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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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이 과학적 증거들을 기반해 증명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개인의 주관에 따라 행복의 수치와 기준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이 책 행복의 기원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전하려 노력한 책 이었다.


▶짧은 책 소개


최근 행복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양한 책과 sns, 방송 등에서 이를 접하고 있다. 행복을 소재로 한 수많은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차별을 둔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하는지 이 경험이 가지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행복의 속성을 파고 든다.

인간의 두뇌는 동전 탐지기처럼 무언가를 찾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찾고자 하는 '의욕'이 필요하고 또 얼마나 자신이 그 목표물에 가까워졌는지 '신호'가 필요하다. 행복한 사람은 바로 이 신호가 자주 울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되고 이는 바로 생존과 연결된다.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 뇌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람 간의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더 흥미로웠다.

인간은 사람을 만나고 이성과 살을 비빌 때 뇌에서 사회적 쾌감을 대량방출하고 실상 생각해 보면 행복은 대부분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들이었다. '생존과 짝짓기' 이것이 바로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 이유임을 알려준다.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요했던

생존 장치라는 것이다.

pqge103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page116


저자는 '불행하지 않은 것'과 '행복한 것'의 질적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길 바란다. 인간 정서의 본질적 관심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이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더 많이 비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며 인간이 지니는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커다란 기쁨보다 한 번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돈이나 건강 같은 인생의 조건들은 사막에서의 물과 비슷하다. 일상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데는 효력이 있지만, 결핍에서 벗어난 인생을 더 유의미하게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page119





★ 읽은 후 감상


멋진 직장과 좋은 차, 이름만 들어도 가격이 짐작되는 좋은 집은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혀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과연 인간은 행복할까? 행복은 인간이 추구하는 꾸준한 로망이고 이에 대한 관심 수위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해 잠시 즐겁지만 녹거나 사라져 버린다.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도한 물질주의는 치명적이고 행복해지기위해 돈이나 물질에 집착할수록, 정작 행복의 원천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작가는 행복의 핵심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지 질문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 음식과 사람을 들어준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장면이 가득한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을 예로 든다. 먹을 때와 대화할 때, 인간은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으며 마음에 와 닿았던 책 속 문장 하나를 남겨본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행복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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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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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 세계사


작가 박완서의 소설은 전쟁의 체험이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등단작 『나목』이 그 모태가 되고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나목』을 뜻하는 이 소설은 6,25 이후 황폐한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짧은 책소개


아버지의 죽음과 전쟁으로 피난을 못 가 고가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두 오빠가 어느 날 폭격으로 동시에 사망하며 이경의 엄마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이경의 마음은 답답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오빠들의 은신처를 행랑처로 옮기자고 제안한 것은 이경이고 바로 그날 오빠들은 폭격으로 죽은 것이다.


어쩌면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들들은 몽땅 잡아가시고 계집애만 남겨놓으셨노.

page313


이경과 어머니의 갈등은 둘만 남은 고가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오빠들의 죽음이 자신의 제안 때문이라는데 죄책감을 갖는 이경은 단정했던 어머니의 삶의 의지를 잃은 모습과 이경을 향한 저주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집이란 의미 자체가 돌아와 쉴 곳이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다. 이 책 나목에서의 집의 의미는 원래 가지고 있는 성질을 상실해버린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폭격으로 반쯤 부서져 버린 폐옥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삶의 활기를 잃어버린 인물일 뿐이었다.

미군 px에 근무하는 이경은 이곳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환쟁이 옥희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미 한 가정의 가장인 옥희도 역시 이경에게 까닭 없이 이끌린다. 그런 이경을 짝사랑하는 전기공 황태수는 이경에게 그저 동료일 뿐이다. 퇴근길에 완구를 파는 명동 노점상 앞은 옥희도와 이경이 사랑을 키워 나가는 장소이다. 위스키를 따라 마시는 침팬지 장난감을 바라보며 둘은 감당하지 못할 절망에서 빠져나와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오빠들을 보내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어머니와의 갈등, 삶에 대한 불안은 옥희도와 함께 침팬지를 바라볼 때 위안을 받는다. 옥희도가 px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돈을 벌어야 하는 황폐한 삶 역시 이경과 함께 침팬지를 바라보며 위로받는다. 태엽을 감은만큼만 느낄 수 있는 위안은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는 옥희도와 이경이 나누는 사랑과도 같다.


그는 어디까지나 후하게 자기를 나에게 나누어주려 들었을 뿐 그의 전부를 주려 들지는 않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그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나로부터 은닉하고 있음 직했다.

page224


옥희도의 그림에서 본 나목은 자신이 그림을 그릴 환경이 못 되는 황폐한 삶과 힘든 현실에 대한 괴로움임을 이경의 눈에 읽힌다. 나목은 옥희도이고 이경이기도 하다. 불안과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만의 안정된 공간을 갖는 것이고 결국 황태수의 사랑에 순응하며 안식처를 얻는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page391


읽은 후 감상


이경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고가는 과거의 유물과도 같아 보였다. 황태수와의 결혼으로 결국 허물어지게 된 고가는 이경이 과거로부터의 탈피로 읽혔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광기를 내뿜으며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이경의 모습은 황량하기만 했다.

박완서의 작품은 에세이로만 만났었다.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이 전쟁의 상흔이 깃든 세대가 아니라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기 전에는 가졌었다. 우려였다. 소설은 측은하기도 했지만 좀은 당돌해 보였던 이경의 성장이고 결국 희망에 대한 믿음이 읽혔다. 나목은 이 소설을 한 폭의 그림에 담은 상징과도 같았고 박완서의 소설 속 인물들이 전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흥미롭기만 했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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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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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복잡미묘한 감정, 90년대생 작가가 풀어내는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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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니나 버튼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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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버린 생태계의 오류를 돌아보고 지금까지 보고 듣지 못했던것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만나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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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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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양정훈 / 수오 서재

책을 읽으면서 잘 울지 않는다. 아무리 슬픈 내용이라도 그 장면의 묘사에 빠져들어 감정이입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은 내 성격 탓인가 보다. 그러나 이 고약한 책은 예외이다. 이렇게 섬세하고 깊이 파고들어 내면의 꽁꽁 묻어둔 감성까지 끄집어내 독자를 흔들고 폭풍처럼 오열하게 만든다. 더 놀란 것은 작가가 남자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픈 엄마를 이토록 정성껏 온 힘을 다해 보살피는 자식이 그리 흔할까... 아픈 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쌈닭이 되기도 하고 그 이유 역시 아픈 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아니겠는가.

작가는 월간지 회사 편집장으로 재직했고 이미 다섯 권의 책을 발표한 기성 작가이다. 그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엄마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느 날 엄마의 배에 복수가 차 불러오기 시작했고 큰 병원을 찾았더니 자궁 가득 암이 차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8년 전 엄마는 이미 유방암 환자였고 완치까지 10년을 바라보며 지속적으로 약을 먹고 추적 검사를 받아왔다. 병원에서는 얼마 전 받은 종합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런 뭐 거지 같은 병원이 있냐며 언성을 높이고 소란을 떨어보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다른 듯 닮은 슬픔. 당신의 저림을 알 것도 같아서 우리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았다. 서로에 반사되는 고통이 있었다.

page149

주변엔 아픈 사람이 참 많다. 저마다 친구가 혹은 가족들이 심각한 질병과 싸우고 있었다. 아픔과 아픔을 잇고 슬픔과 슬픔을 포갠다는 표현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의 투병은 길고 긴 시간이었고 그 곁을 아들이 지킨다. 항암치료와 반복되는 검사, 수술, 보호자도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팔순의 아버지에게 이 모든 것을 맡기기 어려워 아들은 기꺼이 짐을 진다. 어쩌면 엄마와 이토록 친밀할 수 있는지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사랑이 사랑인 이유는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설명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고 눈부신 이유는 그리하지 아니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프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아픈이들의 마음을 다 알겠는가, 아픈이들만 만나온 의사들은 그들의 고통을 다 아는체 하면서 대면대면 환자들을 대하기도 한다. 의사의 이러한 무심함들이 그들의 관심과 열정만 기대하는 환자들에게 때로는 무거운 상처를 안겨준다.

희귀암이 온 몸을 덮쳐 고통스럽게 엄마는 투병을 하고 그 곁을 지키는 아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픈 엄마의 감정을 가져보기도 했고 희망과 무기력감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고 가는 자식의 마음도 경험해 본다. 엄마는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못했지만 아들은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이미 당부의 말을 들었다.




살라는 말이었다.

다시 사랑하고 다시 아프고 다시 헤어지고

또다시 사랑하라는 말 뿐이었다

page301



@ 읽은 후 감상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늦게 발견한다는 작가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늦은 이름으로 삶의 가장 깊은 곳을 배우고 우리는 또 다시 남아서 꿋꿋이 생을 살아간다. 살아계실때 좀 더 잘해드릴껄, 말 한마디라도 에쁘게 해드릴껄, 작가 역시 엄마에게 짜증내고 독하게 뿜어낸 말들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엄마의 투병을 그리고 임종을 글로 쓰면서 작가는 얼마나 마음이 혹독하게 아프고 힘들었을까, 3년이 다되도록 원고를 쓰고 지우며 병상의 엄마를 떠올리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고된 시간이었을 듯 하다. 처음 이 책을 쓴 목적이 병을 이긴 엄마에게 상을 내어 주고 싶었던 마음인데 결국 마지막은 엄마의 부재를 드러낸다.

병상의 엄마를 돌보며 마른 등을 쓸어내리고 켜켜이 쌓인 아픔을 달래며 쓴 글에서 일상의 단조로움이 곧 행복임을 읽는다. 현재 사랑하는 가족을 혹은 연인이나 친구를 돌보는 환자 가족들이나 그러한 아픔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폭풍같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귀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수오서재 에서 협찬 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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