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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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가족화된 지금의 시대에 한두 집 건너 반려견, 반려묘들을 쉽게 만난다. 나 또한 함께 하겠다는 아무런 의지나 목표없이 우연히 집으로 들어온 반려묘를 충실히 모시고 살아가는 집사이다. 고양이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억보다 노화와 죽음을 먼저 겪으며 집사생활을 시작한 작가 천희란이 만난 초고령묘 루이,아라,꼼이가 집사의 삶에 남겨 두고 간 수많은 흔적과 기억들 그리고 다시 입양한 테오와 디오가 전해주는 삶의 행복이 한 권의 에세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노령묘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정해진 날짜가 있어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야 상실의 아픔이 그리 쉽게 휘몰아치겠는가. 고양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식보다는 습식에 치중해 급여하고 갈수록 늘어가는 잠을 그냥 지켜볼 것이 아니라 무기력을 막을 놀이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함을 인지한다. 더구나 작가는 비슷한 나이대의 고양이를 셋이나 돌보다 짧은 간격으로 연달아 떠나 보냈다고 하니 그 힘든 감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짐짓 떠나 보낸 고양이들을 애도하는 내용으로 오해하기 쉬울수 있으나 실상은 떠나 보낸 후 다시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여 제대로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의 모험적 이야기 이기도 하다.


지금 고양이와 함께 혹은 따로 삶을 여행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험에 우연히 초대되고 싶다. 모험은 그렇게 연결되는 것이니까, 서로 다른 모험의 교차로에서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도 다시 정의될 수 있을테니까.그 역시 부족하지 않은 사랑이라고 서로를 다독일 수 있을 테니까.




나 자신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 그런지 길고양이들에 대한 집착과 애착이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개체수는 딱 한 마리임에도 공원에 숨어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보면 애틋한 마음을 말로 형언할 수 없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차마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한편으로는 저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유롭게 사냥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 길고양이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온정적이고 시혜적인 비인간 동물에 대한 사랑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한다. 원래 동물들은 인간의 침입이 없는 자연 속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화와 문명들이 그들의 터전을 사라지게 했고 그럼으로 인간이 속죄의 마음으로 베푸는 일방적 돌봄이나 희생은 성립할수 없다고 말한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그들이 인간의 이익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며 인간에 의해 학대받지 않고 본능에 가깝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해야 함을 기원할 뿐이다.




고양이가 우리집에 온 이후 나는 기다림을 배웠다. 성급한 나는 더 빨리 친해지려했고 그래서 다그쳤고 더 귀찮게 만들어 팔뚝에 여러번 손톱으로 긁혀 상처를 남겼다. 고양이는 신중하다. 정말 오랜 기간 나를 지켜보았고 관찰하며 나를 파악하는 듯 했다. 지금은 차량이 도착했다는 인터폰 소리에 한 걸음에 내달려 현관 앞을 지키며 나를 기다린다. 잠 잘때는 여지없이 내 발치 한 켠을 차지해 딱 붙어서 잠을 청한다. 배가 고프면 사료를 달라 조르고 볼일을 보고나면 어서 감자를 캐내라고 다그친다. 어느 날은 집에 날아든 벌레 한 마리를 기막히게도 잡아 자랑스럽게 나에게 가져다 주기도 했다. 나는 아직 열 네살의 내 고양이 아로를 보낼 준비를 하지 못했다. 분명히 아로의 시간도 정해져 있겠지만 나는 현재의 아로를 더 사랑해 주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고양이가 우리에게로 와 사는 것이 아니라 마치 꿈속같은 고양이의 세계에 우리가 선택받아 초대된 시간이 아닐까 짐작도 해본다. 정말 하찮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크한 고양이지만 내가 받는 기쁨과 행복감의 값어치는 수치로 따질 수 없다. 고양이를 통해 기다림을 배웠고 그들이 주는 사랑에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아직은 내 곁에 존재하고 있기에 나 역시 향후 작가가 경험한 커다랗고 고독한 상실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현재의 고양이가 주는 행복을 만끽하고싶다. 돌봄과 상실을 너머 반려묘들이 남기고 간 상처를 또 다른 반려묘들이 치유해 주는 사랑의 굴레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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