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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 포레스트 북스
해안가 절벽 아래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집 하나가 보인다. 달팽이 세 마리가 번갈아 가며 유리창을 닦고 다람쥐가 차를 따라준다. 소라빵처럼 동글동글 머리를 만 은발의 마법사는 아이들의 추억만을 산다. 단 추억은 마법사가 흥미를 느껴야만 구입하고 가격도 직접 매긴다.
마법사에게 추억을 이야기하고 나면 아이들은 그 추억에 대한 기억을 하지 못한다. 전당포의 특성상 성인이 되기 전 추억과 바꿔간 돈을 갚으면 추억은 다시 개인의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을 되찾아 가는 아이들은 잘 없다.

초등학교 1학년, 엄마가 미운 하루토는 사소한 엄마의 잔소리에도 화가 난다. 추억을 사는 전당포 이야기를 듣고 하루토는 오랜 기간 전당포를 찾아 마법사에게 엄마와의 추억을 모조리 맡겨 버린다. 생각지 못하게 엄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루토의 곁에 없다. 하루토에게는 엄마와의 추억도 하나 남아있지 않다. 마음 한편이 뭉클하다. 누구나 사람이기에 미워하고 원망하며 싫은 소리를 들을 땐 그 추억을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하루토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할머니의 기억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유키나리는 할머니의 기억을 마법사가 꺼내 주었으면 소망한다. 소라빵처럼 돌돌 말린 은발의 마법사는 과연 유키나리의 지금껏 전례 없던 부탁을 들어 줄 것인가? 인간 사회의 일을 마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흥미로웠다.
학교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메이는 그 트라우마가 평생을 따라다닐 텐데 나쁜 추억을 그때그때 마법사에게 가져와 뱉어낸다. 문제는 지속되는 괴롭힘으로 자꾸만 마법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메이가 잊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리카는 고심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참신하다. 마법사를 인터뷰하는 리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추억을 팔지 않고 대신 아이들에게 추억을 사들이는 마법사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 추억은 고유한 개인만의 소유인데 타인이 그것을 제멋대로 꺼내 관리한다는 데 대해 리카는 살짝 부정적이다. 마법사, 그녀가 왜 돈을 주면서까지 아이들의 추억을 사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추억 그까짓 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늘 머릿속에 잔재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나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연애, 결혼, 출산과 아이들이 커 나가면서 마치 소설의 한편처럼 남아있는 추억을 저당잡힌다는 것, 그리고 돈으로 그 모든 것들을 바꿔버린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내 삶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다는 것과도 같아 생각해 보니 두렵기도 하다.
좋았던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아픈 만큼 시련을 딛고 성장해 나갔고 다양한 감정과 고민들은 누구에게나 삶이 성장해 나가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마법사에게 추억을 맡긴다는 깜찍한 설정과 아이들 간의 따뜻한 이야기로 소중한 경험을 전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살아온 동안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좋았던 추억과 아팠던 추억들 하나하나 기억해 내보자. 내가 만약 추억을 저당 잡힐 기회가 있다면 어떤 추억을 끄집어 낼지 잠시 생각해 본 것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적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