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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처럼 안정되지 못한 어린 시절을 지낸 작가의 삶의 기록이다. 버려지고 학대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만 한다면 그 삶이 온전해질 것인지라는 기대는 기대일 뿐임을 알려준다.
생물학적 부모일 뿐인 아버지 로버트, 어머니 킴, 이후 입양이 되면서 양아버지의 성인 핸더슨을 따와 로버트 킴 핸더슨이라는 3개의 성을 가진 작가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 공군 복무 후 예일대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어린 시절 지독한 혼란 속에서 자란 아이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했고 위탁가정을 여러 번 전전하면서 헤어짐에 대해 둔감해지는 감정을 익혀왔다.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바를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떠오르는 건 단 하나, 두려움이다.
위탁부모의 표정만 봐도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했고 가끔은 극도의 공포감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했다. 입양이 결정되고 한 집에서 같은 사람들과 평생을 같이 산다고 하니 예상하지 못한 기쁨에 사로잡혔고 반면 또 헤어지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살면서 한 번도 아빠라는 존재를 만나본 적이 없기에 입양 이후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동네 공원에서 농구를 하고 거실에서 레슬링도 한다. 아빠는 주한 미군으로 한국에서 주둔한 군 생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고 엄마는 한국인이었음에도 한국말을 할 줄 몰랐다.
안정된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게 되었고 공부에도 관심을 가져 조금씩 성적도 올라갔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고 작가는 조금씩이 삶에 적응해 나갔다. 운명이라는 것이 참 가혹한 것인지 이번에는 입양가정 내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부모님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두 분은 이혼하게 되고 그 다정했던 아빠는 다시는 아들 로버트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아빠를 만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더 괴로워할 엄마에 대한 복수라고 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이후로 내 인생이 그렇지 뭐...라는 체념인지 조금씩 마약과 술, 폭력 등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바른 삶과는 관계없는 타락의 길로 빠져든다. 그 와중에도 작가가 놓지 않은 한 가지는 독서였다. 공부를 하지 않고 사고를 치는 과정에서도 작가는 특이하게도 책을 놓지 않았다.

불안정한 환경과 절망감에 짓눌려 있던 그는 타락해가는 삶을 정리하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삶이 좀 더 체계적이고 정돈될 필요성을 느꼈다. 직업군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험이 치러졌고 훌륭한 점수로 입대할 수 있었으며 고된 훈련 속에서 동료애를 느끼고 소속감을 가지게 되어 기뻤다.
군대는 내 삶과 겪어온 일들을 성숙하게 되돌아볼 안정적인 환경이었다. 내 안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불안과 분노가 여전히 남은 채였다.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나는 완전히 바뀌지 못했다. 뭔가가 잘못됐다는, 내가 여전히 뭔가로부터 달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군인으로서 자신의 진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작가는 제대 후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전엔 그저 신체적인 욕구만 충족하기에 바빴지만 배우고 익히며 좀 더 다른 사회적 계층에 입문하기 전 상류층 집단의 취향과 가치를 배우게 된다. 누구나 그러하듯 물질적 재화를 통해 자신의 계급을 드러내고 싶어 하며 이는 그 계층이 갖는 사치 신념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자신이 가진 재화로 드러내는 상류층의 신념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빈곤층의 사람들이 감히 넘어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상류층에서 기존 가족의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성장하는 아이들과 빈곤층에서 산산조각이 난 가정을 경험하고 자란 아이들의 삶은 성인이 되어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건 당연한 진리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려고 노력한 작가의 삶은 자신처럼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결정에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고 스스로 처한 환경에 순응해야 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말한다.
나이를 먹어도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안에 갇혀 괴로워하며 성인이 되어도 쉽게 자신을 떠나지 않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스트레스로 다가와 파괴적인 행동과 자기혐오를 갖게 되기도 한다.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절대 교육만으로 더 나은 삶이 될 수는 없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화목한 가정을 중요시한다는 작가의 주장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성장하며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는 평안하고 안정된 화목한 가정이 그 발판이 되어야 함을 알게 한다. 부모의 불화로 무책임하게 자녀들을 돌보지 않으며 불안정한 삶으로 아이들을 내몰아 버리는 상황이 세대 간에 지속되는 불행을 만들고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고 공부를 잘하게 되더라도 그 상처는 오래 남아 고통으로 존재하게 된다. 자신의 어린 시절 겪은 고통과 상황들을 솔직하게 책으로 말해주고 또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그 과정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