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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평점 :

누구나 때가 되면 나이가 든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나이 들지는 않으며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방식도 각자 다르다. 작가가 말하는 65세부터 84세 사이의 제3의 인생기와 8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삶은 제4의 인생기로 표현되는데 70~80세 사이의 나이인 70대가 인생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나이로 간주된다고 전한다.
현재 80대인 작가 베레나 카스트는 심리학 교수이고 다년간 심리치료사로 활동해왔다. 72세에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학문적 연구, 동년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 드는 길》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해 준다.
짐작해 보면 70대의 삶은 자녀들이 모두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잡고 손주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하며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여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든 70대가 다 정서적,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아쉬운 부분도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노년기에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삶의 질을 좋게 유지할 수 있을지 그 유연성과 창의성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면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새로운 관점으로 기존의 것을 어떻게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삶에 더 유용하고 활기찬 인식을 얻는 방법에 중점을 두게 된다.
작가가 말하는 창의적 태도를 갖추게 되면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면서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겨난다고 한다. 곧 나에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스스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럼에도 노년층이 될수록 이러한 상호의존적 문제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불안함에 보호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스스로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소외될까 불안한 마음에 자녀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책망하거나 요구하고 집착하는 방식은 결국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을 필요로 한다.
특히 서로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사회적 삶에 속하며,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삶을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팔순의 우리 엄마는 요즘도 매일 만 보를 걷는다. 교직에서 은퇴하신 후 연금생활자라 경제적 어려움도 없으며 여전히 총명하게 지하철을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다녀오시고 친구들과 만나 식도락을 즐기며 파크골프도 18홀을 거뜬히 치고 마무리하신다. 봉사활동도 무리 없이 다니시고 신앙생활을 통해 앞으로의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도 신을 믿고 의지하며 삶 이후의 문제도 준비하고 계신다.
엄마의 노년을 지켜보면 그 연세에 가장 필요한 경제력과 건강, 사회성을 갖추고 있기에 자녀들에게 집착하거나 더 잘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물 흐르는 대로 지켜보는 게 엄마가 가진 신념이라 누가 봐도 완성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유연함과 열린 마음이 노년의 두려움을 잊게 하는구나 생각되지만 무엇보다 경제력이 그 바탕에 깔려있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다. 어느 순간 엄마도 더 이상 자립적이지 못할 수 있겠으나 그때는 자녀들에게 돌봄이 필요하다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읽은 후 감상
노년의 지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해야 하는 것,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아는 것이 정답으로 보인다. 이 책은 노년기에 정서적인 부분을 주로 다룬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기에 정서적으로 완성된 사람이더라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갖는다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또 다른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듯하다.
빈곤한 노년이 더 많은 우리 사회에서 노년을 위한 사회적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는 책에서 말하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인성을 갖춘 노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말해주는 방법을 참고한다면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