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지음 / 담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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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전국의 산사를 호젓하게 방문하며 나만의 도장찍기를 해왔다. 그 가운데 내가 가졌던 삶의 무거움을 하나 하나씩 내려두며 조금씩 내 마음을 정리 정돈하는 시간들을 만났었다. 그래서 인지 책이 주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내가 방문했던 절이 소개되는 부분에서 아무 정보 없이 방문해 스치듯 보고 지난 숨은 이야기들을 놓치고 온 듯 해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은 전국에 호젓한 산사를 방문한 작가가 사찰건축의 미학과 석탑, 당간지주의 멋스러움 등 각각의 절이 가지는 소박하고 품격있는 아름다움들을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해 준다.

목차

1. 곱게 늙은 절

2. 해우소 이야기

3. 풍경 속의 풍경

4. 이야기가 그리우면


목차를 나누어 두었지만 어디서부터 펼쳐 읽어보든 관계없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산사를 결정해 보아도 좋겠다. 1부에서는 천 년 비바람을 맨몸으로 막아내고 버티며 곱게 나이든 절을 소개한다. 팔공산 은해사를 몇 번 방문했었지만 염두에 두지 않고 훌쩍 다녀와서인지 이 두 개의 암자는 책으로 처음 만나본다. 은해사의 백흥암과 운부암이 바로 그곳이다. 백흥암은 개방되지 않은 곳이라 아무 때나 들여다 볼 수 없는 곳이고 운부암은 세속의 덧없는 욕망을 좇지 말고 스스로 불성을 깨우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북에는 금강산 마하연 남에는 팔공산 운부암을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았다는 명성도 함께 전해진다. 아주 궁금해 지는 곳이다.




작가가 첨부해 둔 예전사진과 현재의 사진을 보노라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곱게 늙도록 두지 않는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위해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듯 운부암에도 누군가의 생각인지 검박한 고요를 깨트리고 소란스러운 금박글씨로 기둥을 가리고 있다. 작가는 독하게 쏘아 붙힌다.


화려해서 천박한 금색 주련은 그만 운부암의 고요함도, 무심해서 아름다운 멋도 모두 갉아먹고 말았다.



대체적으로 나는 전라도 지역의 산사가 그나마 옛멋을 간직하려고 노력한 듯 보였다. 2부 해우하시지요. 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절을 만났다. 월출산의 무위사이다. 사진으로 보니 단아하고 소소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다. 이 곳에는 작가가 숨은 보물들의 팁을 많이 수록해두어 이 정보를 안고 찾아간다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할 듯 하다.


작가가 쓴 이 책은 20주년 기념 개정 증보판이다. 20년 전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각 절마다 가질 수 있는 고즈넉함과 아름다움들을 예찬해 두었는데 20년만에 방문하니 그 많은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예전 절에서 느끼던 여백의 미가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를 채워버린 현대식 건축들이 조화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사찰도 먹고 살아야하니 신도들이 바라는대로 시주도 받고 그 바램에 답하고자 증축을 한다. 돌부처에 금박을 입히고 각시붓꽃처럼 무던한 절에 색색의 옷들을 입혀 조화를 망쳐 버린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산사를 방문하며 아쉬웠던 부분을 명확하게 꼬집어 글로 써둔 작가의 생각이 나처럼 무지랭이 독자에게도 공감을 얻는다. 비우고 덜어내는 해우소처럼 자연의 조화로움과 검소하고 소박한 옛 절의 호젓함이 그리워진다. 그럼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많은 절과 그 절을 방문했을 때 꼭 들러보아야 할 보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호젓한 산사를 찾아 나서는 휴가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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