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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평점 :

화가 고흐는 자신이 인상파 화가가 될 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렸을까? 단지 화가들의 그림을 그저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특징을 발견한 후대의 사람들이 그들을 하나의 사조로 표현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단지 시험을 앞두고 암기하기 위해 그림을 읽었고 작품을 이해하기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한 도구로 구림을 인식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그림은 학습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그림이 주는 행복과 또 다른 감정인 슬픔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21명의 예술가가 등장하고 각자의 작품과 인생을 친절한 도슨트 정우철의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본다. 이중섭과 모딜리아니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각각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둘은 '전쟁'이라는 배경을 함께 한다. 그 광란의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사랑도 놓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눈에 반했고 맹렬하게 사랑했으며 슬프고도 아련한 이별을 경험한 것까지 말이다.

다음에 만나면 당신에게 답례로 별들이 눈을 감고 숨을 죽일 때까지 깊고 긴 키스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해 드리지요. 지금 나는 당신을 얼마나 정신없이 사랑하고 있는가요?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지 이 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중섭과 모딜리아니에게 사랑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큰 힘이었다. 가난의 고통은 그들의 사랑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고 처연한 죽음을 이끈 안타까운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은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빈센트 반고흐와 순수함을 그린 화가 박수근은 실패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예술가들의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더 힘을 실은 모네와 르누아르는 혼란의 시간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볼수 있도록 노력한 화가였다. 그 외에도 크림트와 실레, 프리다 칼로,칸딘스키, 뭉크,로댕과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내로라 하는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 그들의 세계관까지 정우철 도슨트의 친절한 해설로 여유로운 감상을 즐길수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미술관련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쇼펜하우어를 여러 분야로 나누어 발간된 책들이 다수였는데 이 또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다는 느낌이다. 몇 몇 미술관련도서들을 도서관과 서평책으로 만나보면서 그 중 단연 재미있게 읽은 책이 이 책이다. 정우철 도슨트의 유려한 스토리텔링 덕분인듯 하다.
화가의 작품과 삶을 알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전혀 모르고 감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느낌이다. 작품을 그릴 때 시대적 배경이나 화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남을 보고 그 열정과 삶에 대한 치열한 분투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주어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