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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1월
평점 :
<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책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이끌림이 있었다. 동양사상의 핵심인물인 '두 사상가가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책 앞날개의 저자의 약력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를 통해 책을 쓴 저자의 렌즈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천대학교 안성재 교수님이 쓰신 책으로 공자와 노자에 관한 다른 책들도 많이 쓰신 분이라 이 책이 그분의 연구업적을 집약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컨셉처럼 공자와 노자가 열하룻날의 대화를 통해 각각 주장하는 사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나고 있는데,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저자가 공자와 노자의 사상을 비교함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그들이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다른 곳에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크게 대동시대, 소강시대, 암흑기로 나누는데, 노자는 세습이 아닌 지도자의 인격와 행정 능력만으로 그들의 지도자를 선출하였던 대동사회를 추구한다. 반면에 공자는 지도자들이 규율을 앞세워 스스로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백성들을 통제한 소강사회의 회복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배경지식이라 새로웠다. 다른 책들에서는 공자와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만 분석할 뿐, 왜 사상적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다르다면 주장하는 사상의 내용또한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또하나 나의 편견을 깬 부분은 의외로 두 사상가가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다.
두 인물 모두 위정자의 신분은 사(士)이상이여야 하고, 변치않는 태도(상常)와 허물을 고치는 것(개과改過), 신중함(신愼)과 정성스러움(성신誠信)을 강조했다. 그리고 덕을 행하기 위한 양대 실천 강령인 중(中: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태도)과 화(和: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모두 함께 하려는 조화로운 태도)를 중요시하고, 중과 화의 전제조건인 검소함, 재애로움, 겸손함 또한 공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이를 보면, 나라를 다스릴 때 기본이 되는 요소는 반드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위정자들이 많기에 역사 속에서 백성들의 삶이 녹록치 않을 때가 많기는 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상가의 공통점 중에 흥미로운 부분은 두 인물 모두 법을 세분화하여 엄격하게 통제하는 통치를 반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늘날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법치사회인 지금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법을 만들어 제도화하여 통제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법으로 인해 우리가 어떤 법 제도 아래 있는지조차 모를때가 많다. 그렇다면, 두 사상가 모두 법의 세분화를 염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법치를 강조했던 한비자의 사상을 따랐던 진시황을 보면, 신하들과 백성들의 진심이 없었던 듯 한다. 겉으로는 법을 따랐지만 속마음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위정자에 대한 존경도 나라를 위하는 진심어린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법안 만들기에 급급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인정받으려고만 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각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도 마지막에서 위정자들께 한 가지 부탁을 하는데, 태평성대는 결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위정자들이 삼가 부단히 실천하는 모습, 그 자체가 태평성대라고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결과만을 놓고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 애쓰는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아닐까?
얼마 전 독서토론 모임에서 다음달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는데, 책의 무게감과 '공자와 노자'라는 동양고전에 대한 어려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꺼려했다.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를 위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공자와 노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이 둘의 사상을 오늘날의 현실에 빗대어 토론을 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른다면 수많은 지혜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나역시 아직은 동양고전에 대한 이해가 낮기에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겠지만 언젠가는 위대한 사상가의 조언을 오늘날의 현실에 잘 적용하는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