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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nextwave_pub
아침밥을 잘 먹고 출근한 친구의 아들은 늦은 저녁 사고로 인해 주검으로 돌아왔다. 금방 오겠다던 또 다른 친구의 어머니는 늦도록 오지 않으셨고 병원 영안실에서 친구를 만나셨다. 죽음이 예고하고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실감하고 있다. 그만큼 순간순간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으며 차별 없이 주어지는 숙명임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 년, 만 년을 살 것처럼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몸부림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서울대 병원에서 38년간 재직하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환자들을 돌보며 경험했던 한 간호사가 죽음에 대한 본질과 의미를 이야기하는 소중한 현장의 기록이다. 살아있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 얼마만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작가는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그려 볼 수 있어 남아있는 삶을 더욱 가치 있고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전한다.
죽음을 외면하는 우리의 부정적 시대적 사고방식은 객관적 근거 없이 그저 막연한 두려움으로 긍정적인 부분까지 부정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또한 과거 대가족 시대의 자연스러운 임종의 모습을 죽음이 교육되지 않은 지금의 시대에서는 볼 일이 잘 없다. 그저 시신이나 임종의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로만 접하고 있어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접할 때 그 선명함을 쉽게 그려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느닷없다.
어서 오라고 맞이할 새도 없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인 초임 시절 홀연히 맞이한 환자의 죽음은 작가에게 불안의 씨앗을 남긴다. 나이트 근무 때마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아무리 안정적인 환자일지라도 언제 죽음이 들이닥칠지 모를 현실이 공포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작가는 여러 가지 경험들과 환자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 필연적인 과정들을 글로 남겨 독자들에게 전한다.
특히 임종기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임종의 시간만 늘리는 연명치료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는데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르게 정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38년간의 간호 생활에서 경험한 현장의 다양한 기록들이 그리고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죽음에 대한 고찰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 없이 무방비의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함을 안타깝게 전한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원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즉 나에게 적용하는 것과 가족에게 적용하는 것의 잣대가 다르다. 그 간극을 좁혀나가야만 구체적으로 죽음을 떠올릴 수 있다.
웰다잉.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이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죽음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이할 필연의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므로 우리는 좀 더 이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자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마지막은 조금 더 따뜻하고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