았다. 어떤 내용의 시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시집을 고를까?' 설렜던 마음, 한 편 한 편의 시를 음미하며 읽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 있다.

이번 주영헌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시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이다. 서평을 신청해서 받은 책이지만, 책을 보내기 전부터 정성이 담긴 문자를 보내주셨다. 책 안에는 내 이름과 더불어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라는 시인스러운 문구와 싸인을 해주셨다. 자신의 책에 애정이 없는 작가는 없겠지만, 독자에게 책이 도달하는 순간까지 그 애정을 그대로 전해주어서 따듯했고, 감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귀하게 시를 읽었던 것 같다.

4부로 구성된 이별 가득한 시(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1부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2부 원망은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

3부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나요

4부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이렇게 4부로 구성된 시집(당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총 51편의 시가 실려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시인이 가슴 절절히 '이별'을 경험하고 쓴 시 같았다. 몇 편의 제목을 살펴보면, (이별 예보,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반대쪽, 울기 시작하면, 눈물을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선언한 이별 등) 이별 전후의 감정이 잘 녹아난 시들이 많다.

물론, 읽는 이에 따라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다른 것에 비추어 시를 느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고 느낀 바는 그렇다. 그런데 이미 아줌마가 되어 버린 내게는 공감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몇 번의 연애 후 결혼했기에, 나 역시도 미혼일 때는 이별에 마음 아파하고 잠못 이루고, 눈물 펑펑 쏟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이미 많이 퇴색되어버린 기억이지만. 이 시를 읽으며 그때를 회상하자니,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여서 그냥 시 자체로 읽었다.

시들을 돋보이게 하는 예쁜 그림들

출판사에서 이 책(주영헌의 당신이 아니면 나는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시만 있었다면 밋밋했을 것 같은데, 예쁜 그림들이 시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시인의 감정을 좀 더 잘 느끼도록 도왔다. 종이 색깔도 알록달록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중에서 유독 눈이 가는 시 한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다는 왜 해변을 두드릴까요

오늘도 바다는 해변을 두드립니다

얼마나 그리워야

쉬지도 않을까요

얼마나 외로워야

하루에 몇 번이나 육지를 껴안는 것일까요

보고 있으니

나까지 쓸쓸해져서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당신을 다시 안아보고 싶습니다

-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중에서 -

마음이 답답할 때 바다에 간 적도 있고,

남편과 여행길에 들린 적도 있고,

아이들과 여름 휴가를 갔던 적도 있는 바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뚫린 것 처럼 좋았다. 바다를 보며 시인처럼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소설가나 시인이 존경스러운 부분은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나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느껴야 그러한 경지에 다다를까.

이 책의 뒷 부분에 실린 나태주 시인의 말이 내 고민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시인의 시도 그렇게 자신이 겪은 삶에서 찾아낸 시"라는 말.

"시는 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으로 이루어진다"는 말.

여전히 시는 나에게 낯설다. 은유적 표현보다는 직설적 표현이 편하다. 그래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부럽다. 모든 감정의 촉각이 살아 있는 삶을 살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시집 제목인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 대해서 나만의 작은 시로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꽤 괜찮은 사람

당신에 기대어 삶을 살았습니다

당신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고

당신의 행동에 나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당신의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

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더군요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삶에 전부였던 당신

나는 꽤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내가 아니여도

잘 살아가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 첫 사랑의 기억을 더듬으며 써본 나만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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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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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웰스의 <타임머신> 이라는 책이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저자로 책 속 시간여행가가 타임머신을 개발해 약 80만년 후의 미래로 간 이야기이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판타지와는 다르게 지상세계의 엘로이와 지하세계의 몰록, 두 종의 인간이 살아간다. 인간은 과거로든 미래로든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면?' 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김하연의 <시간을 건너는 집>도 그와 비슷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청소년 소설로 이야기의 주인공 4명도 중학생2명, 고등학생 2명이 등장한다. 가장 큰 줄거리는 우연히 받게 된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이 12월 31일 다섯 시에 집으로 오면, 과거, 현재, 미래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각각의 사연이 모두 다른 아이들. 그들을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4명의 친구들 소개

1. 선미

고등학교 2학년 여자친구,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다. 아빠와 선미는 오랜 간호 끝에 조금씩 지쳐간다. 선미는 우연히 알게 된 하얀 운동화의 비밀을 듣고, 어쩌면 엄마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시간을 건너는 집>의 규칙을 잘 지킨다.

2. 강민

고등학교 2하년 남자친구로 외모도 집안도 모두 완벽하다. 그래서 세 명의 아이들과 달리 고민이 없어 보인다. 왜 이 집에 오게 된 것인지 다들 의아해 하지만 책 말미에 가서 강민의 비밀이 밝혀진다.

3. 자영

중학교 2학년 여자친구로 왕따다. 자영이가 왕따 당하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져서 몇 몇 부분에서는 눈살이 찌푸려 지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당연히 미래를 선택하리라 예상했는데, 자영은 그러지 않았다.

4. 이수

중학교 2학년 남자친구로 최고의 반항아다. 엄마의 바람도 목격하고, 6살때 아빠로부터의 학대와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계속 삶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안타까운 친구다.

<시간을 건너는 집> 의 조건

지금 이 시간을 지우고 다른 시간으로 갈 수 있다는 설정. 어딘지 뻔하게 들리긴 하지만 나름 작가만의 특수한 설정을 해 놓았다. 이 집에서 아이들이 지내며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 것이다.

1) 그 누구에게도 이 집(시간을 건너는 집)과 하얀 운동화에 대해서 말하면 안 된다.

2)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 집에 나와야 한다.

- 그 밖에 하얀 운동화를 신을 때에만 이 집이 보인다.

- 집을 나올 때는 한 명씩 밖에 나와야 한다.

- 과거든 미래든 최대 5년까지만 가능하다.

- 죽음은 막을 수가 없다.

-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처음에 이 책의 차례를 보고 8월붵 12월까지 달만 나와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의 구조를 보니 금방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서로를 몰랐던 네 명의 아이들이 달이 바뀔수록 친밀해지고, 서로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나누고, 도움도 요청하며 지낸다. 읽으면서 부러웠던 규칙 중 하나는 네 아이가 모두 모였을 시간이 멈춘다는 사실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 안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할머니가 넣어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은 어떤 문을 선택할까?

아이들은 각각 어떤 문을 선택할까? 이야기의 절정 중 이수가 자영이를 왕따시키는 친구 중 한명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난다. 결국, 이수는 조건을 채우지 못해 시간을 문을 선택하지 못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럼, 다른 세 명의 친구들은 어떤 문을 열었을까?

먼저, 선미의 선택. 이미 엄마는 12월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선미는 미래를 선택했고, 교생 실습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자영이의 선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재를 선택했다. 지금의 삶이 정말 싫었을텐데,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 만났던 이수,선미, 강민의 따뜻함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강민은 현재를 선택했다. 이수가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지만 함께 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강민은 '시간을 건너는 집'에 두 번째 오게 된 특이한 케이스다.(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꼭 보시길~^^)

글의 마무리에 이수와 자영, 그리고 선미가 만나게 되면 이야기는 훈훈하게 끝을 맺는다.

나에게 하얀 운동화가 생긴다면?

이 책(김하연의 시간을 건너는 집)을 읽으며, 나에게 하얀 운동화가 생긴다면 나는 어떤 운동화를 선택할 지 고민해 보았다.

1. 과거를 선택

시간이 제약이 없다면, 나는 결혼을 안 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결혼 생활을 해보니, 나의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의 조건대로 최대 5년이라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2살, 1살의 연년생을 키우던 시절이라 그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2. 미래를 선택

5년 뒤 미래라면, 내 나이는 40대 초반이요.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다. 삶은 안정될 수 있겠으나 예쁜 내 아이들의 모습을 못 보고 지나갈 수는 없다. 미래를 선택한다면, 코로나가 사라진 1~2년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3. 현재를 선택

나는 아마도 현재의 문을 선택할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불편함과 답답함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나날이다. 특히, 지금도 한창 예쁜 아이들의 시간을 건너뛰고 싶지는 않다. 남편과의 관계도 많이 개선된 지금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 시간을 다시 선택하겠다.

이 책(시간을 건너는 집) 저자의 메세지

가끔식 나는 아이들의 뒷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 상상 속에서 아이들은 이제 행복하다. 이 세상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험난한 일이 아무 예고 없이 아이들을 또다시 덮치겠지만,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길에는 꼭 그런 사람이 함께하기를. 어느 날 하얀 운동화를 받더라도 망설임 없이 '현재의 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그만큼 당신의 삶이 늘 행복하면 좋겠다.

책 247쪽

저자의 책 마지막 메세지를 읽고, 지금 내 삶이 참으로 감사했다. 내가 만약 학창 시절이었다면, 그 당시 고통으로 인해 주저없이 미래를 선택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내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머물고 싶은 것을 보니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청소년용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나게 술술 잘 읽힌다.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 있는 <시간을 건너는 집> .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껏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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