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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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을 빠트리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슈나 시사되는 부분들이 단편 속에 숨어 있어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고 신인이 아닌 기존 작가들의 작품이라 밀도 높은 이야기의 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을 대표하는 7작품 중 소설적 주제와 동시대적 메시지를 어느 작품보다 강하게 전달한 안보윤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 속에서 피해자인 주인공이 집요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초월한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며 갈수록 점점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소란한 것을 좋아하나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동주는 학교폭력 피해자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동주는 크게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찻집이지만 찻집이 아닌 터미널의 찻집 『미도파』도 어정쩡한 동주의 모습과 흡사 비슷한 느낌이다. 콩나물국밥도 팔고 함박 스테이크도 파는 주체성 없는 찻집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섬에서 시금치를 키우며 살고 싶었던 동주는 이러한 계획을 가진 것도 어떤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섬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아갔다가 찻집 미도파에 들러 덜컥 취업을 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 유달리 동주를 괴롭히던 승규, 동전을 던져 앞, 뒤를 맞추지 못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주의 뺨을 갈긴다. 아이들이 낄낄대고 한 편에서는 동주에 대한 조롱과 멸시로 소란스럽다. 동주는 그 소란스러움이 싫었고 승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주에게 던지는 앞? 뒤?에 대한 물음에 관성의 법칙처럼 척척 자동으로 대답하는 자신이 싫었을 뿐이다.


승규의 엄마도 아들과 하는 짓이 똑 닮았다. 동주에 대한 집요함에 몸서리가 날 정도이다. 살면서 내가 맹신하는 한 가지는 인과응보이다. 남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도리에 어긋난 일을 행 한다면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우울하면서도 통쾌하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가 읽는 독자로서도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강보라의 작품은 개인의 심리애 대해 아주 섬세한 묘사를 드러내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다. 우붓이라는 이국의 장소와 자신이 믿는 문화적 취향에 대한 우월성을 보이는재아의 심리적 표현들이 흥미로웠다.

김병운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퀴어에 대한 서사로 시대에 상응하는 문화적 변화와 그에 따르는 서로 다른 세대의 다양한 시각들과 그에 따른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이 갔다.

김인숙의 『자작나무 숲』, 신주희의 『작은 방주들』,지혜의 『북명 너머에서』, 그리고 작년 대상자인 김멜라의 『이응이응』 또한 설득력 있는 단편소설로 수상작 다운 세련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효석문학상은 우리 사회를 직시하면서도 결코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소설 속 인물들의 가능성을 보여준자. 벌써 24회차로 대한민국 소설 중 독자들이 가장 뜨겁게 주목해야 할 작가와 작품을 다루며 단편문학을 보편적으로 제시하는 역할과 효용을 충분히 해 내고 있다. 작가들의 세대가 점점 바뀌어 나가지만 급진적이지 않고 두루뭉술 어울리게 보여지는 작품들 속에서 멈추어 상상하는 순간들을 발견해 본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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