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과거 을유세계문학전집 131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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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인은 일해서 너희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과인의 노년을 위해서, 또 너희들이 각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재산을 모았다. 너희들은 모든 것을 편하게 받기만 했다... 여편네, 당신이 먼저 말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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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자신을 '과인'이라 호칭 하며 아내를 '여편네' 라 부르고 자녀들에게는 군주로 대우 받으며 살아가는 아버지, 상상만 해도 그 가족들의 지옥 같은 삶이 느껴진다.


작가소개: 드리스 슈라이비(1926~2007)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는 이슬람 문화 속 부조리했던 교육과 가치관을 배워 온 삶을 배척하며 모로코에서 프랑스어로 된 문학의 토대를 놓은 첫 세대 작가라고 한다.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모로코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이중의 언어, 문화로 인해 불안한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며 그 안에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표현한 작가이기도 하다. 외부의 적인 프랑스에 대항해 투쟁하기보다 소설에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권위에 대항하는 청년을 소재로 모로코 지배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써 조국에서 반역자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니 그는 상당히 소신이 뚜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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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의 삶이 투영된다고 했는데 이 작품은 드리스 슈바이비의 자서전이라 말할 만큼 공통점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주인공의 이름이나 각각의 상황들이 유사해 독자들이 그렇게 짐작했나 보다.

자신을 군주라 호칭하는 가부장적 아버지는 아내의 순종하는 삶을 당연시하며 5명의 아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주인공 드리스라는 인물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폭력에 반항해 보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높은 산이기도 하다. 자신이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늘 기도하는 어머니는 결코 종속된 삶을 탈피하지도 죽지도 못하는 말 뿐인 복종의 삶을 살아간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는 지배자인 아버지가 있고, 제일 아래에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어머니가 있다. 그 사이에 5명의 아들들이 인간이기보다 그저 아버지에 종속된 장난감처럼 숨을 죽인채 명령을 기다린다.아버지는 줄곧 군주로 지칭되며 가끔 '핫지'로도 불리는데 이는 회교도에게 주어지는 자랑스러운 칭호로 존경받고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드리스는 이러한 아버지를 거짓된 종교인이며 위선적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어린나이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쿠란 학교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거부할시에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억압뿐이다. 이후 프랑스 학교에 드리스를 보낸 것도 아버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상업적 부르주아지의 예를 그대로 보여주어 드리스의 반항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드리스 아버지와의 사업적 관계에 불이익이 올까 드리스를 모른 척하고 믿었던 신부님과 선생님 조차도 드리슈를 지지하지 않고 식민주의자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프랑스 식민정권아래 투쟁하는 것이 시대적 대의였으나 문학이 그 부당함을 증언하는 역할을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모로코의 가부장적 제도를 비판했다. 치밀한 계획하에 자신보다 나은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삶의 방식은 결국 드리스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함을 인식하고 휴전하듯 반항을 접는 모습은 결국 인간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단순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책을 읽은 후 감상



총 다섯장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은 기본 요소, 전이 기간, 반응, 촉매, 합성 원소라는 특이함으로 마치 화학 실험과 유사한 구성이다. 기본 요소에서는 사건의 인물이 자세히 언급되고 드리스가 끊임없이 반항할 수 밖에 없는 동기들이 드러난다. 아버지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된 어린시절, 어머니의 처절한 소외감, 절대적인 권위로 군림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끊임없이 드리스의 독백으로 보여졌다. 읽는 내내 고구마 한 박스를 먹는 느낌이었다.


뜬금없이 흘러나오는 메뚜기 장수 압부영감의 퇴폐적이고 음란한 발언들은 드리스가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또한 동생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더욱 강렬하게 자신의 반항심을 형제들과 어머니도 함께 느끼게 하고 싶었으나 거절로 돌아오는 부분은 좀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왜 단순한 과거였을까 생각해 본다. 1장에서 드리스가 줄곧 내적으로 반항하다가 단락의 제목처럼 전이 기간을 거쳐 외적으로 드러내는 원소들이 충돌하고 촉매 작용을 거치며 새로운 것을 추출한다는 뜻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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