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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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렌 노미롭스키는 1903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부유한 유대인 집안의 딸이다. 유대인은 자녀교육에 특별하다는 편견을 깨고 이 가정은 불행했다. 부모는 자녀를 버려둔 채 각자 자기의 삶을 사는데 바빴다고 하니 그 외로움을 고스란히 안은 작가는 늘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가졌다고 한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것인지 Le bal(무도회)는 시종일관 작품 곳곳에서 엄마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드러난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열네 살 여자아이, 사춘기 소녀 앙투아네트는 캉트 부부의 외동 딸이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와의 관계는 여느 사춘기 소녀보다 유달리 심해 보인다.


가끔씩 죽이고 싶을 정도로, 칼로 얼굴을 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혹은 발을 구르며 '아유, 정말 짜증나! 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앙투아네트는 어른들이 미웠다.



매사에 짜증 섞인 말투와 비난을 앙투아네트에게 퍼붓는 엄마 캉트부인은 작고 더러운 아파트에서 딸을 낳고 키웠다. 그 가난과 괴로움은 오롯이 딸에게 전달되었고 모녀 사이는 온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캉트씨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게 되면서 갑자기 그들은 부자가 되었다. 크고 깨끗한 아파트와 시중을 드는 하인들, 엄마의 화려한 빛깔의 머리 염색과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는 이들의 신분 상승을 드러낸다. 돌연 부자가 되고나니 자신들이 만들어낸 부의 측정값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캉트부부가 무도회를 집에서 열기로 하면서 준비하는 과정과 그리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그려주는 내용이 책의 전문이다.


'엄마는 어떻게 이깟 일로 저렇게 울고 있을까? 그럼 사랑은? 죽음은? 엄마도 언젠가 죽을텐데, 그걸 까맣게 잊은 걸까? 어른들 역시 금방 지나가버리는 하찮은 일들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걸까?




날마다 같은 시각에 같은 몸짓을 하게하는 부모의 강요, 꽃처럼 매끈한 피부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앙투아네트의 외모를 드러내지 못하게 날마다 같은색의 검은 옷을 입히고 늘 요구만하는 굴욕적이고 답답한 생활과 규율들이 사춘기 소녀를 자극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결국 캉트부부를 굴욕에 빠트리고 좌절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단편 다른 젊은 여자, 로즈씨 이야기,그날 밤 등 3편이 수록되어 있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던 작가의 생에 대한 불안과 초조, 삶에 대한 갈망들이 그려져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이 책 무도회에서 캉트씨는 주식으로 졸부가 되었고 이에 자신의 신분상승을 꿈꾸던 캉트부인은 상류층의 삶에 들어가고자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하나뿐인 딸이 캉트부인에게는 늘 거추장스러운 존재였고 이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 요소라 그 세밀한 감정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모녀간의 전쟁이야기는 총 3편이 시리즈이고 현재 레모에서 출간된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에서 3권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제자벨』과 『고독의 와인』이 그 시리즈라니 기대하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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