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아내 - 나를 만든 사랑과 이별의 궤적들
CJ 하우저 지음, 서제인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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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아내는 일본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다. 두루미 한 마리가 자신을 여자라 속이고 한 남자와 결혼한다. 두루미는 남자를 무척 사랑했지만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두루미인 걸 알게 된다면 사랑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밤마다 자신의 깃털을 뽑아내어 여자 사람의 모습을 유지한다. 두루미 아내는 자신을 지우고 여자 사람이 되기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감추고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상처를 견뎌낼 수 있지만, 스스로의 욕구를 부정하는 일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루미 아내로 사는 건 지속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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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CJ 하우저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산문가이다. 결혼을 앞두고 수많은 갈등을 반복하다 결국 파혼하고 열흘 뒤 두루미 탐구 답사를 떠나 외딴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사랑을, 내면을 진솔하고 섬세하게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 선택하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얽혀있는 우리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또 그에 따른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톺아본다.


작가는 세상의 많은 여성들이 사랑을 할 것이고 스스로를 지워가면서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연인에게 맞춰가며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랑을 이어나가는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성토한다. 두루미이지만 여자로 사랑받고 싶어 자신의 깃털을 뽑아가며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에서 재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랑을 하면서 해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성토이기도 하다.



수년 동안 나는 사랑이란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극단적인 돌봄의 행위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해 왔다. 그래서 나는 동반자라기보다는 구조자에 가까웠다. 여자라기보다는 로봇에, 연인이라기보다는 간호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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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웠던 지난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단순히 미숙하고 이기적인 전 연인들을 성토하기 보다 그런 관계에 자꾸 이끌리고 연연해하는 자신에 대한 결핍과 성향을 고백하고 해부해 나가는 용기가 독자들을 더 끌어당긴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낱낱이 털어버리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독자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좀 더 자신을 돌보며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사랑을 할 때에도 전략이 필요하며 지나친 편견에 갇혀 버리기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예상되는 패턴들을 부숴버리라고 당부한다. 지금 자신의 사랑이 불안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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