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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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시인이자 화가, 건축가, 작가이며 선구적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한국 근대문학의 선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가 쓴 초현실주의 시 오감도는 독자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그의 지인들은 그를 천재라고 평가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시는 그의 변형적인 글쓰기 방식과 연작이 주를 이루고 있어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뇌피셜을 가열차게 자극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 기술사로 일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능력이 뛰어남을 말해준다.


이상은 일본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싫어하지는 않았다. 작품의 다수도 일본어로 썼고 동시대의 일본 작가를 동경하기도 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이상의 시를 읽으며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그의 시에 정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음을 말한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 연구팀에서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에 대해 4차원 기하학, 물리학적으로 해석한 뉴스가 있어 관심 있게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그는 시대를 100년은 앞서간 뭔가 신기한 천재 작가가 분명하다는 느낌이다. 또 다른 해석은 일본의 미쓰코시 백화점 내부나 천정의 모습이 사각형으로 되어있어 이 상이 백화점을 본 후 투영했다는 썰도 있다.

그의 시 중 진단 0:1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에 연관된 시임을 규명하면 이는 반복, 무한, 공포, 자아분열 등을 모티브로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실제 이 시는 폐결핵에 걸린 자신의 폐를 X-ray로 촬영한 사진을 모태로 한다. 1로 시작하는 부분은 정상적인 폐이고 0으로 시작하는 부분은 결핵에 걸린 폐의 모습이며 아래 날짜는 폐결핵 진단 일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그는 연작되는 시를 쓰기로 유명한데 이상의 시를 통해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동시대의 국내 물리학에 대한 정보를 읽을 수도 있었다고 하니 그의 시가 살아있는 역사임은 분명한 일이다.




시를 읽어 가던 중 소영위제(素榮爲題)라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시를 만났다. 소영을 위한 글(?)... 잘 모르겠지만 이 상이 생각한 그녀가 소영? 그게 아니라 해도 아무튼 이 상의 뮤즈가 아닐까... 너무 순수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세파에 물들어 버렸고 점점 그런 너에게 실망해 가는 내 모습. 그나마 이 상의 시 중 나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었다.



이 상이라는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그의 시적 세계를 판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아니라 그때는 틀렸어도 지금은 맞는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이나 음울함과 억압은 식민지 상황에서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 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형되게 표현하는 그의 언어에 기존 우리가 알던 균형과 조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고 독자를 마구 혼란스럽게도 하며 작가의 일상도 상상 불가능하고 낯설게 만들어 버린다.

이상이라는 시인의 무의식 속 자신만의 세계와 억압된 시대적 상황에서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변형되어 시로 드러났으며 우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수수께끼 풀듯 알아나가야 할 필요를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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