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
유인경 지음 / 테라코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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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유인경은 tv 프로그램인 동치미 외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말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전직 기자 출신 방송인이다. 현재는 다양한 강연과 유튜브, 방송활동 등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분이기도 하다. 64세, 예전에는 할머니였지만 지금의 시대는 60대 초반의 여성에게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조차 죄송스러울 만큼 멋진 여성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들은 입을 모아 50대 이후의 삶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생계에 대한 책임과 가족의 요구로 인해 자신의 재능 따위는 무시하고 일에 주력했던 시간을 이제는 조금 덜 집중하고 새로운 방향의 삶을 살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제는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찾기 바라는 것이다.

작가는 알파벳 P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골라 50대 이후 최상의 구간을 살아가는 태도, 마음가짐, 해야 할 일, 필요한 관계에 대해 유익한 지혜를 전한다. P로 시작하는 단어들 중 이렇게 유익한 단어가 많았는지 작가의 창의력에 놀랍기만 했다. 모든 부분이 집중되어 읽히고 느낀 점도 많았는데 특히 최상의 구간에서 필요한 관계 편에서는 이해를 돕는 다양한 도서와 드라마를 예시로 드는데 작가의 해박한 지식은 독서에서 비롯됨을 읽는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려면 부채질이 필요하듯 활기찬 삶으로 옮겨가려면 몸과 마음과 정신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뭔가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 그걸 행동화할 수 있는 체력, 또 그걸 습관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page179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더욱 늘어가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퇴는 빨라지고 있다. 재취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삶도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든 사람의 재취업은 예전에 내가 뭘 했던 아무 상관이 없다. 좀 더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자신감이 뚝뚝 떨어져 일단 집 가까운 곳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인생 후반기에 필요한 자세와 지혜는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보다 반짝이는 시기라고 말씀해 주셔서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기에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알게 되고 또 다른 삶의 체험과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나갈 것임을 기대한다.

만약 누군가 나를 다시 20대로 돌아가게 해 준다면 나는 지금의 내 시근 머리를 가져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을 때 한 번 가볼만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예전에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고 제대로 된 진로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20대의 나로 그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기꺼이 거절하고 싶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나간 후 내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의 내 행복과 그때를 다시 맞바꾸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55세를 기점으로 사람은 점점 행복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내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왔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지금이 나도 너무 좋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눈 뜨면 가까운 직장에 일하러 나가 사람들과 재미있게 어울리고 퇴근해 맛있는 저녁을 지어 먹으며 남편과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겁다. 가끔 주말에 아이들이 찾아오면 미루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멋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작가가 책 속에서 말하는 21가지의 다양한 프리미엄 피리어드를 참고 삼아 천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는 50 너머의 세상을 만나보자. 남을 부러워 할것도 없고 그저 내 몸 건강히 하고 싶고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배우고 실천 하며 자주 웃고 긍정적으로 살다가면 스스로 반짝이는 태양처럼 빛나는 삶이 저절로 이루어 지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테라코타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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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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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김명순과 박민정 / 작가정신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의 글은 근대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대사가 오디오로 들리는 기분이고 흑백영화의 영상이 저절로 그려진다. 시인이자 기자, 평론가, 번역가 등 다재다능했던 그녀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봉건적 사대주의인 남성 주류의 문단 세계에서 우수한 그녀의 작품은 비난과 공격을 받았고 처절하게 받은 고통은 세상을 향해 작품으로 쏟아냈다.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작가 김명순과 현대 여성 작가 박민정의 백 년이라는 시간차를 과감히 뛰어넘은 만남이다. 두 작가의 세계관은 남녀 차별 없이 대등하고 주체적이며 차별 없는 세상을 바란다.



▶ 짧은 책 소개

김명순의 소설 『의심의 소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대동강 근처 마을로 이사 온 예쁜 소녀 범네 이야기다. 이 가족은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가득 받고 있지만 전혀 교류하지 않고 어린 범네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사 온 지 2년이 지나서야 이장의 딸 특실이와 범네는 친구가 된다. 할아버지가 범네를 밖으로 돌리지 않았던 이유는 한 신사가 마을에 나타나면서 밝혀진다. 평양성 내 이름난 미인이었던 범네의 엄마는 방탕한 남편을 만나 생고생을 하다 자살하고 만다. 마을에 나타난 신사는 범네의 아버지였고 할아버지는 범네를 해할까 두려워 정착하지 못하고 또 마을을 떠난다.

『돌아다볼 때』 역시 봉건적 가부장제 속 소련의 안타까운 삶을 읽는다. 소련의 어머니는 본처가 아니라 첩이었고 일부다처제가 당연시되었던 사회에서 소련 역시 나쁜 피를 받은 게 아닌가 걱정하던 고모에 의해 소련이 마음에 두고 있는 유부남 효순을 멀리하고 마음도 없는 최병서와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의 학대와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서도 참아내며 더욱 자신의 노동과 수학과 사랑을 게을리하지 않고 효순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 나간다.

『외로운 사람들』 은 최 씨 집안의 4남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여성인 순희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인 정택과 사랑에 빠져 동경으로 도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순희는 동경에서 또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뺏겨 정택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순희의 동생 순철 역시 유부남이나 유학에서 만난 또 다른 여인 순영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소설은 작가의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음을 짐작한다. 시대적으로 남성적 권위주의와 여성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절망하는 김명순의 고통이 작품으로 드러나 있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박민정의 소설이다. 죽을 만치 힘들었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한 친구 세윤이 갑작스레 죽음을 택하고 남아있는 나는 뼈아픈 상실감을 느낀다. 학창 시절부터 본인은 스스로 친구 세윤처럼 정상적 삶을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대학 후배이자 죽은 세윤의 직장동료이기도 했던 로사의 등장은 새롭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이타심이 강한 로사의 행동을 바라보는 나는 부정적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page292


좀은 특이하고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인 로사는 영악하다. 없는 소문을 만들어내 세윤을 직장에서 고립시키고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이중적인 인간상과 상처받는 여린 영혼, 선역도 악역도 여자라는 말은 최근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해 공감이 갔다. 꼭 폭력을 써야 폭력은 아니다. 한 사람이 지독하게 소외되어도 어느 누구 하나 그 문제를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이자 고통이기도 하다.




▶ 읽은 후 감상

현대사회의 폭력과 혐오에 대한 글을 주로 쓴 박민정 작가의 글이 관심이 갔다. 솔직히 근대 소설은 읽으면서도 사랑방 손님의 옥희처럼 읽는 대사가 사운드처럼 머릿속에서 들려와 집중하기 힘들었다. "어머니, 오늘은 꾸지람 마십쇼." "아이 언니, 어쩌면 내가 들어오는데 모른체하고 있수?" 그럼에도 근대작가 김명순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확연히 드러남을 읽었다.

남성 우위와 이로 인해 소외된 여성의 삶을 드러내며 여성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백 년 전 부터 글로 드러낸 김명순 작가의 작품들이 작가정신의 잇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더불어 시공간을 초월해 여성이 겪는 고통을 현대적으로 드러낸 박민정의 작품도 놀라운 가독성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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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니나 버튼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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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니나 버튼 / 열린 책들

이 책을 쓴 작가 니나 버튼이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라는 한정된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지나친 겸손함을 느낀다. 종을 초월한 살아있는 모든 생명과 자연에 대한 해박한 그녀의 지식을 과학적, 철학적으로 들으며 내 주변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놀라운 능력들에 감탄을 마지않는다.



▶ 짧은 책 소개

시골집을 마련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헤엄쳐 다니는 생명체들이 가진 나름의 언어들을 해석하며 여섯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는 나누어진다.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고만 생각한 단순한 상식에 과감히 선을 그으며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동물들이 각자의 특별한 지적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들려준다.

시골집을 수리하며 처음 만나는 다람쥐의 삶에서 엄마 다람쥐가 이렇게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생명체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해야 해결할 수 있는 다수의 임무를 완성하고 세밀하게 관찰하며 사람을 놀려먹는 장난의기술도 보유하고 있었다. 길을 찾는데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비둘기 또한 그 시각적 재능이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정도라고 하며 숫자와 이미지, 감정까지 읽을 정도라니 놀랍기만 했다.


철새는 머릿속에 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 지도에는 지구의 이미지뿐 아니라 별의 위치도 점자처럼 찍혀 있다.

page51


철새들이 이동하면서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벌, 수 만개의 알 중에서 자신이 낳은 알을 찾아내는 바다오리의 능력 등 결국 생명과 삶은 온갖 종류의 분류법을 넘어서는 운명을 가진 수십만의 존재가 살아내는것이었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이 대부분 사라져간 지금의 세계는 다가올 재난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공장의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조립되는 공산물처럼 짝짓기를 해야하는 운명은 너무나 가혹하다. 벌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꽃을 선택할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기심은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지구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물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있고 강력한 약을 쳐서 잡초들을 소멸시킨다. 먹이사슬은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결국 인간이 자초한 행위는 그대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임을 배운다. 생명의 역사가 깊다면 인간의 역사는 한갖 표면에 뜬 거품과 불과하다는 작가의 말이 지극히 공감된다. 인간들은 너무도 쉽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을 가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인간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점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물들이 살아갈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공유의 공간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벽을 세워 다른 세상과 격리를 꾀하듯 인간이외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읽은 후 감상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정돈된 패턴으로 다른 생물들의 능력을 단순하게 기억한 나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자연이 더 복잡한 유기체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야하므로 결국은 환경이 가장 중요하며 그들과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삶이 이루어져야만 함을 기억한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을 관찰했다는 이 책은 단순히 관찰일지가 아니다. 문학,역사, 언어, 과학과 철학적 지식이 탄탄히 받혀진 백과사전과도 같은 귀한 책이라 모두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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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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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협찬도서

⛩️기묘한 민박집

가이토 구로스케 / 서사원

@seosawon

🐈‍

요괴만화의 일인자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 이 곳에 요괴를 지역관광상품으로 활용한 사카이 미나토역에 야모리 슈가 도착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슈는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오랫동안 신세를 졌고 중학교 2학년이 되고나니 이제서야 친할머니가 함께 살자는 권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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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억나지 않는 친할머니가 경영하는 민박집 아야시장, 이곳에서 슈의 생활은 시작부터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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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요괴, 바깥세상과 요괴들의 세상인 안쪽세계를 연결하는 할머니의 민박집, 이 집안대대로 요괴를 물리치는 퇴마사의 능력이 있었고 슈 역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는 '저주의 눈'을 가지고 있어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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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꿈은 사람과 요괴 구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아야시 장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한 사람과 요괴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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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마리의 요괴와 공존하며 살아온 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질투심이나 원망을 가지고 어떤 상대를 바라보았을 때 노려본 상대의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영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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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시 장에 없어서는 안 될 어엿한 종업원이 된 슈는 이곳에서 마음통하는 이웃도 만나고 특별한 손님들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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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 조합 속에서 슈는 혼자만의 삶 속에서 빠져나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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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요괴들의 등장이 무척 흥미로웠고 예상하지 못한 전개들이 읽는 내내 다가와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재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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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오가는 민박집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일상과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슈의 모험과 우정, 사랑,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판타지 소설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해 나가는 소중한 성장소설을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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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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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밀레니얼 세대 소설가 모드 방튀라의 데뷔작인『내 남편』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 여자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첫 장부터 여자는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지 구구절절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 다수 국가의 언론이 관심을 둔 이 소설은 신예 작가 모드 방튀라의 첫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집착과 강박이 드러나 있다.

👉 짧은 책 소개

그녀, 분명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도 지나치리만큼 집착하는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이 정상적인 사랑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그 이름을 지우고 자신에게 속해있다고 단언하는 여자, 남편이 퇴근할 때 침착하게 책을 읽으며 지적으로 보이도록 관리하는 여자, 남편을 좀 더 사랑하기 위한다는 어설픈 변명으로 딸의 생일파티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여자, 자신의 모든 일상은 남편을 중심으로 맞추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잘못된 것은 기록까지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이 여자 꽤나 심각하다.

그런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고 번역가로도 활동한다. 살펴보고 분석하고 추론하는 것을 좋아해 창의적인 작가보다는 번역가가 적성에 맞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자기애 또한 무척 강하다. 스스로 세련된 미모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조각 같은 몸매의 소유자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정황들이 그녀 스스로를 더욱 사이코답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이 순간, 마음속 깊이 한 가지 확신이 밀려든다. 이제 끝난 것이다. 우리 부부의 삶에는 이제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다. page92



부부모임에서 자신을 귤에 비유한 남편을 향한 원망은 일어나지도 않은 다양한 상황 속으로 빠트리기도 한다. 아내를 귤에 빗댄 가벼운 비유 하나가 자신을 향한 매우 격렬한 선전포고라 느끼며 집착한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사랑으로 결합하여 타협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결혼 생활이란

타협하며 사는 삶이야.

page105


그녀 역시 어머니에게 이렇게 교육받았고 스스로 자신이 남편에게 맞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초와 같은 로켓 같은 사랑은 사라지고 점점 느리고 무겁고 단조로운 화물열차가 되어가고 있음을 말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가려움증과 남편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줄곧 여자를 괴롭히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시종일관 밝힌다. 일요일까지 그녀가 뿜어내는 강렬한 표현들은 이게 정말 맞는 것인지 자신에게 결코 없다는 창의적 상상력인지 구분이 힘들어진다.




👉 읽은 후 감상

남편을 자신보다 더 사랑해 모든 것을 맞춰가며 살고 있음을 자신한 그녀, 이 책 반전 스릴러였던가! 그녀의 집착보다 더한 결과를 보여주어 왜 이 책이 이토록 강렬한 화제작이 되었는지 짐작게 한다. 오로지 남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 모든 삶이 남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자,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오랜 기간 여자들의 삶이 남성 중심으로 사회화되어 있다는 데 기인하기도 한다. 번역가가 말하듯 이 책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테마이고 여성들이 좀 더 독립적이고 강해져야 함을 시사한다. 사랑이 너무 강렬해서 쉽게 마음을 다치는 아내의 섬세한 이야기, 모드 방튀라의 또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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