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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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 세계사


작가 박완서의 소설은 전쟁의 체험이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등단작 『나목』이 그 모태가 되고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나목』을 뜻하는 이 소설은 6,25 이후 황폐한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짧은 책소개


아버지의 죽음과 전쟁으로 피난을 못 가 고가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두 오빠가 어느 날 폭격으로 동시에 사망하며 이경의 엄마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이경의 마음은 답답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오빠들의 은신처를 행랑처로 옮기자고 제안한 것은 이경이고 바로 그날 오빠들은 폭격으로 죽은 것이다.


어쩌면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들들은 몽땅 잡아가시고 계집애만 남겨놓으셨노.

page313


이경과 어머니의 갈등은 둘만 남은 고가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오빠들의 죽음이 자신의 제안 때문이라는데 죄책감을 갖는 이경은 단정했던 어머니의 삶의 의지를 잃은 모습과 이경을 향한 저주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집이란 의미 자체가 돌아와 쉴 곳이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다. 이 책 나목에서의 집의 의미는 원래 가지고 있는 성질을 상실해버린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폭격으로 반쯤 부서져 버린 폐옥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삶의 활기를 잃어버린 인물일 뿐이었다.

미군 px에 근무하는 이경은 이곳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환쟁이 옥희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미 한 가정의 가장인 옥희도 역시 이경에게 까닭 없이 이끌린다. 그런 이경을 짝사랑하는 전기공 황태수는 이경에게 그저 동료일 뿐이다. 퇴근길에 완구를 파는 명동 노점상 앞은 옥희도와 이경이 사랑을 키워 나가는 장소이다. 위스키를 따라 마시는 침팬지 장난감을 바라보며 둘은 감당하지 못할 절망에서 빠져나와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오빠들을 보내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어머니와의 갈등, 삶에 대한 불안은 옥희도와 함께 침팬지를 바라볼 때 위안을 받는다. 옥희도가 px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돈을 벌어야 하는 황폐한 삶 역시 이경과 함께 침팬지를 바라보며 위로받는다. 태엽을 감은만큼만 느낄 수 있는 위안은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는 옥희도와 이경이 나누는 사랑과도 같다.


그는 어디까지나 후하게 자기를 나에게 나누어주려 들었을 뿐 그의 전부를 주려 들지는 않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그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나로부터 은닉하고 있음 직했다.

page224


옥희도의 그림에서 본 나목은 자신이 그림을 그릴 환경이 못 되는 황폐한 삶과 힘든 현실에 대한 괴로움임을 이경의 눈에 읽힌다. 나목은 옥희도이고 이경이기도 하다. 불안과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만의 안정된 공간을 갖는 것이고 결국 황태수의 사랑에 순응하며 안식처를 얻는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page391


읽은 후 감상


이경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고가는 과거의 유물과도 같아 보였다. 황태수와의 결혼으로 결국 허물어지게 된 고가는 이경이 과거로부터의 탈피로 읽혔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광기를 내뿜으며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이경의 모습은 황량하기만 했다.

박완서의 작품은 에세이로만 만났었다.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이 전쟁의 상흔이 깃든 세대가 아니라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기 전에는 가졌었다. 우려였다. 소설은 측은하기도 했지만 좀은 당돌해 보였던 이경의 성장이고 결국 희망에 대한 믿음이 읽혔다. 나목은 이 소설을 한 폭의 그림에 담은 상징과도 같았고 박완서의 소설 속 인물들이 전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흥미롭기만 했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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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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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복잡미묘한 감정, 90년대생 작가가 풀어내는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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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니나 버튼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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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버린 생태계의 오류를 돌아보고 지금까지 보고 듣지 못했던것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만나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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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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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양정훈 / 수오 서재

책을 읽으면서 잘 울지 않는다. 아무리 슬픈 내용이라도 그 장면의 묘사에 빠져들어 감정이입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은 내 성격 탓인가 보다. 그러나 이 고약한 책은 예외이다. 이렇게 섬세하고 깊이 파고들어 내면의 꽁꽁 묻어둔 감성까지 끄집어내 독자를 흔들고 폭풍처럼 오열하게 만든다. 더 놀란 것은 작가가 남자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픈 엄마를 이토록 정성껏 온 힘을 다해 보살피는 자식이 그리 흔할까... 아픈 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쌈닭이 되기도 하고 그 이유 역시 아픈 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아니겠는가.

작가는 월간지 회사 편집장으로 재직했고 이미 다섯 권의 책을 발표한 기성 작가이다. 그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엄마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느 날 엄마의 배에 복수가 차 불러오기 시작했고 큰 병원을 찾았더니 자궁 가득 암이 차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8년 전 엄마는 이미 유방암 환자였고 완치까지 10년을 바라보며 지속적으로 약을 먹고 추적 검사를 받아왔다. 병원에서는 얼마 전 받은 종합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런 뭐 거지 같은 병원이 있냐며 언성을 높이고 소란을 떨어보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다른 듯 닮은 슬픔. 당신의 저림을 알 것도 같아서 우리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았다. 서로에 반사되는 고통이 있었다.

page149

주변엔 아픈 사람이 참 많다. 저마다 친구가 혹은 가족들이 심각한 질병과 싸우고 있었다. 아픔과 아픔을 잇고 슬픔과 슬픔을 포갠다는 표현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의 투병은 길고 긴 시간이었고 그 곁을 아들이 지킨다. 항암치료와 반복되는 검사, 수술, 보호자도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팔순의 아버지에게 이 모든 것을 맡기기 어려워 아들은 기꺼이 짐을 진다. 어쩌면 엄마와 이토록 친밀할 수 있는지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사랑이 사랑인 이유는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설명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고 눈부신 이유는 그리하지 아니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프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아픈이들의 마음을 다 알겠는가, 아픈이들만 만나온 의사들은 그들의 고통을 다 아는체 하면서 대면대면 환자들을 대하기도 한다. 의사의 이러한 무심함들이 그들의 관심과 열정만 기대하는 환자들에게 때로는 무거운 상처를 안겨준다.

희귀암이 온 몸을 덮쳐 고통스럽게 엄마는 투병을 하고 그 곁을 지키는 아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픈 엄마의 감정을 가져보기도 했고 희망과 무기력감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고 가는 자식의 마음도 경험해 본다. 엄마는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못했지만 아들은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이미 당부의 말을 들었다.




살라는 말이었다.

다시 사랑하고 다시 아프고 다시 헤어지고

또다시 사랑하라는 말 뿐이었다

page301



@ 읽은 후 감상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늦게 발견한다는 작가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늦은 이름으로 삶의 가장 깊은 곳을 배우고 우리는 또 다시 남아서 꿋꿋이 생을 살아간다. 살아계실때 좀 더 잘해드릴껄, 말 한마디라도 에쁘게 해드릴껄, 작가 역시 엄마에게 짜증내고 독하게 뿜어낸 말들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엄마의 투병을 그리고 임종을 글로 쓰면서 작가는 얼마나 마음이 혹독하게 아프고 힘들었을까, 3년이 다되도록 원고를 쓰고 지우며 병상의 엄마를 떠올리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고된 시간이었을 듯 하다. 처음 이 책을 쓴 목적이 병을 이긴 엄마에게 상을 내어 주고 싶었던 마음인데 결국 마지막은 엄마의 부재를 드러낸다.

병상의 엄마를 돌보며 마른 등을 쓸어내리고 켜켜이 쌓인 아픔을 달래며 쓴 글에서 일상의 단조로움이 곧 행복임을 읽는다. 현재 사랑하는 가족을 혹은 연인이나 친구를 돌보는 환자 가족들이나 그러한 아픔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폭풍같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귀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수오서재 에서 협찬 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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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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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30주년 기념작으로 그간 법정 스님께서 강연하셨던 내용 중 미공개된 부분을 추려 스님께서 전하시는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책으로 발간해 주셨다. 지난번 샘터에서 협찬해 주신 발간 전 샘플북을 읽고 나머지 내용들도 궁금해 재신청해 완독하게 되었다.


https://www.instagram.com/p/C50R-KTRVAc/?igsh=Z3B5cWx5bng1NXp2




책을 읽고 사람들을 덜 만나면서 고요함을 추구했던 내 마음이 다시 일을 시작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엮이며 또 일렁이기 시작했다. 고요함은 온데간데없고 내가 마음속에 지어 둔 어떤 형상에 어긋나기 시작하면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속 좁은 견해도 양념으로 더해져 뒤죽박죽 헝클어진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마음이 혼탁해져 가는 중이었다.

마음을 맑히고 비우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인지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속 진리의 기둥들이 하나하나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짓지 않아도 될 상들을 가득가득 세워 두었다.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 그건 나쁜 것이고 이렇게 해야 바람직하고 옳은 것이다.라는 허상들을 말이다.

미움은 곧 상대방이 내가 만든 허상들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이만큼 해주는데 저 사람은 왜 받기만 하지?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참 속 좁다. 등등 원인을 찾아보면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함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 배워왔다.



스님께서 그토록 스스로를 관리하라고 혹여 욕심내거나 삿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당부를 나는 곧잘 잊는다. 혼탁해진 마음을 다시 곧추세우는 데는 스님의 글을 묵독하는 것이 최고의 명약이다. 질문을 멈추어야 비로소 해답이 나오고 침묵을 지켜야 답이 들리기 시작한다는 스님의 말씀은 묵언으로 수행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라는 가르침이다.



설명에 의해 진리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 살아있는 진리를 자기 눈으로 분명히 확인하라는 말입니다. 밖에서 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쳐다보지 말고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채우려 하지 말고 텅 비워야 합니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직시하십시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의 진리를 찾고 고요함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기며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바라는 욕망과 불필요한 소유욕을 버리고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기쁨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되새긴 책이다. 현재 나 자신이 무얼 찾고 있는지 삶 속에서 느끼는 괴로움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누군가를 통해 해답을 들으려 하기보다 스님의 글을 통해 나 스스로가 나의 문제점을 깨닫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함을 읽었다.



◆샘터출판사의 협찬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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