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주영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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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총평 : 이별 후에 읽으면 좋을 예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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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으로 시집을 샀던 첫 경험의 기억이 생생하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해질 무렵인 초등학교 6학년. 절친인 지혜와 학교 근처 서점에 가서 각자의 돈으로 서로 다른 시집 한 권씩을 사서 읽고, 바꿔 보았다. 어떤 내용의 시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시집을 고를까?' 설렜던 마음, 한 편 한 편의 시를 음미하며 읽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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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영헌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시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이다. 서평을 신청해서 받은 책이지만, 책을 보내기 전부터 정성이 담긴 문자를 보내주셨다. 책 안에는 내 이름과 더불어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라는 시인스러운 문구와 싸인을 해주셨다. 자신의 책에 애정이 없는 작가는 없겠지만, 독자에게 책이 도달하는 순간까지 그 애정을 그대로 전해주어서 따듯했고, 감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귀하게 시를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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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로 구성된 이별 가득한 시(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1부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2부 원망은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

3부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나요

4부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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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부로 구성된 시집(당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총 51편의 시가 실려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시인이 가슴 절절히 '이별'을 경험하고 쓴 시 같았다. 몇 편의 제목을 살펴보면, (이별 예보,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반대쪽, 울기 시작하면, 눈물을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선언한 이별 등) 이별 전후의 감정이 잘 녹아난 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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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읽는 이에 따라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다른 것에 비추어 시를 느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고 느낀 바는 그렇다. 그런데 이미 아줌마가 되어 버린 내게는 공감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몇 번의 연애 후 결혼했기에, 나 역시도 미혼일 때는 이별에 마음 아파하고 잠못 이루고, 눈물 펑펑 쏟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이미 많이 퇴색되어버린 기억이지만. 이 시를 읽으며 그때를 회상하자니,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여서 그냥 시 자체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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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을 돋보이게 하는 예쁜 그림들

출판사에서 이 책(주영헌의 당신이 아니면 나는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시만 있었다면 밋밋했을 것 같은데, 예쁜 그림들이 시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시인의 감정을 좀 더 잘 느끼도록 도왔다. 종이 색깔도 알록달록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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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에서 유독 눈이 가는 시 한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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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왜 해변을 두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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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다는 해변을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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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그리워야

쉬지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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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외로워야

하루에 몇 번이나 육지를 껴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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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니

나까지 쓸쓸해져서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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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다시 안아보고 싶습니다

-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중에서 -

마음이 답답할 때 바다에 간 적도 있고,

남편과 여행길에 들린 적도 있고,

아이들과 여름 휴가를 갔던 적도 있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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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뚫린 것 처럼 좋았다. 바다를 보며 시인처럼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소설가나 시인이 존경스러운 부분은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나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느껴야 그러한 경지에 다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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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 부분에 실린 나태주 시인의 말이 내 고민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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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도 그렇게 자신이 겪은 삶에서 찾아낸 시"라는 말.

"시는 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으로 이루어진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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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는 나에게 낯설다. 은유적 표현보다는 직설적 표현이 편하다. 그래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부럽다. 모든 감정의 촉각이 살아 있는 삶을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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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저자의 시집 제목인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 대해서 나만의 작은 시로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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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꽤 괜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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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 기대어 삶을 살았습니다

당신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고

당신의 행동에 나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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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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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당신의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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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어도 나

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더군요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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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전부였던 당신

나는 꽤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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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부디

당신도 내가 아니여도

잘 살아가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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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사랑의 기억을 더듬으며 써본 나만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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