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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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첫 문장, 그 세련됨의 여지에 따라 독자들이 빠져들지 아닐지가 결정되는 순간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다. 한껏 힘을 주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일으킨다. 엄마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이 문장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매료되어 책을 읽게 된다.







열린책들은 새로운 세계문학을 찾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만큼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열린 세계문학만의 고유한 표지와 그 첫 문장으로 구성된 『세계문학 첫 문장 111』을 펼쳐내며 독자들이 독서의 기쁨을 되새기고 새로운 첫 문장을 만나 또 다른 책을 만나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특별한 기쁨을 가지게 한다.


엽서 형식으로 되어있어 하나씩 뜯어 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책 덕후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111권의 첫 문장 중 어느 하나도 뜯어 버릴 수 없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2편을 염두에 두었을까? 280권이 훌쩍 넘은 도서 중 111권만을 엄선해서 작품만이 가지는 고유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독창성을 보여준다.



매일같이 마을로부터 떨어져 있는 노동자촌의, 열기와 기름냄새로 절어 있는 대기 속에서 공장 사이렌이 떨리는 듯한 소리로 울려 퍼지면, 그 소리를 따라 회색빛 작은 빛들로부터 아직 잠이 덜 깬 몸으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침울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마치 질겁한 곤충처럼 거리로 뛰쳐나온다.

막심 고리키 '어머니'







막심 고리키의 첫 문장을 읽으니 글에서 영상이 보인다. 마침표 없이 길게 한 문장으로 만들어진 이 첫 문장에서 도시 노동자의 고된 삶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아직 읽어보지 못 한 책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머니'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열린책들이 이 책을 만든 목적에 충분한 부합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첫 문장을 먼저 읽고 역으로 책 제목을 맞춰보는 즐거움도 도전해 보았다. 『본 기록의 대상이 되는 기이한 사건들은 194*년 오랑에서 일어났다.』에서는 오랑에서 힌트를 얻어 '페스트'임을 맞추었고 『모든 아이는, 한 명만 빼고, 다 어른이 된다.』는 피터팬임을 추측해 본다.





책이 주는 행복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한 권씩 모으다 보니 어느새 집 구석구석 빈 공간은 책으로 메워진다. 한정된 삶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살 수는 없다. 나는 유독 책 욕심이 많아 한 번 읽고 감동이 깊은 책은 재독을 해서 놓친 부분이 없었는지 좀 더 나이가 들어 성숙된 마음으로 읽었을 때 나에게 오는 감동이 달라졌는지 다시 느껴보고자 한다. 읽은 책은 리뷰로 남겨 시간이 지나도 전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되지만 책이 없을 때 그 첫 문장에 대해서는 기록해 두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내가 특별히 더 애정 하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을 첫 문장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가지니 세계문학 전권을 다 가진 기분이다. 작은 소망이라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될 열린 세계문학의 111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의 첫 문장을 1권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욕심낼 책이니 꼭 2권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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