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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저자 율라 비스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정의'하고 동시에 '구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처음 집을 사거나 이사를 할 때 우리는 그 안을 가득 채울 예쁜 가구를 구입해 배치할 것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푼다. 누가 봐도 평범한 행위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평범함 속에서 자본주의가 우리 생활에 깊게 침투해 있음을 언급한다.
스스로 중산층 계급임을 자각하고 이로써 누리는 특권이 누군가의 저임금 노동이나 착취에 기반하는 사실을 직시해 보자고 제안한다. 계급을 무엇으로 가르는지, 왜 일해야 하고 노동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재고한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page17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한다는 것은 능력이지만, 그것을 갖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욕구에 대한 양면성을 사유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이를 드러내보고자 한다.

'소유'란 특정한 대상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정의해 본다. 소유물은 곧 화폐와 교환 가능한 자산이기에 무엇을 얼마나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계급이 정해진다. 내가 소유한 차, 집, 옷과 가방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게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그러나 실상 들여다보면 대출이 가득한 집과 차를 소유해도 겉으로 보이는 것은 화려하니 실제 그것이 소유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것을 갚아 나가기 위해 뼈 빠지게 노동하는 사람이 물건에 소유된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소유란, 세상의 일부를 떼어내 '내 것'이라고 선언하는 권리인 동시에, 그 대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자유를 지불해야 하는 '계약'과도 같다. 단순히 "내가 가졌다"라는 승리감 뒤에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비용과 책임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셈이다.
식물은 내가 그것을 땅에 심는 순간에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나의 정원은 수집품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돌봄을 실천하는 장소, 그리고 내가 시간을 들이는 장소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나 또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달프게 노동해서 번 돈으로 나는 꼭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있는지, 쓰지도 않는 수많은 잡동사니 속에 파묻혀 그것들을 마음대로 버리지도 못하며 언젠가 필요할 거라는 온갖 이유를 갖다 대고 다시 서랍 속으로 구겨 넣는 나의 모습에 물건을 관리하기 위해 저당잡힌 내 삶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소유'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재정비해 본다. 나 자신이 내가 가진 물건에 소유된 것인지, 아니면 필요에 의해 소유한 것인지 반성도 하고 정리도 과감히 해버렸다.
이 책은 일상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며 친근감 있게 다가와 소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지루한 경제 서적이기보다 에세이처럼 스며들듯 읽히는 책! 곁에 두고 자주 꺼내볼 책 중 한 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