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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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욘 포세이다. 작년에 욘 포세의 작품을 읽고 섬세한 문체와 감성적인 내용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다. 욘 포세가 무척 시적인 작가라면 이 책의 작가 프로데 그뤼텐은 서정적인 글로 노르웨이 최고 권위에 빛나는 브라게 문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저명한 작가라고 한다.



■ 짧은 책 요약

피오르 해안의 작고 고요한 마을, 이곳에서 닐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페리 운전수를 하고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건장한 몸집을 하고 희끗하게 변한 머리와 거칠어진 피부와 주름,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한 남자의 삶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삶을 실어 나르는 닐스는 그들 존재의 작은 일부가 되었고, 일상의 작은 휴식이 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닐스 비크의 죽음이다. 첫 장면부터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임을 명시한다. 차분히 일어나 평소처럼 커피를 내려마시고 잡 안에서 자신이 더 해야 할 일이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해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매트리스를 마당 한편에서 불태우고 정리한 후 집을 나설 때 놀랍게도 오래전 트럭에 치여 죽은 자신이 키웠던 개 루나가 반갑게 그를 맞는다. 닐스는 루나와 함께 자신이 걸어온 삶을 회상한다. 닐스 바크 이 남자 참 성실하고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page43



죽음을 맞이하는 닐스에게 그동안 자신과 함께 삶을 살다 먼저 간 영혼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먼저 떠난 아내 마르타는 보이질 않는다. 삶은 곧 죽음을 향한 여정이고 닐스는 자신이 살아온 생애의 흔적을 마주하며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마지막 하루를 어느 때보다 성실하게 성찰하며 보낸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다가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계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패배를 견뎌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page116



▶읽은 후 감상

닐스 비크는 하루 동안의 여정에서 자신도 돌아본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고 새로운 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평범하고 반복적인 것을 좋아했던 사람임을 기억한다. 아내 마르타가 뇌졸중으로 모든 것이 이전 같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기억한다. 이 책은 단지 닐스 비크의 죽음에 대한 여정만을 그린 것이 아니다. 닐스가 매일 맞이했던 하루의 소중함과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돌아보고 그 소중한 의미를 되새긴다.

그의 죽음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빛을 향해 달려가는 닐스 비크의 몸은 한없이 가볍고 평화롭다. 그는 비록 한 페리 운전수였지만 자신이 살아온 삶에 감사할 줄 알고 누구보다 삶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죽음이 비극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그리고 아름다운 여정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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