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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평점 :

미드 라이프 마인드
벤 허친슨 / 청미 출판사
돌아보니 반세기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다. 중년이 되었으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내가 중년답게 내 삶에 책임을 가진다거나 하는 무게감도 크게 느끼지 않는 그저 막연하게 받아들인 세월이다. 또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내 삶을 톺아보고 중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책을 통해 배운다. 청미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책 『미드 라이프 마인드』는 중년의 삶을 어떻게 살면 좋은지 문학사의 위대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작가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의 중년에 대해 탐구해 보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 보았다.
영국의 캔트 대학교 유럽문학 교수인 벤 허친슨은 유럽 전역에서 문학상 심사와 프로그램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문학을 폭넓게 다루고 특히 독일 문학에 정통한 그는 다양한 인문서적을 써 왔다.

활력이 넘치는 나이에는 인생을 돌아보고 의미를 찾을 여유도 기회도 없었다. 마냥 젊게 살 줄만 알았던 나에게도 조금씩 노화가 가랑비에 옷 젖듯 찾아왔고 어느덧 뱃살도 두둑하니 무게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중년이라는 단어에 관심도 없었고 이해할 여유도 없었던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 책 『미드 라이프 마인드』는 나에게 이제 중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라며 슬며시 손을 건넨다.
참으로 친절하다. 우선 작가는 위대한 책을 통해 중년의 우리가 스스로 감정이 담길 틀을 마련하고 함께 세월의 변화를 겪으며 표현양식을 제공받기를 바란다. 독서만큼 내면을 성숙하게 해 주는게 있을지 부족함의 원인을 책을 통해 채워나가기를 당부한다. 작가는 6개월에 걸쳐 문학사에 위대한 명성을 끼친 다섯작가 괴테의 『파우스트』, 몽테뉴의 『에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세익스피어의 『희곡선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중년을 명료하고 친절하게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정의해 준다.
중년은 아는 것이 없다는 겸손과 항상 이미 알고 있는 것 사이를 오가는 인생의 단계이다.
꼰대같을수도 있겠지만 가끔 중년은 자신보다 어린 청년에게 분명히 지적관심을 열어줄, 살아온 풍부한 경험을 풀어낼 기회가 있다.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그만큼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인데 이 때 그 동안의 경험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중년의 삶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성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이 가지기보다 비워내려고 애써야하며 진부한 집착을 모든 것에서 떨쳐 내야 한다.
중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길고 완만한 내리막길, 죽음을 향해 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함을 뜻한다. 그러나 중년은 또한 인생의 정점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주름을, 퇴색되어가는 노화를 굴욕으로 받아들여 어떻게든 젊어 보이려고 시술을 하기보다 인생 후반부를 품격있게 가꾸려는 노력으로 아름답게 보이기를 바라며 하나라도 아는 체 하고 나서기 보다 솔직하고 겸손하게 모름을 인정하는 것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문학이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것은 중년을 연습하기를 멈추고, 중년을 살기 시작하라는 권유이다
중년은 바쁘다. 직장생활이나 자녀교육, 독립 등을 걱정하느라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 작가는 그 대안을 문학이라는 처방으로 둔다.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메뉴얼이기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생을 더욱 깊이있게 살아갈수록 만들어 주는 하나의 방편이다. 중년의 위기를 막연히 던져 두기보다 문학을 가까이 하며 좀 더 지혜롭고 기품있으며 창의적인 인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이유임을 읽었다.

우리는 노력하는만큼 더욱 현명해 질 수 있다. 중년을 그냥 내버려 두지말고 감정이 이성을 앞서 버리는 실수를 줄이고 이성과 감정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지기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늘어난 뱃살과 주름도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좋은 책만 꼬집어 발간하는 청미 출판사에 다시 한번 높은 신뢰를 얻게된 훌륭한 책이었다.
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