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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리커버)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을유문화사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편안한 죽음이라니... 죽음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이었으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상황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어머니가 우연히 낙상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검사 중 악성종양을 발견하게 되고 병마와 싸우며 임종을 맞기까지 그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이기도 하다.
작가소개
*시몬 드 보부아르 (1908~1986)
프랑스의 철학자, 소설가이며 페미니스트이다. 철학자 샤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했고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함을 주장하며 죽을 때까지 급진적 활동가로 살았다.
비극은 닫혀 있는 저 문틀 뒤에서 벌어지고 있을 뿐, 문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간단한 책소개
욕실에서 넘어진 엄마의 대퇴부가 골절되면서 병원에 입원해 검사 중, 뜻밖에 악성종양이 발견된다. 연로하신 엄마에게는 복막염 수술이라고 속이고 종양을 제거하는데 이후 엄마는 고통 속에서 모르핀에 의지하며 병마와의 고된 싸움이 시작된다. 쇠약해져만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딸은 이 고된 치료를 이어가야만 하는지 회의가 들었고 엄마가 살아온 삶을 되짚어 볼 계기가 된다.
엄마는 유년 시절 내내 금기와 규범이라는 갑옷을 두른 채 몸과 마음을 억압당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도록 교육받았다. 엄마는 고집스럽다 싶을 만큼 낙천적인 사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신경질적이면서 걱정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했고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엄마 스스로 정해둔 원칙 때문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법도 없었다. 당신이 배운 대로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늘 딸들에게 요구해왔기에 딸들과 엄마의 관계는 소원하기만 했다.
엄마의 투병을 함께하며 딸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엄마는 육신의 고통 속에 자신이 처한 환경을 담담히 수용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나의 생각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어떤 이는 홀로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다 외롭게 죽어가기도 하고 가족의 돌봄 속에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기도 한다.
헛되이 엄마를 괴롭히는
이 순간들을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age116
보부아르는 무엇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늘 곁에 있다고 생각했고 무관심하던 어머니의 삶을 망각의 늪에서 끌어올려 한 사람의 역사를 기억해 내고 세상에 드러내어 애도한 것이다. 어머니가 겪었던 내적 갈등,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으로서 요구받은 역할과 개인적 욕망을 억제한 삶을 드러낸 것이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의도적으로 죽음에 몰입할 필요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며 구체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은 인지하게 되었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