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
김형원 지음 / 마음연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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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될 것 인지 어슴푸레 감이 올 때가 있다. 파친코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 또한 사극으로 드라마화 될 그런 느낌을 준다. 몇 페이지를 읽지 않았는데도 배역에 어울리는 인물이 떠오를 정도이다. 애시당초 나는 '호'라는 인물이 변우석 배우라 고정시켜 읽었다.


악(樂)은 내면을 움직이고 예(禮)는 외면을 움직인다 하였네. 악이 지극하여 조화를 이루면 백성이 서로 화합하고, 예가 지극하면 백성이 순종하게 된다는 말처럼 예와 악은 하나가 곧 둘이고 , 둘이 곧 하나이니 예를 세움으로써 악을 바르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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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가 있던 날, 궁중 악단인 장악원의 불협화음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정조 임금은 예와 악을 중요시하며 김용겸에게 장악원을 맡아 바로잡을 것을 권한다. 정조는 어린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겪고 정지척 음모 속에 성장하며 아픔을 품고 성장했다. 호의 가야금 연주를 들은 정조는 시를 쓰듯 말하고 연주하는 호의 재능에 감탄해 가전악에 임명하고 장악원의 악을 바로 세우도록 명한다.


상나라에 달기라는 여인이 있었지. 노래와 춤으로 임금을 병들게 하고, 결국 한 나라를 무너뜨렸다고 한다. 음악이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저 아이가 누구를 죽이려 든다면 그 손끝은 칼보다 날카롭고, 살리려 든다면 어떤 명의도 따르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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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와 타고난 귀품을 지닌 동생 '설' 또한 호 못지 않은 가야금의 재능을 가져 설의 가야금 연주를 듣고 산중에 은거하는 가야금 명인은 감탄을 내뱉으며 앞으로의 운명을 예언처럼 쏟아낸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시대이고 잘 나가던 가문의 몰락으로 '호'는 동생 '설'과 병약한 모친을 돌보며 생계를 도맡아 궁중악단인 장악원에서 가야금 연주를 하며 살아간다. 가문이 무너지며 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고 장악원의 악사 수입으로는 버티기 힘들어 한양 최고의 기방 백련각에서 기생들을 대상으로 가야금 수련을 이어 나간다.

이 곳에서 '호'와는 만나서 안될 운명인 기생 '연화'를 마음에 품게 되자 이를 탐탁치 않게 본 양반 유싱흔의 계략에 빠져 호는 목숨을 잃고 어머니까지 충격으로 돌아가신다. '호'처럼 천재적 재능을 가진 동생 '설'은 오빠 ,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남장을 하고 궁중 악단이 장악원에 들어가 복수를 꿈꾼다.


음악은 마음을 옮기는 것이라. 연주하는 이의 숨결이 소리에 실리면 듣는 이의 가슴에 스며들어 다시 울림이 된다고.


설의 연주를 듣고 정조 임금이 호를 기억해 낼 때, 설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에 빠져든다. 복수가 깔려있는 자신의 가야금 연주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자신의 가야금 연주를 듣고 오빠 호를 기억해 내는 정조의 말에 깊은 위로를 받는다.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 속에서 은둔하며 가야금 연주를 통해 아픈 이들의 병을 고치는 여인, 그녀가 '설'인줄은 명확하지 않지만 굳이 복수를 해서 내 마음에 신파적 위로를 받기보다 세상의 순리에 맡기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결말이 멋져 보인다.

이 소설은 역사적 고증을 시대적 배경으로 신분차별과 갈등, 각자의 아픔과 욕망, 복수심 등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 시간 순삭의 묘미를 안겨준다. 가야금을 매개체로 각자의 상처를 치유받고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이 마음에 와 닿았고 작가의 첫 작품이 이렇게 매끄럽다면 다음에 나올 작품도 충분히 기대됨을 읽었다.



* 출판사 협찬도서로 지극히 개인적 사유를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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