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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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장편소설

바움 가트너

열린 책들

출간 전 가제본을 만나본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열린 책들에서 딱 100명의 사전 서평단에게 고유번호로 보내진 한 권의 책,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 가트너』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을 만한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을 연출한다.

떠들썩하고 산만하게 펼쳐지는 대학교수 바움 가트너의 어느 하루아침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고독한 노년의 그림이다. 그의 아내는 10년 전 파도를 타다 등이 부러져 죽음을 맞았다. 그는 달걀을 삶는 냄비를 태우고 그것을 급하게 들어내다 손을 데었으며 검침원의 방문에 지하실 층계에서 바닥을 구르며 무릎을 찧는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그는 의연하다. 삶에서 겪는 통증은 그에게 있어 고난과 상실의 은유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


인간 그루터기,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던

반쪽을 잃어버리고 반쪽만 남은 사람

page37

죽은 아내를 쉽게 보내지 못하는 그는 아내가 쓴 글들을 정리하며 우연히 마주친 지나온 삶을 회고한다. 그녀를 떠나보내고자 노력하며 동시에 밀어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내의 흔적은 그 집에 오롯이 남아있음을 본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는 환지통 에세이를 쓰며 가움 바트너는 글을 쓰는 힘이 자신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떤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우리가 기존 생각한 신의 벌이나 상 따위는 없고, 지옥도 축복의 나무 그늘이 가득한 천국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인간도 다시 환생하거나 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 데도 아닌 거대한 곳]으로 표현하는 검은 공간, 소리 없는 무의 진공, 망각의 공허 속에 존재할 뿐임을 시사한다. 반면 죽은 자와 산 자의 보이지 않는 『연결됨』은 살아갈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후감상]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서의 경험과 고통에 의연하게 대하며 분노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삶의 방식은 무엇이든 급하고 빠르게 대처하며 분초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이기도 하다. 집착하는 만큼 잃게 되는 것은 진리이다. 바움 가트너 역시 어머니와 삼촌에게서 돌봄을 받고 보고 배우며 자란 영향이 그를 강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으로 만든 밑바탕이 되었음을 말한다.




자기가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면

자신이 괜찮게 느껴져.

page176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생각이기도 하다. 누구든 정해져 있는 한정된 삶을 살고 그 삶에 대한 바움 가트너의 노력이 보인다. 어떤 일에는 열심히 매달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일에는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기도 하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삶에 대한 정리의 중요성은 놓지 않는다. 그렇게 안달복달하며 매달리던 삶의 흔적들이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었음을 도리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소중함은 때때로 무시되어 단순한 순간으로 변해있음을 느낀다.

잔잔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지 생각할 시간을 부여하는 책, 폴 오스터의 마지막 유고 소설 가움 바트너는 그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우리가 남은 생을 잘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삶의 지혜를 전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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