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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 ㅣ 현대지성 클래식 67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평점 :

근래 들어 나는 화가 많아졌다. 갱년기가 겹쳐서인지 아니면면 직장에서 주어지는 환경 탓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분노를 일으킨다.『마음이 흔들리고 화가 날 때마다 꺼내 읽으면 단단해진다』는 구절은 고대인들 역시 현재의 우리처럼 화를 잘 냈던 것인지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철학자 세네카가 경험한 화에 대한독보적인 철학적 근간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기도 하다.
철학자 세네카는 화가 날 때 분노를 어떻게 하면 다스리고 잠재울 수 있는지 또한 인간이 가지누 본질적 평화와 용서를 다루는 '관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요즘 들어 화가 많아진 나에게 이 책 한 장, 한 장의 설명들이 나 자신을 재해석해 보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어떤 화가 날 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 자신은 생각이라는 걸 전혀 하지 않고 분노부터 일으킨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이미 화로 인해 난처해질 상황이 발생하고 난 후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감 뒤에 이성이 따라와서 상황을 직시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리도 잘 분노하는가?이 책 속 설명이 제대로 나를 읽어내는 느낌이다. 나는 나 자신이 무엇때문에 화가 난지도 모르고 분노한다. 오직 그 상황이 나를 기분나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화가 나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은 없고 그저 감정에 휘둘릴 뿐이다. 분노를 '잠시 미친 상태'라 정의하는 세네카는 이책에서 분노의 본질,해악, 치료방법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
분노는 서둘러 판단합니다. 이성은 실제로 공정하기를 바라지만, 분노는 자신의 판단이 공정해 보이기만을 바랍니다. 이성은 오직 판단해야 할 사안만 보지만, 분노는 사소한
외적인 것에도 쉽게 자극받고 흔들립니다.
모든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은 대체 어떻게 장착할수 있는것일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면 가출해버리는 평정심은 감정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균형을 강조한다. 극단적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성이 조금은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이다. 잠시 불편한 마음은 대범한 마음으로 참을 줄 알고 그 모든 화를 하찮음으로 인지하며 나를 다독일줄 아는 힘, 그 힘을 길러내는 것이 진정한 현자임을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분노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미덕이 이끄는대로 나아가는 삶이다. 분노는 이성의 통제 아래 두어야하고 앞서 이성과 감정에 대해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성과 덕에 근거한 관용의 필요성도 분명하다.

운명과 세속적인 사건들에 연연해 하지 않으며 자유롭고 이치에 부합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 모든 사람들이 세네카가 말하는 완벽한 현자는 될수 없겠지만 감정에 휘둘리지않는 평정심과 현자가 가지는 항상심을 갖추려면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이해할수 있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현재의 우리는 '자기통제'와 '삶의 본질에 대한 현대인들의 불안한 흔들림'을 세네카의 정리된 언어를 통해 단단하게 단련될수 있음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